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25(수)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박철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박형규, 아마데 - 곽이안 외

* 한 줄 요약 - 음향팀, 이게 최선입니까. ㅠ.ㅠ

- 모차르트!의 Overture는 내가 좋아하는 서곡 중의 하나인데, 얼마나 잔인한 인생 -> 왕자는 떠났네 -> 마음 굳게 먹어라 -> 나는 나는 음악 -> 황금별로 이어지는 애잔하면서 서정적인 멜로디의 흐름이 좋다. 특히, 왕자는 떠났네의 오보에와 마음 굳게 먹어라에서 들려오는 호른 소리가 참 좋다. 르베이 씨의 관악부 사용은 참 귀신같은데가 있어서,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 트럼펫을 정말 적절하게 잘 쓰신단 말이지.

오버츄어에서 무대는 공동묘지...처럼 보인다. 공동묘지가 아니라, 공동묘지 처럼..인 이유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비석을 대신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굳이 따지자면, 음악의 무덤이라고 할까. 그리고 오른편 허공에 떠있는 천체가 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보면 볼 수록 달이 아니라, 화성이나 금성으로 보인다. 그것도 무늬를 봐서는 화성보다는 금성 처럼 보이는데, 내가 너무 확대 해석인건가.

- 어쩌다 보니 계속 펠릭스 아마데만 만나다가 오랜만에 이안 아마데를 보니까, 아~ 정말 작고 소듕;; 여기 인형이 살아서 걸어다녀요~ 어찌나 깜찍한지. 전에도 썼지만, 이안이는 적어도 피아노를 배웠을 거 같다. 피아노 핸드 터치 싱크로율도 높고, 바이올린도 음악에 맞춰서 제대로 보잉하는 거 보면, 연주라도 할 것 같은 기세. 실제로 저렇게 쪼끄만한 아이가 짧은 손가락을 현란하게 놀리며 피아노를 치거나 바이올린 연주를 해내는 걸 본다면 대부부은 저런 신동이 있나 하면서 신기해하는게 당연하겠지. 그런데 아역한테 이런 말 하는 건 뭔가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음악 상자 열리고 신내림받는 씬(실제와 다름)에서 조금만 연기를 해주면 안될까. 연출 디렉션은 간단했을 거 같지만, 그 장면 배경 음악이 꽤 길어서 참 뻘쭘하다. 이건 형인 펠릭스도 마찬가지라 뭐;; (이안이보다 펠릭스가 형 맞겠지..?)

- 은촤의 아빠바라기가 완벽 부활했다. 재/삼연에 비해 질풍노도의 반항아인가 했더니, "착한 아들" 속성이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건 아니었는가보다.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나도 아빠를 사랑해, 하느님 다음 최고로~' 하면서 팔을 벌렸다 앞으로 모으고는 귀엽게 웃는데, 문젠 입으로만 사랑하는 아빠는 그런 아들 얼굴을 쳐다도 안 본다는 거. -_-; 누가 나만큼 아빨 사랑해~ 할 때도, 고개 쭉 빼고 실없는 웃음 흘리면서 아빠를 쳐다보지만, 끝내 아버지는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돌아서 가버리고, 뒤에 남은 은촤는 실망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아빠를 따라 나간다.

황금별에서도 정말 남작부인 쪽으로는 거의 시선을 주지 않고, 간절한 시선으로 아빠만을 쫓는다. 어떻게든 자신을 이해받고싶고, 아버지를 설득하고 싶은 그 마음이 느껴지는데, 아버지는 끝내 그 시선을 외면한다. 넌 여기 남아야한다는 소리에 설득하는 목소리도 참 애달프다. '아버지가 저를 더 자랑스러워하실 거라고요.' 조근조근, 그러면서도 호소력있게 설득하려고 애쓰는 은촤와 철벽을 두르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한 아버지의 태도는, 라푼젤과 마더 고텔의 그것과 닮아있다.

