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연가
일   시 : 2011. 09. 04(일) 16:00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홍랑 - 선영,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선영 홍랑 자체 첫공.
선영 홍랑(이후 선영랑)은 참 씩씩하고 발랄한 아가씨더라.
그 씩씩함이 노래에도 그대로 드러나서 때로는 좀 곤란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지 않아서 감정 잡기가 힘들기도 했겠지 싶기도 하지만, 노래는 참 잘 부르는데, 감정이 제대로 실리지를 않아서, 노래할 때마다 왜 연기 안 하시나요....소리가 절로 나오는;

은랑은 집안이 풍비박산된 이후 오빠와 둘이서 서로 의지하면서, 남매이자 서로의 버팀목이었을 거라는 느낌이라면, 선영랑은 오빠의 과보호 속에서 어떤 어려움도 없이 자랐을 거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은랑은 상처입은 과거가 이제는 아프지는 않더라도 어렴풋이 남아있다는 느낌인데, 선영랑은 정말로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고, 자라면서도 오빠가 애지중지 키워서, 그런 그늘이 하나도 없이 밝고 명랑하고 씩씩한 아가씨로 자란 것 같더란 말이지.
손등에 상처에 대해 이야기 할때도, 은랑은 뭔가 아련한 느낌인데, 선영랑은 어딘지 모르게 자랑스러워하는 느낌.

그래서 돌아와~ 넘버에서 홍생의 연기도 두 홍랑에 따라 달라지는데, 은랑일 때는 '너를 믿었거늘, 네가 어떻게!!' 라는 느낌이고, 선영랑일 때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라는 느낌이더라.

이건 은생이 2막에서 홍랑에게 느끼는 애틋함에서도 차이가 오는데, 은랑에 대한 감정이 그리움과 애절함이라면, 선영랑에 대한 감정은 절반이 미안함인 것 같다.
저 어린 것을 꼬여서 내가 참 못할 짓을 했구나...게다가 다시 만날 거라는 약속까지 하다니...라는 것 같더랄까.

기본적으로 선영랑은 어리다...는게 확 다가와서. 체형도 그렇고. 한복도 묘하게 좀 커보여서, 진짜 노총각 은생이 제대로 어린 처자와 연애를 하는구나 싶;;;

선영랑의 연기가 살짝 밋밋한 감이 있었지만, 그 밋밋한 분 만큼 은생, 홍생, 행매가 다 받쳐줘서, 오늘 공연도 참 좋았다.

피맛골 연가
일   시 : 2011. 09. 03(토) 15:00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홍랑 - 조정은,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피맛골 연가 2차 티켓팅 때, 1층 전석에 눈이 내려서 기함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회차.
도대체 어디서 단관을 잡으면 이렇게 1층 r-vip, r석이 잔여석 0석이 될 수 있나 했던 그 회차.
이 날 공연은 포기해야 하나 하던 차에 단관표를 운좋게 구해서 보러갔다.

세종을 향하면서도 도대체 어디서 잡은 건가 궁금해하며 갔더랬는데, 결론적으로 기업단관이 아니라 문화 바우처였다.
어르신들과 꼬맹이들로 북적거리는 로비 풍경에 잠깐 아득했지만, 괜찮아, 난 2열이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도 객석은 다 차겠거니 했더니, 1층 뒤쪽은 텅 비어서 이럴 거면 표좀 작작 잡지 그랬나 싶다가도, 일반 관객들은 차라리 안 들어 오는 게 나아서 그렇게 표를 잡았나 싶기도 했다.

하여간 오늘은 그 심한 관크 속에서도 집중력 잃지 않으려 애를 쓰는 무대 위 배우분들 모두에게 애도의 박수를. ㅠ.ㅠ
특히 푸른학 들어가기 전에 숨죽인 그 순간에 한동안 지속적으로 울려 퍼지던 괴성 ㅠ.ㅠ 
그 소리에 몰입이 확 깨지던데, 그래도 은생은 끝까지 잡은 감정선을 놓지 않고 잘 살리더라.

