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

일   시 : 2012. 03. 30 ~ 2012. 04. 29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관극일 : 2012. 04. 08 (일) 18:30
연   출 : 김재성, 음악감독 : 서유진
캐스트 : 모차르트 - 김호영, 살리에리 - 김준현, 콘스탄체 - 이해리, 알로이지아 - 최유하, 레오폴트 - 신성우, 난넬 - 홍륜희, 디바 - 허진아, 세실리아 - 최현선, 안나 마리아 - 장이주, 로젠베르크 - 성열석, 베버/요제프2세 - 장원령
줄거리 :
콜로레도가 모차르트의 가장 든든한 후원인이었던 지기스문트의 뒤를 이어 잘츠부르크의 대주교로 취임하며 모차르트가 균형을 잃고 동요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새로운 군주는 엄하고 권위적이며 모차르트의 음악에 무심하고 젊음의 혈기와 인간에 대한 무례함에는 몹시 민감하다.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의 삶을 견딜 수 없어 한다.
그가 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유럽의 한 도시로 어머니와 함께 태어난 곳을 떠나기로 결정한 때 그는 스무살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천재 작곡자의 여정은 실패와 잔인함만을 가지고 출발한다.
유럽의 어디에서도 그를 반기지 않았으며 그의 첫 사랑 `알로이시아 베버`에게는 쓰디쓴 실연의 아픔만을 얻으며 그를 내팽개치고 모욕을 주었던 도시 파리에서 어머니를 잃는다.
다시 돌아온 잘츠부르크에서의 삶은 그에게 더욱더 큰 삶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고 마침내 모차르트는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과 맞서게 된다.
그의 화려한 전성기를 꽃피우게 했던 그 곳 비엔나에서... 그는 환희의 승리의 순간, 경쟁, 그리고 추락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레퀴엠`을 미완으로 남겨둔 채 생을 마감하게 된다. [출처 > 플레이DB]

- 몇 번이나 반복해서 밝혀왔지만, 난 모차르트 빠순이다. 그러니 이 뮤지컬을 또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리가. 사실 지금 엘리자벳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힘겨운데, 여기에마저 빠지면 답이 없다 싶어서 자체 첫공을 좀 뒤로 미루고 미루다 갔다. 거의 반년 만에 다시 들른 성남아트센터는 여전히 멀고, 그리고 좀 낯설었다. 성남아트센터는 모차르트와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는 건지, 작년 뮤지컬 모차르트!로 은차르트를 이곳에서 만나고 그대로 공연 홀릭에의 전환점이 되었더랬는데, 참 아련한 기억이다.

- 오스트리아 산 모차르트!와 프랑스 산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후 모오락), 둘 다 모차르트의 일생을 뮤지컬로 만들어서 비교하기 딱 좋은 조건이지만, 우선 주제와 방향성이 다르고,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달라, 비슷한 듯 다른 평행 세계를 보는 느낌도 들면서 음악적인 방향도 참 많이 다르더라.
비슷한 점은 둘 다 모차르트를 시대의 반항아, 록스타의 이미지로 상징했다는 건데, 넘버들은 아무래도 뒤에 만들어진 모오락 쪽이 더 현대적이다. 모차르트!는 클래식한 선율에 락적인 느낌을 살렸다는 수준이라면, 모오락은 진짜 락 넘버다. 그리고 모차르트!는 철저할 정도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최소한으로 썼다면, 모오락은 꽤 많은 부분 모차르트의 음악을 사용한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그런데 모차르트 빠순이인 나로서는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이 짧게라도 흐를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려서 얼마나 좋던지. 특히 합창으로만 듣던 라크리모사를 디바 언니님의 솔로 곡으로 들을 땐 그냥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
그리고 찬양해야 마땅할 무용수분들!! 근래 본 뮤지컬 중에서 춤에 관한 한 모오락을 따를 작품이 없다.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진짜 무용수분들 등장할 때마다 왜 내 눈은 두 개뿐인가 싶고, 특히 2막의 '고통스러운 즐거움'은 무용수분들이 워낙 압권이라 메인 배우인 살리에리가 눈에 안 들어오는 지경이다. 부디 공연 끝까지 부상 없이 무사히 공연 마치시길.

