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1. 24 (목) 20: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전동석,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어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장섭
- 오늘 공연은 한 마디로 레전드 오브 레전드.
아니 이렇게 써놓고 며칠 뒤에 또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럴지도 모르겠다. 은태는 항상 내가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선을 매번 아무렇지도 않게 뚫어버리니까. 하지만, 오늘 공연은 은태 뿐만아니라 다른 캐스트 분들 거의 레전드를 찍었으니, 일단 오늘 공연을 지금까지 중에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고 하자.
진짜 오늘은 객석 호응도 끝내줬고, 그에 따라 배우분들 연기도 어쩌면 이렇게 농익을대로 농익었는지. 은릿은 말할 것도 없고, 범사마 클로디어스, 영숙님 거트루트, 장섭 폴로니우스에 동레어까지.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정말 공연 끝나고 터져나오는 환호와 기립 박수소리에 배우분들 모두 업 되신게, 오늘은 커튼콜마저 레전인듯ㅋㅋㅋ
- 1막 시작부터 감이 딱 오는 게 있기는 했다. 뭐, 매번 평타 레전찍는 은릿이지만, 오늘 은릿 머리 담당해주신 분,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주세요. 항상 부스스했던 까치집이었는데, 오늘은 분장하시는 분이 힘 좀 쓰셨는지, 옆 머리 예쁘게 정돈되고 앞 머리도 잘 넘겨주셨고, 눈에 아이라인도 좀 더 진해진 것 같던데, 하여간 첫 등장하는데 어우, 지금까지 본 중에 제일 잘생겨보이더라.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왔다는 분위기를 온 몸으로 풍기면서 등장하는데, 이 등장 포즈도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처음엔 의식하고 있다는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이젠 어깨힘을 빼고 굳이 만든 포즈 처럼은 안 보이더라. 하여간 깨알같이 뭐 하나라도 나아지고 발전하는게 눈에 들어오니, 내가 이 배우를 안 예뻐할 수 있겠느냔말이지.
- 은릿이 Why me에서 보여주는 분노와 짜증에 대한 표현도 갈수록 섬세해지는데다, 경수 호레이쇼가 또 춤동작만큼 표정 연기가 다양해지면서 햄릿과의 케미가 아주 점점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내가 이러는게 비정상이니? 라는 은릿에게 원래 세상일이 다 그래-라는 경수 호레이쇼. 햄릿에게 단 하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인 호레이쇼마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너도 그냥 다 잊고 즐겨보라하니, 그걸 바라보는 은릿 표정하며 '오~ 데마크는 썩고있어~'하는데 그 얼굴에 떠오르는 혐오의 감정하며, 또 그걸 보고 쟤는 중2병이냐, 뭐가 그렇게 심각해? 라는 경수 호레이쇼의 대응이 참 재미있는 한 씬. (아, 이러다 또 장면장면 다 핥게 생겼네 ㅠ.ㅠ)
- 나한테 베스트 캐스트는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이정화, 클로디어스 - 서범석, 레어티스는 둘 반반 섞으면 좋겠고, 폴로니우스 - 김장섭, 무덤지기 - 김성기.
김장섭 폴로니우스는 진짜 너무 좋다. 귀족적인 분위기하며, 그 긴 기럭지에서 나오는 옷발, 그리고 그 능청맞은 처세술, 자식 사랑하는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김성기 폴로니우스는 이런 면에서 너무 대조적으로 비굴한 신하, 꼰대 아버지(;)에 귀족이라기 보다는 평민에서 발탁되어 그 자리에 오른 듯한 분위기랄까. 그것도 갑자기 떼부자가 되어서 돈으로 관직을 산건 아닐까 싶은 졸부 분위기;
프랑스로 유학가는 레어티스를 배웅하는 장면에서 장섭 폴로니우스는 정말 자식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 그리고 그게 일방 통행이 아니라, 자식들도 아버지 잔소리를 또야~ 라면서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참 좋다. 김성기 폴로니우스는 왠지 그게 아버지의 일방 통행처럼 보인단 말이지.
