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Mozart!)

일   시 : 2014. 06. 11 ~ 2014. 08. 03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극일 : 2014. 06. 17(화) 20:00
연   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볼프강 모차르트 - 박은태, 콘스탄체 베버 - 김소향, 콜로레도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모차르트 - 박철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 신영숙, 난넬 모차르트 - 배해선, 체칠리아 베버 - 이경미, 쉬카네더 - 조성지, 아마데 - 윤펠릭스 외

* 한 줄 요약 - 화요일스러운 공연, 그러나 2막이 살렸다.

- 직장인에게 월요병이 있다면 공연계에는 화요병이라는 게 있다한다. 그래도 대게는 다들 프로니까 그렇게까지 티가 나지는 않는데, 이날의 모차르트!는 오케도 배우도 무대도 다들 삐끗삐끗.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항상 베스트일 수 는 없을 거라고 이해는 한다. 그러나 뮤지컬 티켓값 한두푼 하는 거 아니고, 다들 나같이 홍익뮤덕의 정신으로 객석에 앉아있는 거 아니고, 귀중한 시간, 돈 들여서 공연을 보러오는 거다. 그것만 명심해서 공연해주면 좋겠다.....만 뭐 그래도 좋다고 달리는 나같은 사람이 있으니, 결국 내가 제일 문제인가? -_-;

- 1막의 은촤가 묘하게 어려졌다. 살짝 재/삼연의 볼프강이 떠오를 정도까지 갔는데, 음....난 애새끼어린애는 취향이 아니라서. 부디 '밝고 명랑한'이 '어린'으로 해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기본적으로 볼프강이 가지고 있는 똘끼, 광기, 유쾌함, 유아기적 유치함을 뭉뚱그려서 '어리다'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삼연까지는 저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었지만, 사연에서 연출과 극의 방향에서 보면 어울리지 않거든. 아직까지 그렇게 밸런스가 무너진 정도는 아니지만, 더 나가는 건 싫다.

- 뭔가 어수선하고 미묘하게 삐끗대던 1막이 정리되는 건 역시나 '여기 빈에 남겠어' -> '내 운명 피하고싶어'로 이어지는 1막의 절정부. 민주교님이 살짝 박자가 어긋났지만, 여기서 난 한 사람의 예술가이며 자유인이라고 선언하는 볼프강의 단호한 태도, 대주교 앞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대거리가 참 좋다. 난 자유다~ 이후에 그 후련해 보이던 미소가 아마데의 등장으로 흐려지면서 시작되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특별한 내운명이었다. 지금까지(11,13,15,17...뭐냐;) 13일 내운명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깨버리더라. 어떻게 살아!! 하고 확 긁으며 절규하는데, 아마데가 묶어놓은 속박의 끈처럼 자신을 옭아맨 운명을 진심으로 부정하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구나 하는게 느껴지더라. 진짜 내가 본 중에는 최고의 내운명이었다.

늘 하던대로 하는 건 쉽다. 그러나 알게된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도 사는 건 여전히 어렵다. 결코 익숙해지지도 수월해지지 않는다. 그건 공부도 일도, 무대 위에 서는 배우도 마찬가지다. 하던대로 해서는 먹히지 않는다. 그걸 뛰어넘는 탁월함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날의 내운명은 박은태가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탁월함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랬던 만큼 아쉬운 점도 있는게, 볼프강은 자유로운 예술가로 살겠다고 아버지도, 대주교도 벗어났는데, 끝내 떨쳐버릴 수 없었던 운명, 아마데는 과연 어떤 의미인지가 아직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거. 저렇게 진저리 치면서 탈출에 성공! 씐나게 점프하는 1막의 마지막 장면은 미장센적으로도 굉장히 아름답고 의미있는 장면인데, 아~ 아마데~