- 은촤 전관...이라고해도 이제 겨우(?) 일곱번째 공연인데, 내운명은 볼때마다 더 더 좋아지고, 레젼 갱신. 이날 달라진 디테일 중에 '이 운명 앞에 지는가'하는 가사 부분에서 한쪽 무릎 꿇고 주저앉아있다가 '그렇겐 못해!! 난 할 수 없어' 라면서 박차고 일어나서 거부의 몸짓을 하는데, 그 순간 '내 운명 피하고 싶어'라는 명제가 은촤라는 그 존재 전부를 통해서 흘러나와 표현되는 그 느낌이 전율이더라. 이게 오르막 길을 뒷걸음으로 오르려다 균형을 잃고 쓰러진 건지, 은촤가 의도한 건지 모르겠는데, 난 진심으로 가슴에서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단말이지.
붉은 조명 속으로 점프하며 뛰어드는 실루엣은 참으로 시원스럽고 아름답지만, 눈이 아플 정도의 그 붉은 빛은 역시 불길하다. 그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처럼.

- 지난 후기를 읽다가 뭐가 빠진 거 같아서 보니, 내가 콘스탄체에 대해서는 일절 뭐라고 써놓지를 않았더라. 음, 그만큼 이번 사연에서 콘스탄체의 위치는 많이 축소되기도 했고;;
그런데 이날 눈에 들어왔던 게, 소향 콘스가 예술가의 아내 rep.에서 마술피리 작곡에 여념없는 볼프강을 바라보며 절망하다가 볼프강이 자기 쪽은 쳐다도 안보고 '곧 따라갈게'하는데, 은촤 손 끝을 살며시 잡았다가 스스르 놓는 디테일이 정~ 말 좋았다. 그러니까 이 아주 사소한 동작 하나가 내가 그동안 정말 바래왔던 콘스탄체의 마음을 느끼게 해줘서 얼마나 좋았는지. 음악밖에 모르는 네 옆에서 나는 외로움에 지쳐서 이렇게 떠나지만, 내 진심은 니가 지금이라도 나를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볼프강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리고 아직도 사랑하는 콘스탄체를 느끼게 해줘서 좋았다. 

- 민주교와 은촤의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은 뭐 다시 말해 뭐하나 싶을 정도로 좋았지만, 오늘도 민주교님이 살~짝 박자를 놓치셨다. 이 곡이 결코 쉬운 박자가 아닌 거 아는데, 조~금만 집중해주세요. 그리고 민주교님도 디테일에 변화를 주셨는데, 첫번째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할때, 뒤에 잘못된 길을 힘줘서 지르는 게 아니라, 꼬득이는 투라고 할지, 목소리에 힘을 빼고 내 말을 들어~ 하듯 좀 나긋하게 부르시더라. 그리고 거기에 반격하는 은촤는 진짜 어쩌면 저렇게 힘에 부친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서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민주교를 밀어붙이는지 불가사의. 분명 목소리는 힘이 없는데, 절대 묻히지 않는 목소리란 말이지. 내 표현의 한계인데, '받아들일지 포기해 버릴 건지'에서 둘이 맞붙을 땐 같이 성량 자랑하면서 맘껏 질러주는데, 솔로 파트에서는 소리 반 공기 반이라고 할지, 목소리 자체는 힘겨워 하는 느낌인데 그게 오케스트라든 앙상블이든 묻히지 않고 또렷하게 들려서 신기하다.

-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서 앙상블의 박력이 고스란히 볼프강을 짖누르는 압력이 되어 숨도 쉬지 못하고 말라가는데, 이안이는 귀엽게 생겨가지고 그렇게 야물딱지게 은촤를 닥달해댈 수가 없다. 잠시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고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그를 흔든다. 그리고 진짜로 숨을 헐떡이며 악보에 음표를 그려넣는 은촤. ㅠ.ㅠ

- 마지막 침대 씬에서 은촤가 스르륵 넘어가는데, 앉은 자리가 침대 헤드에서 좀 멀어서 헤드에 머리를 기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그 부자연스럽게 옆으로 쓰러진 자세로 버티면서 노래를 하는데, 분명히 저거 목힘으로 버티는 건데, 어떻게 음정하나 흔들리지 않고,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목소리 컨트롤하면서 감정을 다 실어 부르는지 감탄했다. 그러더니 마지막에 와서는 그냥 침대에 머리 쳐박고 노랠 하는데, '내 어린 시절 그리고 나의 누나, 내 아버지 나의 사~랑~' 진성으로 쭉 올려 부르는데, 온갖 자세로 노랠 하면서 흔들림없었던 난 괴물이 살짝 생각났다. 어우, 괴물로 단련되면 저런 자세에서도 이 정도 안정적인 가창이 되는구나.