오늘 관크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참;;
2막 시작전에 관객에게 관람 주의사항이 한 번 더 방송된 걸 보면 인터미션 시간에 항의가 꽤 들어갔겠지.
(뭐, 나는 2열이라 뒤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선 소리만 들렸으니까;)

그래도 오늘 재미있었던 거 하나 꼽자면, 홍랑과 김생의 첫 만남에서 김생이 나무에서 내려오다가 상투 머리가 꽃에 걸려서, 몇 가닥은 꽃이 잡아채가고, 그거 빼내느라 살짝 머리가 흐트러졌었다.
근데 그 머리가 토사구팽에서 이리저리 다굴당하는 와중에 풀려버린 거지. 의도치 않게 포니테일이 되버렸다고 할까.
근데 그게 무협극에 나오는 낭인들 머리같다고 할지, 봉두난발이긴 한데, 하여간에 좀 색기가 넘치더라는.
게다가 이리저리 채이는 역이라 불쌍한데 색기까지 더해져서, 홍생이 김생이랑 눈 맞추는 장면에서 묘한 분위기까지 만들어지더라.

하여간 이런 레어템이라도 득템이라고, 이걸로 오늘 공연에 대한 위로를 받았다. ㅠㅠ

+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이런 행사 자체의 취지는 공감을 하고,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 관람전 주의 사항이라던가, 뭔가 쾌적한 관람을 위해 뭔가 조치를 하거나, 관리자를 좀 더 두거나 했어야 하지 않나 싶지만, 뭐든 한계가 있는 법이니..

피맛골 연가
일   시 : 2011. 09. 02(금) 20:00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홍랑 - 조정은,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내가 피맛골 초연부터 매일 저녁공을 돌고있는데, 정말 오늘 공연이 최고였다.

만사이 상은 무대는 살아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참 와닿았던게, 무대와 관객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기 때문에 공연의 완성도와 별개로 객석과의 소통이 되었는가가 참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 관객 반응도 최고였다.
빵빵 터질 부분에서 제대로 터져주고, 환호와 박수로 배우들에 호응해주고.

가슴에 품은 슬픔과 한을 능숙하게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대범한 은생
당차고 활달하면서도 단아한 우아함을 결코 잃지 않는 은랑
언제나 그렇듯 묵직하게 무게를 잡아주는 행매
악역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사연을 짐작케 하는 깊이있는 악역 홍생
다섯번째 주인공,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실력 출중한 앙상블까지.
오늘 정말 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균형 잘 잡힌 레전드 공연이었다.

정말 이 벅차는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할 말을 잘 못찾겠다.
어차피 시간도 늦어서 극세사 후기는 무리, 난 기억나는 대로 오늘의 디테일이나 정리해야겠다.

오늘 홍생이 토사구팽에서 대청마루 내려오다 미끄덩하는 실수가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노래는 흔들림이 없었고, 곧장 일어서서 바로 다음 파트로 매끄럽게 넘기는 걸 보면서, 임현수 배우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조만간 더 큰 배역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푸른학, 아~ 푸른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은생의 푸른학은 초반엔 너무 아프고, 슬프고, 1절에서 살짝 갈라지며 바람 소리처럼 잦아드는 '우는데~'는 언제 들어도 참 애잔하고, 2절에서는 울분을 토해내듯 절규하는데, 어우 진짜 절창이었다.

홍랑의 방에서 부르는 노래는 오늘도 참 구성지고 좋았다.

살구꽃 밤비 머금어 붉게 피고 / 버들잎 푸르러 안개를 이었네
떨어진 꽃잎은 아직 쓸지 아니하고 / 소쩍새 우건만 손님 아직 잠 못드네


어쩌면 이렇게 은근하고도 아련한 연시인지.
살구꽃 홍랑과 푸른 버들 김생이 잘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오늘 김생이 칼맞고 끌려나갈 때, 전엔 한쪽에 내동댕이 쳐진 홍랑이 그 자세대로 홍생의 '돌아와 돌아와'를 듣는데, 오늘은 홍랑이 아예 오라버니 쪽은 쳐다도 안보고 끌려가는 김생에게 눈을 못떼고, 그쪽으로 무릎 걸음으로 따라가는데 정말 울컥하더라. ㅠㅠ

뭐 다 좋다고 쓰고있지만, 오늘 공연에서 최고로 좋았던 게 어떤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은랑-은생의 완벽한 하모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전에도 좋았는데, 오늘은 그 이상이었다. 진짜 이건 완벽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이루는 화음, 절절함이 정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는데, 그건 두 사람이 부르는 모든 넘버에서 그랬다는 거다.
감정선의 일치까지는 좀 어려운 경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덕에 아침이 오지 않으리에서 눈물이 차오르더라.

