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rro
일 시 : 2011. 11. 04 ~ 2012. 01. 15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극일 : 2011. 12. 31 (토) 15:00
연 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캐스트 : 조로/디에고 - 박건형, 루이사 - 구원영, 라몬 - 문종원, 이네즈 - 김선영, 가르시아 - 박성환, 돈 알레한드로 - 김봉환, 플라멩코 단장 - 이혜정
줄거리 :
19세기 초 캘리포니아를 지배하고 있던 스페인 귀족의 아들인 디에고는 아버지 돈 알레한드로의 지위를 이어받기 위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루이사와 친구 라몬을 뒤로하고 바르셀로나에 있는 군사학교로 보내지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그곳에서 집시를 이끌며 자유로운 방랑생활을 하며 세월을 보낸다.
한편 친구였던 라몬은 이들을 배신하여 돈 알레한드로의 통수권을 빼앗아 폭력을 일삼는 군주가 되고 이를 견디다 못한 루이사는 폭군에 의해 고통받는 시민들을 해방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디에고 뿐임을 확신하고 디에고를 설득하여 캘리포니아로 함께 돌아온다.
디에고와 함께 유랑하며 남몰래 그를 사랑했던 집시 여인 이네즈와 집시 무리들도 디에고를 돕기 위해 캘리포니아 행 배에 몸을 싣는데, 어쩐 일인지 고향에 돌아온 디에고는 루이사와 사람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배신자 라몬에게 굽실거리며 중요한 고비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이 위기 속에 정의를 구현하고 라몬 일당을 번번히 궁지에 빠뜨리는 마스크를 쓴 영웅이 출현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를 ‘조로’라 칭하게 되는데... [출처>플레이DB]
- 어라, 저 줄거리는 '라이온 킹'인데? 그런데 러닝타임 만큼이나 간략화가 안된 저 긴 줄거리. 이네즈 역의 김선영 씨가 오늘 공연이 막공이라는 걸 생각해보며, 배우들 로딩은 진작에 완료된 다음일 테니, 지금 봤는데도, 극이 길게 느껴진다면 이건 어디까지나 대본과 연출의 문제겠구나. 아니, 라이온 킹은 그 많은 이야기를 담고도 90분인데, 거기에 100분을 더해서 늘어놓은 이야기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 악명이 자자한 불쾌하다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일단 객석 규모에 비해 다른 대극장과 비교해서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게 앞뒤좌우 간격을 좁게 배치한 좌석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앞옆은 단차도 거의 없다시피하더라만, 그래도 지그재그로 배치해서 시야방해를 받을 정도는 아니어서 시야는 좋은 편이었다. VIP석 기준이지만.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음향이었다.
난 진심으로 음향 설계팀에게 묻고싶어졌는데, 이런 상태로 계속 공연을 해온 건지, 아니면 특별히 오늘만 음향이 쓰레기였는지. 배우들의 목소리가 반주 음향에 다 묻히는 건 다반사에, 그냥 대사를 하는데도 웅웅거리며 소리가 전혀 모이지를 않고 퍼져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블퀘에 대면 유니버설은 진짜 깨끗한 음향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딕션 좋기로 유명한 건형 배우의 대사마저 가끔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가장 안스러운 건 김선영 씨의 이네즈. 난 앙상블과의 떼창 속에서 힘겹게 소리를 내려고 악을 쓰는 그녀의 목소리를 간간히 캐치하긴 했지만, 정작 내용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이 공연장에서 엘리자벳을 비롯해서, 내가 애정하는 공연이 줄줄이 올라온다는 사실이 새삼 두려워졌다.
- 편집에 대한 개념이 없는 연출 탓에 극이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배우들의 호연, 특히 조로 역에 박건형 씨와 라몬 역의 문종원 씨는 단연 돋보였다.
박건형 씨는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아주 무대 위에서 펄떡거리며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진짜 조로 안 시켜줬으면 서운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는 느낌. 넘버 소화력도 뛰어났는데, 아쉬운 건 조로의 넘버가 앙상블 넘버에 가려 딱히 기억나는 게 없다는 거. 아니, 뮤지컬 조로의 음악 자체가 그렇다. 솔로 넘버는 오히려 라몬 솔로 정도가 남을 뿐, 압도적인 앙상블 넘버 외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검술 장면에서의 그 화려한 액션, 원래 춤 잘 추는 배우로 알려진 만큼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플라멩코에 남성미 물씬 풍기는 매력 철철 넘쳐흐르는 조로 그 자체였다.