사실 여기서 아마데가 뭘 하는지 지켜보니 깨알같이 뭘 하기는 하더라. 너무 깨알같아서 눈에 안들어와서 그렇지. -_-;
볼프강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살 수 있느냐고 물으면 아마데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이럴 때만 지나치게 친절한 연출;) 그리고 나서 볼프강이 아름다운 교향곡이 여인의 살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나는 내 살고 싶은대로 살겠다고 할 때, 여기서 아마데가 악상을 억지로 잡아 끌어내는 동작을 하더라. 이제까지는 볼프강이 던져주는 악상을 받아적기만 하더니, 안 던져주니까 빼앗아서라도 가져간다는 그런 연출인거 같은데, 위에도 말했지만 너무 깨알같은 연출이라 눈에 잘 안 들어온다는;;

순서를 좀 비껴가지만, 이게 아마데가 혼란씬에서 볼프강을 공격하다가 콘스탄체가 들어오면, 아마데는 볼프강의 눈물 한 방울을 훔쳐가서 악보를 쓰더라. 이거 완전 발리는 설정인데 그거 캐치한 사람 얼마나 되려나. 적어도 그날 같이 본 내 친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공연을 좀 본다면 보는 친구이고, 이게 그날 두번째 관람인데도.

아드리안이 아마데의 비중을 어떤식으로 늘렸는지 알겠는데 그럼 그게 연출의 의도대로 연기가 가능한 연령대의 아역을 캐스팅해야했다. 지금의 아마데는 둘다 너무 어리다. 동선 외우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쫒아는 가지만 그 동작들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고, 어떻게 연기해야하는지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다. 물론 지금 하는 아역들도 나름 열심히 해주고 있고, 그 많은 동작 동선 다 외워서 실수없이 해내는 거 기특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기라고 할만한 걸 보여주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이라는 거지. 아마데를 너무 신동, 어린애로 촛점을 맞춰서 7살 전후로 설정한 거 같은데, 연령이 좀 올라가도 좋았을 거 같다. (탕이나 준서를 캐스팅하기엔 또 노래 한 소절 없는 이 배역이 배우 낭비 같기도 하지만, 지금의 탕이나 준서가 아드리안이 만들어놓은 아마데를 연기해준다면 얼마나 서늘하고도 악마적일까 ㅠ.ㅠ)

- 2막은 아마데의 비중이 1막에 비해 훠얼씬 늘어나게 되는데, 그 중 중요한 장면 중 하나가 수수께끼 장면이다. 내가 프리뷰 첫공을 보고 이 난잡하고 조잡하고 어지러운 장면 연출은 뭐냐며 사실 재/삼연의 연출을 좀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러번 보니까 이 장면의 의미 자체가 확 달라졌더라. 재/삼연에서 이 장면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건 그냥 볼프강이 꾸는 꿈이며 그의 무의식의 세계다. 앙상블의 의상이나 안무가 그런 환타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장치이며, 모든 건 볼프강이 가진 죄책감이 꿈으로 드러나는 그런 장면이었다.

그러나 사연에서 이 장면은 단순히 볼프강의 무의식, 꿈이라기 보다는 아마데가 불러일으키는 악몽 혹은 볼프강이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예지몽이다. 그런데 이 장면의 아드리안 연출이 지나치게 친절하다. 이건 뭐 거의 관객 입에 떠먹여 주는 수준의 연출을 보여주니까 그게 또 살짝 반감이 들지. 볼프강이 가족에 대해 지고 있는 부채 의식, 누나에 대한 죄책감, 부부 사이의 불안, 아이의 유산, 뜯어먹기 바쁜 처가와 끝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대주교까지 친절하게 보여주다가, 남작부인은 대놓고 커다란 열쇠를 들고 등장한다. 열쇠가 상징하는 건 너무나 명확해서;; (이 넘버의 제목이 수수께끼;;) 그리고 그 열쇠는 허망하게 부서지고, 볼프강은 아마데의 음악 상자 속에 갖혀버린다.
재/삼연에서 이 장면의 숨은 주인공은 아버지였다면, 사연에서 이 장면에서 아버지의 비중은 줄고 아마데의 비중이 확연하게 늘었다. 그렇게 아마데가 볼프강을 몰아붙이는 게 보이는데, 또 여기서 벽에 가로막히는 게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왜냐면 볼프강은 여전히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음악하고 있잖아;;  하다못해 콘스탄체를 그리면서 세레나데를 부를 때 조차 떠오르는 악상을 던져줄 정도인데;