- 내가 모차르트 오프닝 장면을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게, 모차르트 장례식 날은 비가 퍼붓는 날씨여서 콘스탄체를 비롯한 가족 누구도 모차르트의 장지까지는 따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모차르트가 어디 묻혔는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콘스탄체는 자신있게 '여기에요.'라고 매스머 박사를 인도할까...하는 거였다. 뭐, 이건 뮤지컬이니까 하고 넘어갔는데, 와우~ 아드리안이 이걸 한 방에 해결해주더라.

극의 마지막 모차르트의 죽음에서 베버 부인은 모차르트의 유품 중 돈을 가져가고, 콘스탄체는 시체팔이를 했는데, 무덤에서 두개골을 꺼내고 좋아하던 매스머 박사 앞에 장피엘(로 추정)이 또 다른 두개골을 꺼내보인다. 그러자 뒤에서 돈 받아 챙긴 콘스탄체를 흘겨보는 매스머 박사의 모습을 통해, 결국 콘스탄체가 알려준 무덤도 모차르트의 진짜 무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아드리안 브라보~

결국 모차르트의 유산 중 제일 좋은 몫 - 음악은 난넬의 차지가 되었다. '끝나지 않는 음악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밤이나 낮이나 수많은 침묵 속에 다시 태어날거야'라고 그의 음악은 영원하리라고 고하는 뒤로 쓸쓸히 등장한 볼프강은 죽어서도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어쩌면 좋을까.

- 세종문화회관이 원래 뮤지컬하기에 좋은 공연장은 아니다. 광활하기 그지없는데다가 오케스트라 피트도 무지하게 넓어서 1열과 무대 사이가 적어도 6m이상 떨어져 있다. 애초에 연주회, 혹은 발레, 오페라 용 극장으로 만든 거니까. 그래도 그런 공연장을 대관받아서 뮤지컬을 올린 거였으면, 음향 설계를 좀 제대로 하던가. B,C,D 구역 다 앉아봤는데, 음향 밸런스를 C 구역 기준으로 맞췄는지, C 구역에선 개미 허리만큼 괜찮은 음향이 사이드로 가면 여지없이 뭉개진다. 특히 D구역 쪽에 퍼커션이 배치되어있어서, 그놈의 드럼, 스네어 뚱땅거리는 소리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거 같더라. 내 다시는 D구역 앞으로는 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공연이 중반을 향해가는데, 진심으로 묻고싶다. 음향팀, 지금 이 세팅이 최선입니까? 내가 위키드의 건조한 생목소리인 듯한 세팅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70% 뒤엎었다는 가사는 알아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언제까지 물먹은 솜 틀어막은 거 같은 거지같은 음향에 시달려야하는지.
이렇게 음향팀에게 진심으로 화가 나는 건 이날 공연이 저~엉말 좋았기 때문. ㅠ.ㅠ 빌어먹을(feat. 은촤)

+ Tag 정리 하다가 보니까, 딱 3년전에도 나는 같은 날짜에 은촤를 봤더라.
그날 후기를 읽어보니, 레퀴엠에서 죽음씬까지 이어지는 부분에서 내 감상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새삼 All New라고는 해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걸 확인했다. 결국 신의 품으로 돌아간 아마데와 껍데기만 남은 볼프강이라는 구도는 달라진 게 없다. ㅠ.ㅠ

11. 06. 25 - 모차르트!(박은태/정선아/서범석/민영기/탕준상/에녹)
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22(일) 19: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임정희, 콜로레도 대주교 - 김수용, 레오폴트 모차르트 - 이정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차지연,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김현숙, 쉬카네더 - 조성지, 아마데 - 윤펠릭스 외

* 한 줄 요약 - 얼마나 더 좋아질건가

- JCS나 프랑켄슈타인 때, 제때 써서 올리지 못한 후기들 때문에 이번 모차르트!는 강박적으로라도 후기를 쓰고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은태 스케줄이 더블일 때랑 트리플일 때 이렇게까지 여유로워지는 건가...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주 4~5회 공연이냐, 주 2~3회 공연이냐는 전관(;) 찍는 입장에서는 참 다르구나 싶;;; 아니, 트리플에 은촤 스케줄이 지금같아서 다행이다. ㅠ.ㅠ 더 빡빡했으면 나도 내가 어찌되었을지 장담을 할 수 없다.