오늘 장섭 폴로니우스도 커튼콜에서 또 한 건 해주셔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막의 하이라이트는 피날레 '오늘 밤을 위해'지만, 1막의 클라이막스는 아무래도 선왕 살해의 꿈을 꾼 뒤 반라로 미쳐 돌아댕기는 햄릿이 부르는 '피는 피로써'다. 진짜 어떻게 이 장면에서 날이 갈수록 감정도 연기도 노래도 점점 더 강해지는 걸까. 이건 무슨 만렙찍는 게임 주인공도 아니고, 자꾸자꾸 레벨업 하나요. 그 격렬한 몸부림과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에 이렇게 격해져도 괜찮을까, 저대로 파열해버리는 건 아닐까 겁이 날 지경이다. 제발 내게 피를 달라며 부르짖는 은릿, 그리고 어디든 가↗주오~ 할때 터져나오는 저 강렬한 목소리가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햄릿의 고통과 분노를 전달하며, 덴마크 국민들(관객들) 귀에 강제로라도 내 진심을, 내 목소리를 들어!! 라는 것처럼 가득 채우는 데, 그야말로 전율이었다. 이렇게 피를 토하듯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햄릿을 두고, 그저 사랑에 빠진 미친 놈 취급해버렸으니;
- 생각해보면 아닌 밤중에 홍두께, 한 밤중에 잘 자고 있는 사람들 다 깨워놓고, 허리에 이불만 두르고서는 성루에 올라 저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미친놈처럼 보이기도 하겠다;
He's crazy에서 오른쪽 성루에 올라있다가 상황을 지켜보는 은릿은 감정표현도 더 확실해졌고, 무엇보다 폴로니우스가 왕자는 사랑에 빠진 거라할때 내려다보는 표정이 참 너무 섬뜩하고 냉정해서, 저게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부지런히 내려와서 그를 미쳤다고 하는 무리에 섞여있다가 갑툭해서는 '미쳤어~ 돌았어~!'하는데, 그 대사톤이 참 비아냥에 냉기가 풀풀. 그러더니 거트루트에게서 자신이 오필리어에게 준 편지를 뺏는데, 오늘 얼마나 격했는지, 그 편지가 반으로 쭉 찢어졌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찢어진 걸 잘 챙겨서 가져가더라.
- 저 찢어진 편지를 '수녀원에 가'에서 어떻게 하려나 했더니, 찢어진 편지를 자연스럽게 또 찢더라. ㅋㅋ 아니 여긴 웃을 장면이 아니지만; 하여간 이 넘버에서도 이젠 너무나 확연하게 오필리어에게 등돌릴 때 가슴 아픈 표정이고, 게다가 '아직 사랑~'할때는 표정을 안 봐도 그 목소리에 배인 절절함이 아주 뚝뚝 떨어지는데, 그걸 오필리어만 모르지. 뭐, 오필리어가 그것까지 알아차릴 정도로 성숙했다면 애초에 햄릿한테 다가가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 오늘따라 주연배우들 감정의 진폭이 증폭된 영향인지 조연 분들의 연기도 최고였는데, 아니 '증거가 필요해'에서 경수 호레이쇼는 오늘따라 왜이리 햄릿과 끈적하신 것인가. -_-; 원래도 그 백허그는 상당히 므흣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검은 상복은 이제 벗어버리라는데 진짝 막 벗길 기세에 백허그 하면서 더듬는 정도라던가 '어떻게 널 위로할까'를 늠늠 다정돋게 불러주셔서 읭?읭? 이러면서 봤네. 그리고 이어지는 1막의 하이라이트 '오늘 밤을 위해' 이젠 완전히 여유롭게 댄스를 구사하는 은릿. 아직 발동작에 어색한 부분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전처럼 틀리면 안돼 라는 듯한 모습은 없어져서 표정도 꽤 근사하고, 동작에 그루브감도 생겨서 상당히 멋져졌다.
- 2막 시작의 '사느냐 죽느냐'는 날이 갈수록 그 투명하고 맑은 시린 음색이 가슴을 파고들어서, 1막에서 그렇게 질러대고도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매번 감탄감탄. 그리고 시작된 연극. 여기에서 은릿이 오필리어를 억지로 끌어안고 전에는 경직된 상태에서 연극을 보더니, 오늘은 끌어안는 정도가 아니가 거의 매달리는 것 같았다. 오필리어 가슴에 머리를 묻고 연극 속에 나오는 음악에 맞춰 고개를 살랑살랑 흔드는 디테일이 추가되었는데, 무거운 진실을 눈앞에 두고 잠깐이라도 오필리어 곁에서 위로를 받고싶어하는 것 같아 짠하더라.
