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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곤의 선물

일   시 : 2014. 09. 18 ~ 2014. 10. 05
장   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관극일 : 2014. 09. 27 (토) 15:00
연   출 : 구태환, 원작 : 피터 셰퍼
캐스트 : 에드워드 담슨 - 김태훈, 헬렌 담슨 - 김소희, 필립 담슨 - 김신기, 쟈비스 - 고인배, 담신스키 - 이봉규 외
줄거리 :
‘우상들’, ‘특권’ 등 탁월한 희곡을 남긴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은 48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테러리즘에 대한 강박관념이 드러난 마지만 작품 < IRE >의 엄청난 파문과 실패 이후, 두 번째 아내이자 평생의 동반자였던 헬렌과 그리스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그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몇 달간 슬픔에 잠겨있던 헬렌은 어느 날 편지를 받는다. 28세의 젊은 연극 교수인 필립 담슨의 편지였다.
그는 에드워드의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들로, 아버지의 전기를 쓰겠다고 헬렌에게 만나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 헬렌은 그의 청을 거절하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그녀의 집을 찾아온다. 헬렌은 필립에게 꼭 전기를 쓸 것이라는 맹세를 듣고 나서야 에드워드와의 지난날의 엄청난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출처 > 플레이DB]

- 2012년 명동예술극장에 올렸을 때 보고 그야말로 충격에 빠져서 김소희 씨를 찬양하며 나왔던 그 연극 '고곤의 선물'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에드워드 담슨 역에 두 명의 배우를 더블 캐스팅하고, 극장도 명동예술극장에서 세종M씨어터로 바뀌었다.

우선 극장 얘기를 해보면, 세종M은 명동에 비하면 구조자체가 좀 산만하다고 할지, 중앙으로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할지. 게다가 천정에 매달린 조명들이 너무 빤히 시선에 들어오는 것도 그렇더라. 고곤의 선물에서 조명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더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날 관극은 거의 재앙수준의 테러를 여러번 당해서 내 집중력이 깨진 것도 한 몫했거든. -_-+ 제발 연극이 지루해 죽겠으면 버티고 앉아서 하품, 혼잣말, 한숨 쉬지 말고, 그냥 퇴장하라고!!! 핸드폰 벨소리는 왜 꼭 중요한 장면, 적막 속에 터져나오는 건지 ㅠ.ㅠ

- 극이 가진 힘 자체는 달라진 게 없는데,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 내 감상은 그저 미묘~ 뭐 무대 위 배우들도 그런 산만함 속에 무대에서 집중하는 것도 큰일이었겠다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김태훈 씨의 에드워드 담슨은 불분명한 딕션과 때때로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만 빼면 꽤 좋았다. 피터 셰퍼의 연극은 어마무시한 대사량과 더불어 현학적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어휘 사용이 많아서 대본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고생했겠다 싶은데, 그걸 제대로 전달해주지 않으면 안그래도 어려운 내용을 관객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러니 발성과 딕션은 신경 좀 써주시길. 
아, 발구르기 춤은 안무가 바뀐 건지 정말 좋았다. 확실하게 그게 춤으로 보였으니까. 정체모를 움직임으로 그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던 2012년 버전에 비하면야 굉장한 발전.

- 김소희 씨의 헬렌 담슨은 여전히 좋았는데, 이날 목상태가 썩 좋지는 않으셔서 듣는데 아슬아슬하더라. 주인공도 더블인 마당에 사실상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원캐로 소화하고 계신데, 힘에 부치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전에 봤을 땐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헬렌이 마지막으로 쓴 페르세우스와 아테나 여신의 장면을 보면서 아, 이게 헬렌의 발구르기 춤이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필립은 이게 당신의 발구르기 춤이 되겠지요, 라고 미래 예상을 했지만, 헬렌은 사실상 이미 에드워드에게 발구르기 춤을 춘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더 끔찍한 건 에드워드의 발구르기 춤은 그때부터 시작이며, 결코 끝나는 법이 없을 거라는 것.

- 한계를 뛰어넘는 짓, 결코 용서를 받을 수 없는 행위라는 게 있어!! 라던 에드워드의 외침에 설득당한다. 헬렌이 그들보다 나은 인간임을 증명하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작지만 확실하게,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로.
고곤의 선물

일   시 : 2012. 02. 23 ~ 2012. 03. 11
장   소 : 명동예술극장
관극일 : 2012. 03. 07 (수) 19:30
연   출 : 구태환, 원작 : 피터 셰퍼
캐스트 : 에드워드 담슨 - 정원중, 헬렌 담슨 - 김소희, 필립 담슨 - 이동준, 쟈비스 - 고인배, 담신스키 - 이영석, 카티나 - 박선욱, 코러스 - 박정길 조유미 박병주 최성식 노상원 방승빈 김민선 강보미
줄거리 :
‘우상들’, ‘특권’ 등 탁월한 희곡을 남긴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은 48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테러리즘에 대한 강박관념이 드러난 마지만 작품 < IRE >의 엄청난 파문과 실패 이후, 두 번째 아내이자 평생의 동반자였던 헬렌과 그리스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그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몇 달간 슬픔에 잠겨있던 헬렌은 어느 날 편지를 받는다. 28세의 젊은 연극 교수인 필립 담슨의 편지였다.
그는 에드워드의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들로, 아버지의 전기를 쓰겠다고 헬렌에게 만나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 헬렌은 그의 청을 거절하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그녀의 집을 찾아온다. 헬렌은 필립에게 꼭 전기를 쓸 것이라는 맹세를 듣고 나서야 에드워드와의 지난날의 엄청난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출처 > 플레이DB]