- 이번에 내가 사연 모차르트!를 이렇게까지 열광적으로 달리게 된 데 큰 일 한 "나는 나는 음악"과 언제나 그 곡 하나만 잘 불러주면 더 바랄 게 없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그리고 새로 추가된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진짜 EMK는 싹 뒤엎은 All New라고 광고를 했으면 음원이든 뭐든 좀 풀어라. ㅠ.ㅠ 그거 푼다고 달리던 거 안 달릴 거도 아니고.

- 나는 나는 음악 시작 전 브릿지 음악, 거울이 내려올 때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이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서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하는 부분이라, 이런 짤막한 브릿지 음악까지 정말 치밀하게 짜넣었구나 새삼 감탄했다. 볼프강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조우하게 되지만, 조금은 우울하기까지 한 그 선율은 관객들에게 이제 나타날 존재가 "귀여운 아이"의 외관을 하고는 있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소리로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그 음울한 공기를 흩어놓는 맑고 가벼운 신디사이저 소리가 시작된다. 거기에 지지않는 영롱한 은촤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구슬같이 예쁜지. 자기 손 예쁜 거 자기도 알아서 참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보기 좋고. (손팻치;;;)

1막의 은촤가 살짝 재/삼연의 볼프강 스럽게 어려지기는 했는데, 뭐라할까, 그냥 어려지기만 한 게 아니라, 진폭을 키운 느낌이다. 유치한 장면에선 더 어려지고, 진지하고 반항기 넘치는 청년일 때는 또 급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할지.
예를 들어 베버 가족과 만나는 장면에서 은촤는 들이대는 그집 아가씨들에게 당황하며 순진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알로이지아에겐 자기가 먼저 찝적대는 여자 밝히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프락토 공원에서는 저런 한심하고 한량같은 인간이 있나 싶다가도 "저급"이라는 단어에 확 돌아서 귀족 나으리를 거칠게 몰아붙이기도 한다. 뭐 그냥 재밌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지만ㅋㅋㅋ 콘스탄체와의 데이트에서도 참 빙구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데, 또 딱 결정적인 순간일 때 한 방이 있다. (아, 알사탕 넣고 웅얼거리는 거 진짜 연출가 붙들고 절이라도 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모차르트라는 인간이 그렇게 모순덩어리다. 아니, 모차르트 뿐이겠나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런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는 똥과 방귀를 좋아하면서도 천상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방탕한 가운데서도 아버지를 하느님 다음으로 사랑한다던 순종적인 아들이며, 광기와 난잡함 속에 논리적이고 잘 짜여진 음악을 만들어낸, 그러니까 희대의 천재 소리를 듣는 얼간이. 36년을 살면서 600곡이 넘는 음악을 작곡한 게으름뱅이. 자존심,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지만, 그만큼 세간의 평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서 치장하기를 좋아한 못난이.

그런 볼프강이 비로소 대주교로부터 시원하게 독립 선언하게 되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이날 은촤 목상태는 시작부터 매우 쌩쌩하기에 기대가 좀 있었는데, 어우 졌다, 졌어. OTL  내가 지난 번에 17일 자체 레젼 어쩌고 그랬는데, 17일보다 더 좋더라. 이거이거 앞으로도 더 좋아질 여지가 아직 있는건...가? 모르겠다. 어떻게 이렇게 좋아지지? 하늘을 찌를 듯이 날카로운 고음이 공명을 일으키며 광활한 세종 홀을 가득 메우는 그 목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이러니 내가 전관 안 찍고 배기겠냐고. ㅠ.ㅠ 게다가 1막보다 2막이 더 좋은데 말이다.

