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강북콘서트

일시 : 2011. 11. 21 (월) 19:30
장소 : 강북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출연 : 모티브 싱어즈, 서범석, 박은태, 조순창, 최수형, 김정현, 오진영
레파토리 : 
# 모티브 싱어즈 
。 여자보다 귀한 것은 없네/아름다운 아가씨/우리들은 미남이다
。 가요메들리 - 소양강 처녀, 삼바의 여인 등
。 겨울연가/개구리 소년/독수리 오형제/마징가 제트
。 산타루치아/Oh! Happy day/Funiculi Funicula/어머나

# 노트르담 드 파리 배우팀
。 대성당들의 시대/페뷔스, 그의 이름/태양처럼 눈부신/괴로워
。 벨/새장속에 갖힌 새/말 탄 그대/신부가 되어/달/살리라/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 서범석 - Impossible dream/오진영 - 거위의 꿈/조순창 - 너를 위해/김정현 - 나 가거든/최수형 - Like shadow/박은태 - 지금 이 순간/서범석 - 같은 하늘 아래

- 처음에 이런 콘서트가 있다더라 소식을 들었을 때, 긴가민가 했다. 노담이라니...?!!!!! 그것도 저 원년 멤버로 노담 갈라콘을 그것도 서울 강북구에서 한다니! 이 공연은 꼭 가줘야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라서 월요일에 저녁 7시 30분 공연이라는 것도 아랑곳 않고 예매를 했다. 과연 수유리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고, 다행이 공연 시작을 조금 늦춰줘서 지연관객은 모면했지만, 하여간 안 갔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공연이었다.

- 사실 노담팀이 나의 메인 관심사였기에, 살짝 아오안이었던 모티브 싱어즈는 그런 내 마음이 미안할 정도로 훌륭한 노래를 들려주셨다. 이분들은 뭐랄까, 개그 욕심 내는 성악가 모임이기라도 한건가, 어쩌면 그렇게 재미있게 공연을 풀어나가시는지. 클래식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더니, 정말 이것 저것 준비도 많이 하셨고, 테너 - 바리톤 - 베이스의 성악가분들이 들려주시는 가요며 애니메이션 주제가는 또 얼마나 감미로운지.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 그리고 아무 마음의 준비 없이 앉아있다가 불현듯 들려오는 '아름다운 도시 파리~' 에 정말 화들짝 놀랬다. 이 노래를 내가 라이브로 듣는구나 새삼 감격. 은태 솔로로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목금토일 햄릿 공연이 있었기 때문에, 목상태가 썩 좋을리가 없어서, 노담팀 배우들이 한 소절씩 부르며 등장하는 이 시작도 괜찮았다. 이후 은태는 목상태가 정말 안 좋은게 너무 확연해서, '달'을 듣는데, 이걸 라이브로 듣는다는 감동보다 저 탁한 가성을 어쩌면 좋냐 싶었다. 새파란 달빛같은 투명한 음색을 기대하고 있었건만 ㅠ.ㅠ

- 대성당들의 시대 이후에 잠시 인사, 그러고는 곧바로 공백없이 연달아 그의 이름, 태양처럼 눈부신, 괴로워를 불러주셨는데, 이렇게 멘트없이 죽 노래를 들려주니까, 오히려 집중할 수 있어 참 좋더라.
(그리고 이 날 은태가 부른 것 중에 '페뷔스, 그의 이름'이 제일 좋았다;; 은태그랭의 '난 시인 이름은 그랭구와르 파리 거리의 왕자' 하는 팔랑팔랑 낭랑한 목소리에, '오~ 나의 여신~' 하는데, 오~ 하면서 살짝 느끼하게 저음을 내는 그 부분이 난 제일 좋더라.)

- 그리고 배우들이 노래할 때 뒤에 의자에 계속 앉아 있었는데, 그게 또 참 깨알같은 재미를 던져줘서ㅋㅋ 물론, 노래하는 배우에게 집중해서 보기는 하는데, 뒤에서 갑자기 병뚜껑을 흘리거나 하는 사고를 치면 배우들 반응을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어서.
사건은 김정현 플뢰르 드 리스가 에스메랄다를 처형하라고 비장하게 노래하고 있는데, 최수형 씨가 물 마시다가 병뚜껑을 흘렸는데, 그게 그냥 뚝 떨어진게 아니라, 또르르 굴러서 정현 씨 발 앞에까지 굴러갔다. 그걸 보고 배우들이 뒤에서 웃음을 참느라 어깨가 들썩들썩, 정현 씨만 아무것도 모르고 진지하게 노래하고 있고. 그러더니, 나중에 노래 다 끝나고 범사마가 병뚜껑을 병따콩이라고 하셔서 또 뒤집어지고. ㅋㅋㅋ

- 조순창 씨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뒤에서 은태가 시작부터 조용히 따라부르는 게 보여서, 이 노래를 참 좋아하는가보다 했는데, 노래 끝나고 나서도 추임새로 '아아~ 좋다.' 그러더라. 그리고 조순창 씨는 흑인 성대를 가지셨다더니, 그 목소리가 참 범상치 않으시더라. 나중에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부를 때도, 임재범이 아닌 다른 사람이 부른 것 중에 가장 감성이 비슷한 느낌이 나더라.