그런데, 여기서 윤오필리어는 너무 마네킹이라. ㅠ.ㅠ 그렇게 마지못해 이 모든 걸 그저 견디고 있다는 티를 그렇게 팍팍 내야겠나. 그렇게 햄릿한테 마음의 문을 꼭 닫아걸었으면서 왜 미쳐서까지 햄릿만 찾는건데. ㅠ.ㅠ 오필리어한테는 매드씬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오필리어가 왜 미쳤는데. 햄릿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미치지도 않았을 거라고. 오빠랑 같이 복수하자고 했겠지. 하여간 매번 아쉬운 부분.
- 밝혀진 진실 앞에서 클로디어스를 향해 뿜어내는 증오와 분노, 적개심은 그 발산되는 에너지가 참으로 강렬해서, 저렇게 온몸으로 뿜어대는 독기에 공기가 물들어가는 게 보이는 듯 하더라. 그러더니 연극이 파장되고 클로디어스를 향해 웃음을 날리는데, 그게 다른 날은 드러난 진실에 당황해서 유랑극단에게 칼을 들이밀며 물러가라고 소란 피우는 클로디어스를 조롱하는 듯한 웃음이라면, 이날은 은릿이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웃어서 또 깜짝 놀랐다. 저 가증스러운 클로디어스를 어떻게든 망신주고,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는 웃음이었다.
- 그리고 이 날, 이 공연 자체를 레전드로 만들어준 신영숙 거트루트 님의 '그게 나야' 넘버.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그 뛰어난 가창력에 가려 연기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는데, 이날 만큼은 거트루트의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와서 아, 이제 완전히 거트루트가 체화되셨구나 싶더라. 이 뒤로도 이렇게 감정선을 끌어올리셨으니 은릿과의 케미, 범클로와의 케미도 말할 것도 없었고.
- 범클로는 내가 매번 찬양하지만, 오늘 공연은 정말 레전드였다. 특히 '형을 죽여야만 해~ 오~오오~'에서 보여준 눈물은 그냥 내 가슴이 다 찢어지더라. 얼마나 갈등하고 고뇌하다가 저런 결정을 내렸을지, 그 마음의 고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눈물이라, 그냥 닥치고 찬양~ 노담콘에서도 감정 몰입에 있어서는 최강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진짜 햄릿을 향해 분노하고, 이렇게 금방 무너질 권세였던가 두려워하다가, 회상 씬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짓는 미소하며,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클로디어스의 심리를 그야말로 손에 잡힐 듯이 무대위에서 재현해 주시는데, 범사마가 괜히 범사마가 아니었던게지.
- 폴로니우스 살해 장면에서 화요일 공연때 디테일 추가되었던 게, 이날 공연에서 또 더 새롭게 다듬어지고 추가되면서 진짜 은릿은 어디까지 진화할 작정인 건가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계속해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감정 표현을 더 명확하게, 관객에게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같다. 관객들이 지금 쟤 감정은 뭐지? 갸우뚱할 만한 포인트들을 찾아서 그런 부분들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구슬을 닦는 것 처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 오필리어의 장례식에서 보여주는 감정선도 더 깊어져서, 전엔 그저 오필리어를 참으로 사랑했구나, 지금 죽을만큼 절망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이날은 거기에 죄책감까지 확실하게 더해지면서, '날 용서해~ 널 울게만 했던 나를~' 부분이 너무너무 확 와닿더라. 폴로니우스를 의도치 않게 우발적으로 죽이고, 너무나 겁이 나고 황망하여 그 시체를 유기하고, 그걸 하필이면 오필리어에게 들켰는데, 자신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도망쳐 버렸는데, 그로 인해 오필리어는 미쳐서 죽어버렸다. '이건 아냐~'에서부터 자신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에 너무나 자책하는 게 느껴져서 이제 더이상 햄릿 개객끼 소리는 못하겠더라. 어떻게 저 불친절한 연출 속에서도 배우의 해석과 연기로 이렇게까지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 참 대단한 배우빨;
- 은릿이 저리 절절하게 오필리어와 무덤에 같이 누울 기세로 감정을 드러내니, 안 그래도 격한 동레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덤벼드는데, 오늘 칼싸움도 볼만하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달라, 진짜 저러다 은릿 죽이는 거 아냐 싶게 사정없이 몰아붙이는데, 그래도 은릿은 밀리는 와중에도 반격을 하더라. 제대로 박진감 넘치는 격투씬이 벌어져서, 이제는 불꽃검 같은 건 하나도 아쉽지 않다.