라몬 역의 문종원 씨는 이번에 처음 만나는 배우였는데, 라몬이라는 캐릭터에 참으로 불친절한 이 극에서 라몬이 품고 있던 어둠과 악함, 동기를 연기력으로 설득시키더라. 게다가 노래도 정말 잘 하시고.
라몬이 탐욕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 그 결핍이 자꾸 자기 손에 들린 것보다 남의 손에 들린 것에 시선을 돌리게 만들고, 이미 90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가지지 못한 10을 갈망하다가 손에 쥔 90을 어이없이 흘려버리는 가여운 영혼. 동정의 여지는 없었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다 설명이 되어서, 마지막에 자살을 선택한 것도 이해가 되더라. 마지막에 가서야 자기 손에 90이 들려있었다는 걸 인지했을 거다. 그리고 그 90을 자기가 어떻게 취급했는지도.
- 이네즈 역의 김선영 씨는 정말 무대 위에서 존재감이 왜 그녀를 '여왕님'이라고 부르는 지 알게해줬다. 군무를 추는 장면에서도 김선영 씨만 눈에 들어오더라. 아, 플라멩코 대장님(내 마음대로 이렇게 이름붙임;)이신 정말 남다른 춤사위를 보여주신 이혜정 씨가 독무를 추실 땐 예외지만;
- 앙상블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는데, 뮤지컬 조로는 절반은 앙상블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앙상블의 고생이 눈에 훤히 보이던 플라멩코 군무와 넘버들. 때로 플라멩코가 좀 과하게 많이 등장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민중의 분노를 플라멩코로 표현한 장면은 정말 좋았다.
- 신나는 커튼콜을 뒤로 하고 공연장을 떠나며, 흥겨운 기분은 흥겨운 기분이고, 나는 저 답답한 음향에 살짝 한숨이 나왔다. 여기서 엘리자벳을 봐야한단 말이지. ㅠ.ㅠ
일 시 : 2011. 11. 04 ~ 2012. 01. 15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극일 : 2011. 12. 31 (토) 15:00
연 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캐스트 : 조로/디에고 - 박건형, 루이사 - 구원영, 라몬 - 문종원, 이네즈 - 김선영, 가르시아 - 박성환, 돈 알레한드로 - 김봉환, 플라멩코 단장 - 이혜정
줄거리 :
19세기 초 캘리포니아를 지배하고 있던 스페인 귀족의 아들인 디에고는 아버지 돈 알레한드로의 지위를 이어받기 위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루이사와 친구 라몬을 뒤로하고 바르셀로나에 있는 군사학교로 보내지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그곳에서 집시를 이끌며 자유로운 방랑생활을 하며 세월을 보낸다.
한편 친구였던 라몬은 이들을 배신하여 돈 알레한드로의 통수권을 빼앗아 폭력을 일삼는 군주가 되고 이를 견디다 못한 루이사는 폭군에 의해 고통받는 시민들을 해방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디에고 뿐임을 확신하고 디에고를 설득하여 캘리포니아로 함께 돌아온다.
디에고와 함께 유랑하며 남몰래 그를 사랑했던 집시 여인 이네즈와 집시 무리들도 디에고를 돕기 위해 캘리포니아 행 배에 몸을 싣는데, 어쩐 일인지 고향에 돌아온 디에고는 루이사와 사람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배신자 라몬에게 굽실거리며 중요한 고비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이 위기 속에 정의를 구현하고 라몬 일당을 번번히 궁지에 빠뜨리는 마스크를 쓴 영웅이 출현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를 ‘조로’라 칭하게 되는데... [출처>플레이DB]
- 어라, 저 줄거리는 '라이온 킹'인데? 그런데 러닝타임 만큼이나 간략화가 안된 저 긴 줄거리. 이네즈 역의 김선영 씨가 오늘 공연이 막공이라는 걸 생각해보며, 배우들 로딩은 진작에 완료된 다음일 테니, 지금 봤는데도, 극이 길게 느껴진다면 이건 어디까지나 대본과 연출의 문제겠구나. 아니, 라이온 킹은 그 많은 이야기를 담고도 90분인데, 거기에 100분을 더해서 늘어놓은 이야기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 악명이 자자한 불쾌하다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일단 객석 규모에 비해 다른 대극장과 비교해서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게 앞뒤좌우 간격을 좁게 배치한 좌석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앞옆은 단차도 거의 없다시피하더라만, 그래도 지그재그로 배치해서 시야방해를 받을 정도는 아니어서 시야는 좋은 편이었다. VIP석 기준이지만.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음향이었다.