- 피터 셰퍼 원작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리는 작품에 대한 무한 신뢰에 따라 보러갔다. 역시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리는 극은 일단 한 번 봐줘야한다는 생각이 이번 관극을 통해 다시 한번 확신으로 바뀌었다. 다음 레퍼토리가 '봄날'이던데, 포스터 분위기만 봐서는 '효'에 대한 이야기 일 것 같아서 조금 망설여지기는 하는데 (눈물 쏟을까봐) 하여간, 이번 선택도 옳았으므로.

- 에드워드 담슨이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헬렌 담슨이 주인공이더라. 헬렌 담슨 역을 연기한 김소희 씨가 진정한 주인공이었고, 가장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셨다. 등장 인물 중에 가장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여인이 점점 에드워드의 광기에 침식당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율이더라. 기립 박수보다 더한 찬사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에드워드 담슨 역의 정원중 씨는 웃겨서는 안 될 부분에서 우스웠고, 불분명한 딕션으로 빠르게 내뱉는 대사는 반 이상 못알아 듣겠고, 게다가 중요한 논쟁 부분에서 몇 번이나 대사를 씹으시고. 진짜 커튼콜 순서상 김소희 씨 다음에 나오시니 어쩔 수 없이 기립박수를 보냈다만, 자리에 도로 앉고 싶은 마음과 얼마나 갈등했는지. 이토록 긴장감 넘치는 꽉 짜여진 극 안에서 유일한 구멍이셨다. 다음에 재연 할 때 다시 안 봤으면 좋겠더라.

- 그 외 배우분들은 다들 무난하게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해내셨고, 김소희 씨와 더불어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분들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코러스 분들. 현대극이지만, 그리스 비극의 정서를 담뿍 담아낸 이 연극에 비장미와 생동감을 불어넣어준 분들이다. 온몸에 회칠을 해서 마치 대리석 조각처럼 보인는 몸을 하고, 때로는 무용과 같은 몸짓으로 고곤을 표현하고, 때로는 천둥같은 목소리로 신의 말을 전하기도 하는데 등장할 때마다 그 위압감이 말도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정말 백번 칭찬해도 모자를 부분이 뭐냐면 코러스의 목소리가 정말 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싱크로가 딱딱 맞게 흘러나와서 중구난방으로 흐르지 않았다는 것. 노래는 박자에 맞추기라도 할 수 있지만, 여럿이 같이 말하는 대사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 단어에 주는 강세 어디서 숨을 쉬고 어디서 내뱉느냐에 따라 소리가 흩어질 위험이 훨씬 더 큰데, 정말 얼마나 연습을 했을지, 진짜 남자 여자 목소리가 딱 한데 모아지면서, 여럿이 말하고 있는데도 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려서,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 목소리가 주는 기괴함과 이질감이 신의 목소리라고 그렇게 느껴졌다. 커튼콜 인사도 어찌나 절도있고 우아하고 차갑던지. 다들 무용을 하셨던 걸까. 고곤을 형상화 하는 장면에서 손동작이 진짜 메두사 머리의 수천마리 뱀이 꿈틀거리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는데, 하여간 너무 멋진 연출이라 감탄이 절로 났다.

- 무대는 뒤쪽을 높여서 앞쪽으로 기울어진 경사면이었는데, 그렇게 만든 이유가 1막 마지막, 2막의 마지막에 드러난다. 그리고 조명을 참 적절하게 잘 써서, 단순한 무대지만 그 무대가 전혀 비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워낙 김소희 씨의 연기가 좋아서 그 분만 쳐다보느라 다른 건 사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더라;

- 1막을 보면서는 어쩐지 '레드'가 좀 떠오르더라. 예술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신념이 부딪치고 상호 보완작용을 거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이 보이면서. 그러나 에드워드와 헬렌이 완전히 단절되는 순간부터 이 극은 뒤틀리고 부서지고 거칠어진다.
증오를 복수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에드워드와 그보다 나은 지성인이기에 사적인 복수는 허용할 수 없다는 헬렌의 신념이 계속해서 부딪히고 날을 세우고 서로를 상처입히고. 끝난 줄 알았던 전쟁이 사실은 아직도 계속 진행중이라는 끔찍한 현실을 들이밀며 극은 막을 내린다.

에드워드는 끝내 정신 승리 속에 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난 헬렌이 에드워드보다 더 나은 사람이기를, 그리고 더 강한 사람이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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