-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클로디어스를 향해 단검을 내뻗는 햄릿. 여기서 윤클로디어스와 범클로디어스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윤클로는 마지막까지 살아보겠다고 도망을 가지만, 범클로는 거트루트가 죽은 시점에 이미 반은 체념한 상태다. 그래도 얌전히 햄릿의 칼에 당해주고 싶지 않는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그 칼을 피하지만, 그렇다고 살고 싶다거나 하는 욕망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윤클로는 찌질한 악당 클로디어스로 노선을 정하셨는지도 모르겠다.)
- 그렇게 모든 흑막은 사라졌지만, 결국 클로디어스의 독에 당해 죽어가는 햄릿. '어디든 가~주오 나와 함께~' 라며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데, 이제는 정말 저 불쌍하고, 산다는 게 연극같아 너무나 힘겨웠던 왕자님이 그저 편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밖에는 들지 않더라. 차라리 깨지 않는 영원한 안식의 잠이 그에게 축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날의 은릿은 너무나 불행하고 힘겹고 슬펐다. 그래도 마지막 곁을 지킨 호레이쇼가 있어서 이 왕자님께 위안이 되었을까. 아우, 지금도 쓰면서 울컥울컥한다. ㅠ.ㅠ
- 이날 관객들은 처음 본 사람이든, 재관람자든 다들 느꼈을 것이다. 오늘 공연이 레전드구나 하는 걸. 그게 커튼콜에서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소리로 증명되었고, 범클로부터 시작해서 은릿 등장할 때 쯤은 1층은 거의 전석 기립이었다. 은태가 성문 앞으로 딱 등장해서 기립한 관객들을 바라보며 정말 너무 행복해보이는 미소를 짓는데, 평소엔 커튼콜까지 햄릿의 감정을 어느 정도 끌고 올라왔던 거 생각해보면, 본인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나보다.
이날 김장섭 폴로니우스가 커튼콜에서 완전 기분이 업되셔가지고 막 동레어한테 업히시고ㅋㅋ, 마지막 미쳤어~~~~~~후음을 끊을 생각을 안 하시니까 옆에서 이경수 호레이쇼가 막 끊으라고 팔로 X자 만들고 그러더니만, 퇴장할 때까지 아주ㅋㅋㅋ 평소대로 은릿이 오필리어를 잡아당겨 포옹하고, 오늘 동레어가 과연 오필리어를 데리러 올까 안올까 했는데 동레어 나타나서 은릿을 격하게 밀치고 오필리어를 뺏어가고 난뒤 장섭 폴로니우스가 등장하기에 저번처럼 손가락 까딱하시며 안돼!라고 하시려나 했더니, 웬일, 갑자기 은릿을 벽으로 밀치고 벽치기를 하시고 쑥스럽게 퇴장하시는데, 아우, 이 집안 남자들은 다들 햄릿을 노리고 있는거냐며ㅋㅋㅋ 태을 레어한테 질 수 없다는 건지. 진짜 이거 보고 너무 놀래고 웃겨서, 진심으로 햄릿은 마성의 게이인가. 호레이쇼, 레어티스에 이어 이젠 폴로니우스까지! 막공까지 몇이나 더 낚는지 지켜보겠다ㅋㅋㅋ
- 햄릿을 보면서 박은태라는 배우에 대해 계속 놀라움의 연속인데, 내가 전에 은태가 틀을 깰 수 있을까 했던 게 참 무색해진다. 더 놀라운 건 이게 타고난 게 아니라 끊임없이 연구하고 파고들어서 노력한 결과라는 것. 참으로 성실하고 영민한 배우다. 무대 위에서 체득하는 속도가 후덜덜하다고 할까. 감이 좋다고 할까. 하여간 그 발전 속도가 눈부시니 언젠간 본인 희망대로 지킬로 무대에 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1. 24 (목) 20: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전동석,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어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장섭
- 오늘 공연은 한 마디로 레전드 오브 레전드.
