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연가
일   시 : 2011. 09. 02(금) 20:00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홍랑 - 조정은,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내가 피맛골 초연부터 매일 저녁공을 돌고있는데, 정말 오늘 공연이 최고였다.

만사이 상은 무대는 살아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참 와닿았던게, 무대와 관객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기 때문에 공연의 완성도와 별개로 객석과의 소통이 되었는가가 참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 관객 반응도 최고였다.
빵빵 터질 부분에서 제대로 터져주고, 환호와 박수로 배우들에 호응해주고.

가슴에 품은 슬픔과 한을 능숙하게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대범한 은생
당차고 활달하면서도 단아한 우아함을 결코 잃지 않는 은랑
언제나 그렇듯 묵직하게 무게를 잡아주는 행매
악역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사연을 짐작케 하는 깊이있는 악역 홍생
다섯번째 주인공,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실력 출중한 앙상블까지.
오늘 정말 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균형 잘 잡힌 레전드 공연이었다.

정말 이 벅차는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할 말을 잘 못찾겠다.
어차피 시간도 늦어서 극세사 후기는 무리, 난 기억나는 대로 오늘의 디테일이나 정리해야겠다.

오늘 홍생이 토사구팽에서 대청마루 내려오다 미끄덩하는 실수가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노래는 흔들림이 없었고, 곧장 일어서서 바로 다음 파트로 매끄럽게 넘기는 걸 보면서, 임현수 배우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조만간 더 큰 배역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푸른학, 아~ 푸른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은생의 푸른학은 초반엔 너무 아프고, 슬프고, 1절에서 살짝 갈라지며 바람 소리처럼 잦아드는 '우는데~'는 언제 들어도 참 애잔하고, 2절에서는 울분을 토해내듯 절규하는데, 어우 진짜 절창이었다.

홍랑의 방에서 부르는 노래는 오늘도 참 구성지고 좋았다.

살구꽃 밤비 머금어 붉게 피고 / 버들잎 푸르러 안개를 이었네
떨어진 꽃잎은 아직 쓸지 아니하고 / 소쩍새 우건만 손님 아직 잠 못드네


어쩌면 이렇게 은근하고도 아련한 연시인지.
살구꽃 홍랑과 푸른 버들 김생이 잘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오늘 김생이 칼맞고 끌려나갈 때, 전엔 한쪽에 내동댕이 쳐진 홍랑이 그 자세대로 홍생의 '돌아와 돌아와'를 듣는데, 오늘은 홍랑이 아예 오라버니 쪽은 쳐다도 안보고 끌려가는 김생에게 눈을 못떼고, 그쪽으로 무릎 걸음으로 따라가는데 정말 울컥하더라. ㅠㅠ

뭐 다 좋다고 쓰고있지만, 오늘 공연에서 최고로 좋았던 게 어떤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은랑-은생의 완벽한 하모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전에도 좋았는데, 오늘은 그 이상이었다. 진짜 이건 완벽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이루는 화음, 절절함이 정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는데, 그건 두 사람이 부르는 모든 넘버에서 그랬다는 거다.
감정선의 일치까지는 좀 어려운 경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덕에 아침이 오지 않으리에서 눈물이 차오르더라.

내가 오늘 공연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냐면, 쥐떼와도 완벽하게 화해를 했다는 거. ㅠㅠ
이젠 그냥 얘들도 사랑스러워.

좋은 공연 보여준 배우들에게 기립박수 말고 해줄게 뭐가 있겠는가.
벅찬 감동을 안고, 나는 내일 공연도 기대를 품고 세종문화회관을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