난 진심으로 음향 설계팀에게 묻고싶어졌는데, 이런 상태로 계속 공연을 해온 건지, 아니면 특별히 오늘만 음향이 쓰레기였는지. 배우들의 목소리가 반주 음향에 다 묻히는 건 다반사에, 그냥 대사를 하는데도 웅웅거리며 소리가 전혀 모이지를 않고 퍼져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블퀘에 대면 유니버설은 진짜 깨끗한 음향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딕션 좋기로 유명한 건형 배우의 대사마저 가끔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가장 안스러운 건 김선영 씨의 이네즈. 난 앙상블과의 떼창 속에서 힘겹게 소리를 내려고 악을 쓰는 그녀의 목소리를 간간히 캐치하긴 했지만, 정작 내용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이 공연장에서 엘리자벳을 비롯해서, 내가 애정하는 공연이 줄줄이 올라온다는 사실이 새삼 두려워졌다.
- 편집에 대한 개념이 없는 연출 탓에 극이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배우들의 호연, 특히 조로 역에 박건형 씨와 라몬 역의 문종원 씨는 단연 돋보였다.
박건형 씨는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아주 무대 위에서 펄떡거리며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진짜 조로 안 시켜줬으면 서운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는 느낌. 넘버 소화력도 뛰어났는데, 아쉬운 건 조로의 넘버가 앙상블 넘버에 가려 딱히 기억나는 게 없다는 거. 아니, 뮤지컬 조로의 음악 자체가 그렇다. 솔로 넘버는 오히려 라몬 솔로 정도가 남을 뿐, 압도적인 앙상블 넘버 외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검술 장면에서의 그 화려한 액션, 원래 춤 잘 추는 배우로 알려진 만큼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플라멩코에 남성미 물씬 풍기는 매력 철철 넘쳐흐르는 조로 그 자체였다.
라몬 역의 문종원 씨는 이번에 처음 만나는 배우였는데, 라몬이라는 캐릭터에 참으로 불친절한 이 극에서 라몬이 품고 있던 어둠과 악함, 동기를 연기력으로 설득시키더라. 게다가 노래도 정말 잘 하시고.
라몬이 탐욕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 그 결핍이 자꾸 자기 손에 들린 것보다 남의 손에 들린 것에 시선을 돌리게 만들고, 이미 90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가지지 못한 10을 갈망하다가 손에 쥔 90을 어이없이 흘려버리는 가여운 영혼. 동정의 여지는 없었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다 설명이 되어서, 마지막에 자살을 선택한 것도 이해가 되더라. 마지막에 가서야 자기 손에 90이 들려있었다는 걸 인지했을 거다. 그리고 그 90을 자기가 어떻게 취급했는지도.
- 이네즈 역의 김선영 씨는 정말 무대 위에서 존재감이 왜 그녀를 '여왕님'이라고 부르는 지 알게해줬다. 군무를 추는 장면에서도 김선영 씨만 눈에 들어오더라. 아, 플라멩코 대장님(내 마음대로 이렇게 이름붙임;)이신 정말 남다른 춤사위를 보여주신 이혜정 씨가 독무를 추실 땐 예외지만;
- 앙상블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는데, 뮤지컬 조로는 절반은 앙상블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앙상블의 고생이 눈에 훤히 보이던 플라멩코 군무와 넘버들. 때로 플라멩코가 좀 과하게 많이 등장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민중의 분노를 플라멩코로 표현한 장면은 정말 좋았다.
- 신나는 커튼콜을 뒤로 하고 공연장을 떠나며, 흥겨운 기분은 흥겨운 기분이고, 나는 저 답답한 음향에 살짝 한숨이 나왔다. 여기서 엘리자벳을 봐야한단 말이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