아니 이렇게 써놓고 며칠 뒤에 또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럴지도 모르겠다. 은태는 항상 내가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선을 매번 아무렇지도 않게 뚫어버리니까. 하지만, 오늘 공연은 은태 뿐만아니라 다른 캐스트 분들 거의 레전드를 찍었으니, 일단 오늘 공연을 지금까지 중에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고 하자.
진짜 오늘은 객석 호응도 끝내줬고, 그에 따라 배우분들 연기도 어쩌면 이렇게 농익을대로 농익었는지. 은릿은 말할 것도 없고, 범사마 클로디어스, 영숙님 거트루트, 장섭 폴로니우스에 동레어까지.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정말 공연 끝나고 터져나오는 환호와 기립 박수소리에 배우분들 모두 업 되신게, 오늘은 커튼콜마저 레전인듯ㅋㅋㅋ
- 1막 시작부터 감이 딱 오는 게 있기는 했다. 뭐, 매번 평타 레전찍는 은릿이지만, 오늘 은릿 머리 담당해주신 분,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주세요. 항상 부스스했던 까치집이었는데, 오늘은 분장하시는 분이 힘 좀 쓰셨는지, 옆 머리 예쁘게 정돈되고 앞 머리도 잘 넘겨주셨고, 눈에 아이라인도 좀 더 진해진 것 같던데, 하여간 첫 등장하는데 어우, 지금까지 본 중에 제일 잘생겨보이더라.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왔다는 분위기를 온 몸으로 풍기면서 등장하는데, 이 등장 포즈도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처음엔 의식하고 있다는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이젠 어깨힘을 빼고 굳이 만든 포즈 처럼은 안 보이더라. 하여간 깨알같이 뭐 하나라도 나아지고 발전하는게 눈에 들어오니, 내가 이 배우를 안 예뻐할 수 있겠느냔말이지.
- 은릿이 Why me에서 보여주는 분노와 짜증에 대한 표현도 갈수록 섬세해지는데다, 경수 호레이쇼가 또 춤동작만큼 표정 연기가 다양해지면서 햄릿과의 케미가 아주 점점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내가 이러는게 비정상이니? 라는 은릿에게 원래 세상일이 다 그래-라는 경수 호레이쇼. 햄릿에게 단 하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인 호레이쇼마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너도 그냥 다 잊고 즐겨보라하니, 그걸 바라보는 은릿 표정하며 '오~ 데마크는 썩고있어~'하는데 그 얼굴에 떠오르는 혐오의 감정하며, 또 그걸 보고 쟤는 중2병이냐, 뭐가 그렇게 심각해? 라는 경수 호레이쇼의 대응이 참 재미있는 한 씬. (아, 이러다 또 장면장면 다 핥게 생겼네 ㅠ.ㅠ)
- 나한테 베스트 캐스트는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이정화, 클로디어스 - 서범석, 레어티스는 둘 반반 섞으면 좋겠고, 폴로니우스 - 김장섭, 무덤지기 - 김성기.
김장섭 폴로니우스는 진짜 너무 좋다. 귀족적인 분위기하며, 그 긴 기럭지에서 나오는 옷발, 그리고 그 능청맞은 처세술, 자식 사랑하는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김성기 폴로니우스는 이런 면에서 너무 대조적으로 비굴한 신하, 꼰대 아버지(;)에 귀족이라기 보다는 평민에서 발탁되어 그 자리에 오른 듯한 분위기랄까. 그것도 갑자기 떼부자가 되어서 돈으로 관직을 산건 아닐까 싶은 졸부 분위기;
프랑스로 유학가는 레어티스를 배웅하는 장면에서 장섭 폴로니우스는 정말 자식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 그리고 그게 일방 통행이 아니라, 자식들도 아버지 잔소리를 또야~ 라면서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참 좋다. 김성기 폴로니우스는 왠지 그게 아버지의 일방 통행처럼 보인단 말이지.