- 이 뒤로는 잠깐의 성공 뒤로 꾸준히 내리막길이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픈 씬만 남아있는데, 왜 사랑해주지 않나요 이후 부터 어찌나 눈물을 줄줄 매달고 있던지, 결국 오른쪽에 검은 눈물자국이 남았는데, 그게 살짝 블랙 스완의 포스터가 떠오르면서 섬뜩함도 불러일으킨다. (전에 JCS할 때도 상처 분장 위로 눈물이 흘러내려서 마치 피 눈물을 흘린 것 같은 효과가 나더니)

- 쉬운 길은 잘못된 길. 은촤의 연기, 감정선, 민주교와의 대립 다 좋았는데,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조금씩 삐끗거리던게 이 곡에서 거의 재앙 수준으로 실수 연발. 민주교 박자 놓치고, 은촤도 한 소절 날리고 안해! 해야할 때 또 박자놓치고;;
그럼에도 이 넘버에서 보여주는 은촤의 연기에 그냥 다 놓아버리게 된다. ㅠ.ㅠ 창백하게 히마리가 하나도 없는 애가 꾸역꾸역 버티고 버티다가 이 환호성을 들어보라며, 이게 내 삶의 의미라고 하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며 그 환성에 젖어드는 모습이라던가, 마치 회광반조처럼도 보이는 세상 어디서도 내 음악이 들려온다며 대주교를 압박하는 장면도 너무 좋아서. ㅠ.ㅠ

(처음엔 이 넘버가 들어가는 타이밍이나 곡 자체가 생뚱맞다고 생각했는데 듣다보니 이게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둘이 엇갈리게 부르다가 딱 정면대결하면서 '받아들일지 포기해버릴 건지' 하고 같이 부르는 부분이라던가 화음을 이루는 부분 같은게 역시 르베이 곡이구나 했다.)

- 이어지는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진짜 숨도 쉬지 못하고 보게된다. 전엔 앙상블의 웅장한 떼창 감상하던 넘버였는데, 여기에서 은촤 연기가 정말 너무 처절해서 ㅠ.ㅠ 단 한 순간도 쉬지못하고 계속해서 음악을, 생기를 빨리는 볼프강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모르겠다. 온몸으로 바르작거리며 반항해봐도 이미 아마데에게 거스를 수 없는 볼프강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여서 침대에 널부러지고, 그런 볼프강을 향해 끊임없이 더 아름다운 음악, 더 성스러운 음악, 더 듣기 좋은 음악을 내놓으라며 닦달하는 앙상블의 탐욕스러움이 절정에 달하는 그 분에서, 또 결정적으로 오케와 신영숙 씨가 엇박이 났다. 여긴 명백히 오케가 반박자 먼저 들어간건데, 문정 음감님 ㅠ.ㅠ 담엔 잘 맞춰줘요.

- 볼프강 모차르트의 죽음은 끝까지 비참하고, 그의 음악만이 살아남았다고 확인 사살하는 피날레 역시 내겐 너무 커다란 슬픔이고. ㅠ.ㅠ 아마데와 아버지의 포옹을 바라보는 은촤의 물기어린 시선만 기억에 남는다.

- 다른 배우들 얘기를 해보자면, 박철호 씨의 레올폴드는 기대치를 낮추면 수용 가능, 조성지 씨의 쉬카네더는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더라. 이경미 베버 부인 역시 캐릭터 적으로는 김현숙 씨보다는 낫고, 넘버 소화 안되는 건 뭐 원래도 베버 부인 넘버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아마데 아역 둘을 놓고 보면, 이안이는 바이올린 연주할 때 보잉이 제대로다. 음악 공부한 듯, 피아노 핸드 터치도 제대로. 펠릭스는 너무 초보자 티가 팍팍. 그런데 연기 디텔 깨알같이 살리는 건 펠릭스이기는 한데 문제는 그 동작에 별로 의미부여가 안되는 어색함이 있어서. 그저 공연이 진행되면서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