- 프리뷰 이후로 김수용 주교를 참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아~ 여전히 주교로서의 위엄은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의 문제인지, 아니면 분장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가볍고 경박하다. 그래서 레오폴트가 그 앞에서 굽신거릴 때, 아니~ 뭐에 저렇게 굴종하시는 건가 싶어진다. 오히려 은촤가 바락바락 대들 땐, 살짝 동년배의 싸움으로 보이기도 하는 면이 있기는 한데, 젊은 대주교라고 생각하고 봐야할까. 더블 캐스트가 사연까지 이어오는 민주교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렇게 비교하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뭔가 아직까지 이렇다할 수용 주교만의 개성을 발견하지 못해서 아쉽다. 빈에 남겠어 넘버에서도 민주교는 '뭐야 저놈은!' 할 때 진심으로 역정을 내면서 등장하는데, 수용 주교는 별로 짜증나는 기색도 없이 그냥 노래를 하면서 등장. 좀 맥이 빠진다. 이후 대응도 마찬가지라 아직까지 역에 몸에 붙지 않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특히 2막의 '어떻게 이런 일이(사연에선 위대한 음악이던가?)'에서 발성이 아쉽다. 딕션이 불분명하다가 보다는 그 툭툭 던지는 창법때문에 이 곡과 잘 맞지 않는달지. 모차르트에게 느끼는 열등감, 질투심 같은 게 잘 들어오지 않아서 이 뒤에 따라오는 '쉬운 길은 잘못된 길'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쉬운 길은 민주교 은촤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목소리 톤이 유사한 수용 주교와 은촤의 대결은 좀 심심한 편이었는데, 은촤가 마지막에 '후회는 없어!!' 하고 지를 때, 오케스트라 끝난 뒤에까지 밀어붙여 질러줘서 주교를 질리게 만들었던 게 인상에 남는다.

- 왠지 오랜만인 것 같은 이정열 씨의 레오폴트. 아~ 역시 시원시원한 가창력에 또렷한 딕션, 확실한 박자감. 믿고보는 아버님. 박철호 씨의 "한국형" 아버지 연기도 나름 괜찮았지만, 노래만 시작하면 자체적으로 인터미션을 하게 만드시니; 정열 레오폴트는 아들에게 엄격한 아버지이면서 한 편으로는 그 아들을 천재로 키워낸 것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아버지다. 그래서 자신의 그늘을 벗어난 아들에게 더 크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아버지. 참 이 짠한 부자를 어찌하오리까.

- 이날 새로 만나는 캐스트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분이 차지연 씨였다. 모차르트의 남작부인 역은 신영숙 씨 대체불가의 캐릭터로 굳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차지연 씨의 남작부인 캐스팅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미 그 캐릭터는 이 배우 아니면 상상할 수 없다!! 고 고착화 된 상태에서 그 배역에 도전할 용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지연 씨는 굉장히 용기있는 도전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모차르트의 남작부인은 신영숙 씨의 아성이 너무도 단단한데, 일단 차지연 씨의 남작부인은 첫인상이 좋았다. 대단히 좋았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차지연 만의 남작부인을 만들어온 것이 보였다. 그게 완성된 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투영할 정도로 신영숙 씨와는 차별화 된 남작부인을 만들어 온 것을 칭찬해주고 싶다. 내가 차지연 씨를 본 게 아이다와 서편제 뿐이어서, 신영숙 씨처럼 앙상블의 고음을 이끌어줄 정도의 역량이 될까 의심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더라.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서 충분히 앙상블을 이끌어주고, 또 거기에서 볼프강에게 던지는 싸늘한 시선은 확실히 신영숙 씨와 다른 남작부인이었다.

- 모차르트!모차르트! 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촛불이 꺼져가듯 생명력이 스러져가는 볼프강. 그걸 지켜보는 나도 같이 생기를 빨리는 것 같다. 마른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소리로 신이 주신 운명을 지키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쳤다며 흐느끼다 외치는 '나의 사랑~~~' 쭉 올려줄 땐 감정이 같이 고양되면서 눈물이 쏟아진다. 무엇하나 남은 게 없는 그 인생이 가엽고, 그래도 음악은 영원히 남는다는 앙상블의 음성이 어찌나 서글프던지.
더 서글픈 건 죽은 후에도 여전히 볼프강은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지. ㅠ.ㅠ 죽어서도 고통받는 볼프강인가. ㅠ.ㅠ
젠장, 아드리안이고 쿤체고 왜이리 모차르트를 괴롭히는 거냐. 그리고 난 뭐가 좋다고 이걸 무한반복하고 있느냐고;

하여간 이건 다 은촤탓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