오늘 장섭 폴로니우스도 커튼콜에서 또 한 건 해주셔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막의 하이라이트는 피날레 '오늘 밤을 위해'지만, 1막의 클라이막스는 아무래도 선왕 살해의 꿈을 꾼 뒤 반라로 미쳐 돌아댕기는 햄릿이 부르는 '피는 피로써'다. 진짜 어떻게 이 장면에서 날이 갈수록 감정도 연기도 노래도 점점 더 강해지는 걸까. 이건 무슨 만렙찍는 게임 주인공도 아니고, 자꾸자꾸 레벨업 하나요. 그 격렬한 몸부림과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에 이렇게 격해져도 괜찮을까, 저대로 파열해버리는 건 아닐까 겁이 날 지경이다. 제발 내게 피를 달라며 부르짖는 은릿, 그리고 어디든 가↗주오~ 할때 터져나오는 저 강렬한 목소리가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햄릿의 고통과 분노를 전달하며, 덴마크 국민들(관객들) 귀에 강제로라도 내 진심을, 내 목소리를 들어!! 라는 것처럼 가득 채우는 데, 그야말로 전율이었다. 이렇게 피를 토하듯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햄릿을 두고, 그저 사랑에 빠진 미친 놈 취급해버렸으니;
- 생각해보면 아닌 밤중에 홍두께, 한 밤중에 잘 자고 있는 사람들 다 깨워놓고, 허리에 이불만 두르고서는 성루에 올라 저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미친놈처럼 보이기도 하겠다;
He's crazy에서 오른쪽 성루에 올라있다가 상황을 지켜보는 은릿은 감정표현도 더 확실해졌고, 무엇보다 폴로니우스가 왕자는 사랑에 빠진 거라할때 내려다보는 표정이 참 너무 섬뜩하고 냉정해서, 저게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부지런히 내려와서 그를 미쳤다고 하는 무리에 섞여있다가 갑툭해서는 '미쳤어~ 돌았어~!'하는데, 그 대사톤이 참 비아냥에 냉기가 풀풀. 그러더니 거트루트에게서 자신이 오필리어에게 준 편지를 뺏는데, 오늘 얼마나 격했는지, 그 편지가 반으로 쭉 찢어졌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찢어진 걸 잘 챙겨서 가져가더라.
- 저 찢어진 편지를 '수녀원에 가'에서 어떻게 하려나 했더니, 찢어진 편지를 자연스럽게 또 찢더라. ㅋㅋ 아니 여긴 웃을 장면이 아니지만; 하여간 이 넘버에서도 이젠 너무나 확연하게 오필리어에게 등돌릴 때 가슴 아픈 표정이고, 게다가 '아직 사랑~'할때는 표정을 안 봐도 그 목소리에 배인 절절함이 아주 뚝뚝 떨어지는데, 그걸 오필리어만 모르지. 뭐, 오필리어가 그것까지 알아차릴 정도로 성숙했다면 애초에 햄릿한테 다가가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 오늘따라 주연배우들 감정의 진폭이 증폭된 영향인지 조연 분들의 연기도 최고였는데, 아니 '증거가 필요해'에서 경수 호레이쇼는 오늘따라 왜이리 햄릿과 끈적하신 것인가. -_-; 원래도 그 백허그는 상당히 므흣하기는 했지만, 오늘은 검은 상복은 이제 벗어버리라는데 진짝 막 벗길 기세에 백허그 하면서 더듬는 정도라던가 '어떻게 널 위로할까'를 늠늠 다정돋게 불러주셔서 읭?읭? 이러면서 봤네. 그리고 이어지는 1막의 하이라이트 '오늘 밤을 위해' 이젠 완전히 여유롭게 댄스를 구사하는 은릿. 아직 발동작에 어색한 부분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전처럼 틀리면 안돼 라는 듯한 모습은 없어져서 표정도 꽤 근사하고, 동작에 그루브감도 생겨서 상당히 멋져졌다.
- 2막 시작의 '사느냐 죽느냐'는 날이 갈수록 그 투명하고 맑은 시린 음색이 가슴을 파고들어서, 1막에서 그렇게 질러대고도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매번 감탄감탄. 그리고 시작된 연극. 여기에서 은릿이 오필리어를 억지로 끌어안고 전에는 경직된 상태에서 연극을 보더니, 오늘은 끌어안는 정도가 아니가 거의 매달리는 것 같았다. 오필리어 가슴에 머리를 묻고 연극 속에 나오는 음악에 맞춰 고개를 살랑살랑 흔드는 디테일이 추가되었는데, 무거운 진실을 눈앞에 두고 잠깐이라도 오필리어 곁에서 위로를 받고싶어하는 것 같아 짠하더라.