내가 오늘 공연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냐면, 쥐떼와도 완벽하게 화해를 했다는 거. ㅠㅠ
이젠 그냥 얘들도 사랑스러워.

좋은 공연 보여준 배우들에게 기립박수 말고 해줄게 뭐가 있겠는가.
벅찬 감동을 안고, 나는 내일 공연도 기대를 품고 세종문화회관을 찾아갈 것이다.

피맛골 연가
일   시 : 2011. 08. 31(수) 20:00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홍랑 - 조정은,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재관람이 반복되면 단점은 안 보이고 장점만 보인다는게 사실입니까?
- 트루입니다. --;;

- 하여간 여러번 보다보면 저 정신없는 전개도 무슨 소린지 다 알아먹는데다가 구멍 숭숭 뚫린 부분은 혼자 망상으로 채워넣기도 하며, 원래 회전문의 묘미는 이런 거라며 자기 합리화. 

- 오늘은 행매 양희경님이 참으로 감수성이 넘치신 날이었다.
2막 앞 부분.
중간계에서 깨어난 김생과 혼령이 되어 나타난 홍랑이 서로 스쳐가고, 김생이 절절하게 홍랑을 부르짖다 행매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으면, 행매가 그녀는 혼령이 되어 저승을 떠돌고 있다고 대답하는 장면.
그런데, 이 부분에서 김생이 혼령이라니 무슨 말이냐고 하면, 행매가 홍랑의 자결을 알려주고, 그럼 김생이 그럴리 없다며 부정하는 흐름으로 가야하는데, 행매 님이 대사를 잊어버리셨는지, 아니면 순간적으로 울컥하셨는지, 홍랑이 김생이 죽은 줄 알고 자결했다고 알려주는 부분을 건너뛰고, 자네와 그 아가씨의 이생에서의 인연은 그걸로 끝이었다고, 자네는, 산 사람은 어떻게든 힘을 내어 살아야 한다...고 가신 거다.
근데, 참 뭐랄까, 그 순간의 감정선이 행매가 아닌 양희경님의 감성이라는 느낌이라,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목소리도 흐느끼고 있어서, 이 불쌍한 연인을 어쩌나, 이 가여운 것들을 어쩌면 좋은가...뭐, 이런 느낌이더라.

하여간, 김생이 대사 칠 타이밍을 놓치고 행매가 저만큼 나가버린데다 본인도 당황하셨는지 중언부언 이어가셔서 이걸 어찌 하려나 했더니, 와우~ 박은태 언제 이렇게 노련한 연기자가 되었나. 저렇게 헝클어진 사이에 '지금 내게 홍랑이 죽었다는 소릴 하는 거요!'라며, 감정선을 흐트리지 않고 다시 원래 대사가 나올 수 있도록 되돌리더라.
그제서야 비로소 행매가 '자네가 죽은 줄 알고 자결을 했네.'라고 원래 대사로 돌아가, 김생은 드디어 '그럴리 없소. 날 더러 그렇게 살라고 하던 홍랑이 그럴리 없소!' 라고 흐름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첫 관람자는 이게 원래 극의 흐름인 줄 알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 쓰릴한 난국을 헤쳐나간 노련함에 박수를 보내며, 난 오늘 이 부분을 본 것만으로도 그냥 다 좋았다.
그런데, 행매 뿐만 아니라, 오늘은 은생, 은랑, 홍생까지 다들 아주 감성들이 풍부해서 감정선 따라가는 재미가 또 쏠쏠했다.

- 푸른학 이후 광에서 홍랑과 김생의 대화.
김생이 홍랑과 이런 식으로 만난 것에 대해 되게 면구스러워 하는구나..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호감을 갖고 있던 여인 앞에서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여야한다 자괴감도 느껴지고,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시오!" 버럭하는 모습이 늘 허허실실하던 그 김생이 아니라, 그래서 더 자포자기하듯 툭툭 내뱉는 것 같더라.

- 하여간 난 오늘도 만족스럽게 관람하고 돌아왔고, 내일 공연 양도표를 찾아 떠돌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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