- 노담 노래가 다 끝나고 범사마 쇼~ 가 진행이 됐는데,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을 언급하면서, 참 아쉬운 일이라고. 그랬더니 옆에서 은태가 '사실은 우리가 하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어요.' 라고 하는데, 난 이 말이 참 따뜻하게 들리더라.
처음에 이 콘서트 소식을 들었을 때도 사실 저 지옥의 공연 스케줄(화목금토일) 속에, 딱 하루 쉴 수 있는 월요일을 포기하고, 바로 다음날 또 공연이 있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오지랖 넓은 걱정을 했더랬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런 스케줄이었더라도, 정말로 하고싶어서, 재밌겠다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쿵짝이 맞아 이 행사를 준비했을 게 눈에 선해서, 정말로 공연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애정이 느껴져 좋았다.
내년이나 내후년 쯤에 노트르담 라이센스가 올라올 것 같다는 말을 살짝 흘리시던데, 과연 그때도 이 멤버로 할 수 있을런지, 성사가 된다면 참 좋겠다만, 이미 훌쩍 자란 배우들의 면면을 보자면, 거의 기적같은 일이겠다 싶기도 하고.

- 토크 중에 범사마가 '박은태 씨가 노래가 많이 늘었어요.' 하니까, '어우, 됐어요~' 하는데, 진짜 허물없이 친근하게 대하는게 느껴지고, 그러면서 또 범사마가 조순창 군도 노래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하니까 '그건 인정~' 이래서 조순창 씨한테 '됐어요.' 핀잔듣고. 난 은태가 범사마 앞에서 이런 츳코미 캐릭터인 줄 처음 알았다. 뭐라고 한마디씩 토 달면서, 진행 욕심 내는 거 은근 잘 어울리고.
아, 진짜로 범사마 토크쇼 같은 거 하면 재밌겠다 싶더라. 은태 보조 MC로 두고.ㅋㅋ 배우들 사생활을 아무 거리낌없이 폭로하셔가지고. 조순창 씨의 세째 아이 임신 소식도 듣고,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흑인 성대라는 보증을 받았다는 것까지 다 알려주셔서, 옆에서 은태가 또 시트콤이라고 츳코미.ㅋㅋㅋ 하여간 이 둘의 콤비가 참 잘 어울려서 좋더라.

- 이후에 질문지를 받아서 배우들한테 질문하고 답을 받는 코너를 진행했는데, 그 질문지에 90%는 한 배우에게 집중되어있다고ㅋㅋㅋ 사실 이런 관객 참여형 코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게, 흐름 끊기에 딱 좋은데다가, 나 아닌 다른 팬이 계타는 꼴을 보는 게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라. 그리고 거기에 소외되는 배우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 경우 대부분 여배우가 당첨될 확률이 높고; 그래도 오진영 씨가 센스있게 받아넘겨서 분위기는 좋게 넘어갔다.

- 노담 외에 각자 준비한 노래를 불러주는 코너에서 범사마는 Impossible dream을 부르셨는데, 돈키호테가 꿈이시라고. 진짜 올해 라만차 엎어져서 너무 아쉬웠는데, 내년에라도 어떻게 올라와서 범사마가 돈키호테를 하셔야 할텐데. 
오진영 씨를 내가 이날 처음 접했는데, '거위의 꿈'을 불러주셨는데, 정말 고음 부분에서 너무 힘들이지 않고 쉽게 올려주셔셔, 이렇게 노래 잘하는 여배우가 있었구나 감탄했다. 김정현 씨도 피맛골 연가에서 꾀꼬리같은 음색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나 가거든'을 부르는 음색은 재발견이라고 할까. 그저 곱고 가는 음색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파워도 있더라.

 - 마지막으로 은태가 밝힌 하고 싶은 캐릭터, 꿈은 지킬이라고 했다. 안그래도 행사 때마다 '지금 이 순간'을 참 많이도 부르더니만, 역시 욕심이 있었구나. 지킬 오디션도 봤었고, 권유도 들어왔는데 하이드를 잘 해낼 자신이 없어서 본인이 고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햄릿을 하면서 갈성을 내는 데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고. 사실 은지킬은 상상이 되도, 은하이드는 미지의 영역이긴 하지만, 햄릿 - 루케니를 거쳐서 좀 더 다면적인 캐릭터, 어두운 내면을 밖으로 드러내는 연기가 더 익는다면 조만간 지킬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먼 길이었지만, 이런 훌륭한 공연을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서 감사했다. 정말 연례 행사가 되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