그런데, 여기서 윤오필리어는 너무 마네킹이라. ㅠ.ㅠ 그렇게 마지못해 이 모든 걸 그저 견디고 있다는 티를 그렇게 팍팍 내야겠나. 그렇게 햄릿한테 마음의 문을 꼭 닫아걸었으면서 왜 미쳐서까지 햄릿만 찾는건데. ㅠ.ㅠ 오필리어한테는 매드씬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오필리어가 왜 미쳤는데. 햄릿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미치지도 않았을 거라고. 오빠랑 같이 복수하자고 했겠지. 하여간 매번 아쉬운 부분.
- 밝혀진 진실 앞에서 클로디어스를 향해 뿜어내는 증오와 분노, 적개심은 그 발산되는 에너지가 참으로 강렬해서, 저렇게 온몸으로 뿜어대는 독기에 공기가 물들어가는 게 보이는 듯 하더라. 그러더니 연극이 파장되고 클로디어스를 향해 웃음을 날리는데, 그게 다른 날은 드러난 진실에 당황해서 유랑극단에게 칼을 들이밀며 물러가라고 소란 피우는 클로디어스를 조롱하는 듯한 웃음이라면, 이날은 은릿이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웃어서 또 깜짝 놀랐다. 저 가증스러운 클로디어스를 어떻게든 망신주고,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는 웃음이었다.
- 그리고 이 날, 이 공연 자체를 레전드로 만들어준 신영숙 거트루트 님의 '그게 나야' 넘버.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그 뛰어난 가창력에 가려 연기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는데, 이날 만큼은 거트루트의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와서 아, 이제 완전히 거트루트가 체화되셨구나 싶더라. 이 뒤로도 이렇게 감정선을 끌어올리셨으니 은릿과의 케미, 범클로와의 케미도 말할 것도 없었고.
- 범클로는 내가 매번 찬양하지만, 오늘 공연은 정말 레전드였다. 특히 '형을 죽여야만 해~ 오~오오~'에서 보여준 눈물은 그냥 내 가슴이 다 찢어지더라. 얼마나 갈등하고 고뇌하다가 저런 결정을 내렸을지, 그 마음의 고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눈물이라, 그냥 닥치고 찬양~ 노담콘에서도 감정 몰입에 있어서는 최강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진짜 햄릿을 향해 분노하고, 이렇게 금방 무너질 권세였던가 두려워하다가, 회상 씬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짓는 미소하며,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클로디어스의 심리를 그야말로 손에 잡힐 듯이 무대위에서 재현해 주시는데, 범사마가 괜히 범사마가 아니었던게지.
- 폴로니우스 살해 장면에서 화요일 공연때 디테일 추가되었던 게, 이날 공연에서 또 더 새롭게 다듬어지고 추가되면서 진짜 은릿은 어디까지 진화할 작정인 건가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계속해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감정 표현을 더 명확하게, 관객에게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같다. 관객들이 지금 쟤 감정은 뭐지? 갸우뚱할 만한 포인트들을 찾아서 그런 부분들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구슬을 닦는 것 처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 오필리어의 장례식에서 보여주는 감정선도 더 깊어져서, 전엔 그저 오필리어를 참으로 사랑했구나, 지금 죽을만큼 절망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이날은 거기에 죄책감까지 확실하게 더해지면서, '날 용서해~ 널 울게만 했던 나를~' 부분이 너무너무 확 와닿더라. 폴로니우스를 의도치 않게 우발적으로 죽이고, 너무나 겁이 나고 황망하여 그 시체를 유기하고, 그걸 하필이면 오필리어에게 들켰는데, 자신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도망쳐 버렸는데, 그로 인해 오필리어는 미쳐서 죽어버렸다. '이건 아냐~'에서부터 자신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에 너무나 자책하는 게 느껴져서 이제 더이상 햄릿 개객끼 소리는 못하겠더라. 어떻게 저 불친절한 연출 속에서도 배우의 해석과 연기로 이렇게까지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 참 대단한 배우빨;
- 은릿이 저리 절절하게 오필리어와 무덤에 같이 누울 기세로 감정을 드러내니, 안 그래도 격한 동레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덤벼드는데, 오늘 칼싸움도 볼만하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달라, 진짜 저러다 은릿 죽이는 거 아냐 싶게 사정없이 몰아붙이는데, 그래도 은릿은 밀리는 와중에도 반격을 하더라. 제대로 박진감 넘치는 격투씬이 벌어져서, 이제는 불꽃검 같은 건 하나도 아쉽지 않다.