- 아쉬운 점이라면, 앙상블 넘버가 좀 빈약하다는 것과 주인공인 모차르트를 제외하면 중요한 조연 캐릭터(특히 레오폴트와 살리에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야기로 보면 뮤지컬 모차르트!를 볼 때도 장면 나열식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모오락은 그 정도가 좀 더 심하다. 넘버 훌륭하고, 장면 안에서의 완성도는 높지만, 그게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일대기 뮤지컬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고.
주요 조연으로 등장하는 알로이지아나 콘스탄체는 비교적 캐릭터 설정이 잘되어있는데, 레오폴트나 살리에리에 대해서는 참으로 불친절해서, 쩔어주는 넘버 2개씩 던져주고 배우의 역량에 다 맡겨놓은 것 같더라. 이게 뮤지컬 모차르트!와 영화 아마데우스 사이에 모오락이 존재해서 생기는 일인지도 모르겠는데, 레오폴트는 그저 아들을 닦달하고 몰아세우는 존재로만 그려졌고, 살리에리는 충분히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는데, 좋은 넘버 2개 할당받고, 연기다운 연기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 배우들 이야기를 해보면, 피맛골 연가에서 만났던 최현선 씨(세실리아 베버 역), 넌가끔에서 만난 최유하 씨(알로이지아 베버 역)를 제외하면 다 처음 만나는 배우들이었는데, 우선 주인공 모차르트 역에 김호영 씨(이후 호촤)는 연기도 넘버 소화력도 훌륭했다. 나는 사전에 영화도 영상도 안 보고 넘버 몇 개 들어본 게 전부였는데, 그때 사실은 모차르트 넘버에는 별로 끌리지 않았었다. 살리에리 넘버 2개만 줄곧 들었는데, 뮤지컬 보고나니 모차르트 넘버들이 이렇게 좋았구나 싶었다. 거기에는 호촤의 연기력과 넘버 소화력이 한몫했는데, 특히 내가 거들떠도 안 봤던 '말썽꾼' 넘버가 이렇게 좋을 줄이야. 이날의 베스트 송을 꼽자면 단연 '말썽꾼'과 '장미 위에 잠들어'를 들겠다. 특히 '장미 위에 잠들어'를 프랑스 버전으로 들었을 땐, 이렇게 피 토하는 곡인 줄 모르겠더니, 처절하고 피맺힌 절규에 저절로 눈물이 줄줄줄. 안 그래도 모차르트 빠순이라 감정이입 장난 아닌데, 모차르트 괴로워할 때, 괴롭힘당할 때, 그리고 죽어갈 때 가슴이 아파 미치는 줄 알았다. ㅠ.ㅠ 

알로이지아 역의 최유하 씨,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하며 자신의 외모와 재능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잘 아는 영악한 아가씨 역에 참으로 잘 어울리셨고, 원래도 빔밤붐 별로 좋아하는 넘버가 아니라서 난 이 곡보다 콘스탄체와 함께 부르는 일명 '자매송'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콘스탄체 역의 이해리 씨는 내가 다비치가 누군지도 몰랐던 사람이라, 그냥 뮤지컬 배우라고 하면 그렇다고 믿을 정도로 연기며 노래며 튀지 않고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예쁘고 잘 나가는 여우 같은 언니 시기하는 동생 역에 딱이더라.

1막에 알로이지아가 있다면 2막엔 살리에리가 있다. 살리에리 역의 김준현 씨도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위에도 썼지만, 내가 모촤 넘버보다 살리 넘버에 더 기대치가 높았던 탓도 있고, 성남 음향이 별로 안 좋았는지 에코가 아니라 거의 메아리 치는 음향 듣다 보니 가사도 잘 안 들리고, 배우도 어느 목소리가 내 목소리인지 헷갈릴 법도 해서, 박자 틀린 게 그 탓인 것도 같고, 게다가 무대 위에 무용수분들에게 눈이 돌아가서 표정 연기 같은 것도 음미하기 어려웠고, 이래저래 나한테는 별로 인상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보통은 1막보다 2막이 더 좋기 마련인데, 이날은 1막 보고 올라갔던 기대치가, 2막 보고 좀 다운되었다는.

이날 나한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은 난넬 역의 홍륜희 씨와 디바 역의 허진아 씨였는데, 1막의 '불가능을 생각해.' 넘버에서부터 뭔가 찌르르하고 울리는 느낌. 레오폴트의 신성우 씨(이후 신파파)와 듀엣인데, 오히려 홍난넬이 받쳐주고 끌어주는 인상이었다. 목소리가 꾀꼬리처럼 고우면서도 힘이 있어서 저음은 단단하고, 고음에서도 소리가 맑게 쭉 뻗어 올라가더라. 그리고 디바 역의 허진아 씨는 성악 하시는 분이 어쩜 그리 몸매도 날씬하시고 어여쁘신데, 목소리는 그야말로 천상의 목소리시고. '고통스러운 즐거움'에서도 하늘로 승천할 것 같은 소프라노 음색에 홀렸는데, 라크리모사 솔로 곡에서는 진짜 가슴이 무너져내리더라. 연기까지 끝내주시는 게 '승리의 희생양' 전에 파파게노, 파파게나 흉내 낼 때, 확연하게 다른 '뽜악~'을 들려주셔서 오오~ 성악가의 위엄!! 이랬다.

그 외에 깨알같은 웃음 담당 모오락의 마스코트, 로젠베르크 역의 성열석 씨, 노래가 듣고 싶었지만, 세실리아 베버에 아주 제대로 어울리는 최현선 씨, 레오폴트의 사랑하는 반쪽 안나 마리아 역의 장이주 씨, 이름을 못찾았는데, 광대 역을 연기하셨던 배우분 모두 최고였다.

+ 아, 의상 얘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패션의 나라 프랑스답다고 할지. 다소 난해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살짝 내 취향을 빗겨갔지만, 드레스는 예뻤고, '고통스러운 즐거움'에서 무용수의 의상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의상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느라 소홀했는지, 콜로레도 대주교의 망토는 너무 싼 티가 나서, 재질만이라도 좀 묵직한 걸로 바꿔줬으면 싶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