-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클로디어스를 향해 단검을 내뻗는 햄릿. 여기서 윤클로디어스와 범클로디어스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윤클로는 마지막까지 살아보겠다고 도망을 가지만, 범클로는 거트루트가 죽은 시점에 이미 반은 체념한 상태다. 그래도 얌전히 햄릿의 칼에 당해주고 싶지 않는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그 칼을 피하지만, 그렇다고 살고 싶다거나 하는 욕망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윤클로는 찌질한 악당 클로디어스로 노선을 정하셨는지도 모르겠다.)
- 그렇게 모든 흑막은 사라졌지만, 결국 클로디어스의 독에 당해 죽어가는 햄릿. '어디든 가~주오 나와 함께~' 라며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데, 이제는 정말 저 불쌍하고, 산다는 게 연극같아 너무나 힘겨웠던 왕자님이 그저 편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밖에는 들지 않더라. 차라리 깨지 않는 영원한 안식의 잠이 그에게 축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날의 은릿은 너무나 불행하고 힘겹고 슬펐다. 그래도 마지막 곁을 지킨 호레이쇼가 있어서 이 왕자님께 위안이 되었을까. 아우, 지금도 쓰면서 울컥울컥한다. ㅠ.ㅠ
- 이날 관객들은 처음 본 사람이든, 재관람자든 다들 느꼈을 것이다. 오늘 공연이 레전드구나 하는 걸. 그게 커튼콜에서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소리로 증명되었고, 범클로부터 시작해서 은릿 등장할 때 쯤은 1층은 거의 전석 기립이었다. 은태가 성문 앞으로 딱 등장해서 기립한 관객들을 바라보며 정말 너무 행복해보이는 미소를 짓는데, 평소엔 커튼콜까지 햄릿의 감정을 어느 정도 끌고 올라왔던 거 생각해보면, 본인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나보다.
이날 김장섭 폴로니우스가 커튼콜에서 완전 기분이 업되셔가지고 막 동레어한테 업히시고ㅋㅋ, 마지막 미쳤어~~~~~~후음을 끊을 생각을 안 하시니까 옆에서 이경수 호레이쇼가 막 끊으라고 팔로 X자 만들고 그러더니만, 퇴장할 때까지 아주ㅋㅋㅋ 평소대로 은릿이 오필리어를 잡아당겨 포옹하고, 오늘 동레어가 과연 오필리어를 데리러 올까 안올까 했는데 동레어 나타나서 은릿을 격하게 밀치고 오필리어를 뺏어가고 난뒤 장섭 폴로니우스가 등장하기에 저번처럼 손가락 까딱하시며 안돼!라고 하시려나 했더니, 웬일, 갑자기 은릿을 벽으로 밀치고 벽치기를 하시고 쑥스럽게 퇴장하시는데, 아우, 이 집안 남자들은 다들 햄릿을 노리고 있는거냐며ㅋㅋㅋ 태을 레어한테 질 수 없다는 건지. 진짜 이거 보고 너무 놀래고 웃겨서, 진심으로 햄릿은 마성의 게이인가. 호레이쇼, 레어티스에 이어 이젠 폴로니우스까지! 막공까지 몇이나 더 낚는지 지켜보겠다ㅋㅋㅋ
- 햄릿을 보면서 박은태라는 배우에 대해 계속 놀라움의 연속인데, 내가 전에 은태가 틀을 깰 수 있을까 했던 게 참 무색해진다. 더 놀라운 건 이게 타고난 게 아니라 끊임없이 연구하고 파고들어서 노력한 결과라는 것. 참으로 성실하고 영민한 배우다. 무대 위에서 체득하는 속도가 후덜덜하다고 할까. 감이 좋다고 할까. 하여간 그 발전 속도가 눈부시니 언젠간 본인 희망대로 지킬로 무대에 서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