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1. 19 (토) 19: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강태을,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어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성기

- 나날이 좋아지는 은릿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비록 내 통장은 눈물 흘릴지언정 끝까지 지켜보기로했다.

- 로딩 완료된 은태는 매공연 평타 레전드라고 그랬는데, 어제보다 오늘 더 좋아졌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런지.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마 내일은 또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진짜 은태는 매 공연 디테일을 얼마나 다듬어 오는거냐.

- 내가 어제 폴로니우스 살해 직후 은태 연기에서 좀 불분명하게 느꼈던 부분들이 좀 있었는데, 오늘 그게 마치 카메라 초점 맞추는 것처럼 선명하게 확 들어오더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공포스러운 감정 -> 그래서 내가 찌른 건 누구였나로 넘어가는 사고의 과정이 오늘은 진짜 너무 자연스럽게 비약 없이 보여져서 그새 달라졌어 싶어 감탄스럽더라.
그리고 오늘 김성기 폴로니우스는 또 이 장면에서 거의 주저앉으시면서 고통스러워 하시는데, 은릿 장단에 맞춰서 시체춤 추시는 동안에도 계속 신음을 흘리시고, 그런데 은릿은 거기에 더 대비되게 엄청 해맑은 거지. 그 해맑은 미소가 섬뜩함으로 바뀌는 순간의 표정변화도 이젠 자연스러워졌고.
그리고 당황해서 시체 유기(;)하는 장면에서 오필리어 발견하고 짓는 표정이나 이런 것도 더 확실하게 바뀌어서 그 황망함, 이러려던 게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혼란스러운 감정이 다 느껴지더라.

- 은태 노래 잘하는 거야 말하면 입 아프지만, 특히 햄릿에서는 은태가 가성도 이렇게 잘 쓰는구나 새롭게 발견했다고 할까.
진성으로 고음 쭉쭉 올려주는 거야 모촤나 피맛골에서도 익히 알았던 건데, 은태가 가성으로 부르는 넘버에서 이렇게 강점을 보일 줄 몰랐지. 아니 들어볼 기회가 없어서 몰랐다고 해야하나.
가성으로 지르는 고음에서 음정 안 떨어뜨리는거, 여리게 가성을 쓰면서도 소리가 묻히지 않고 선명하게 들리는 거 그리고 절절한 감정들을 가성에 실어 부르는 부분은 정말 감성 폭발. 

- 은릿 가성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우선은 오필리어에게 너무 간절하게 고백하는 '사랑해~' 어떻게 저런 목소리가 나오냐 싶다.
그리고 2막 처음을 여는 '사느냐 죽느냐'에서 소절마다 창법을 바꿔가며 햄릿의 고뇌를 노래에 담아내는데, 이게 연기 디테일 뿐만아니라, 노래에 싣는 감정만큼 창법이나 이런 디테일도 촘촘해서 진짜 노래에 대해 얼마나 파고드는 건가 싶다.
마지막으로 햄릿이 죽어가면서 부르는 '어디든 가주오~' 부터 '사는 건 죽는 건 뭘까' 하는 부분. 그 흐느끼는 것 같은 물기 서린 목소리가 정말 가슴을 파고든다는 표현이 딱이다.

- 강태을 씨의 레어티스는 굉장히 안정감 있는,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자랑스러운 아들이고 오라버니이다. 진짜 김성기 폴로니우스를 보고 있자면, 어디서 저런 훤칠한 아들이 나왔냐 싶고, '네 엄마같은 여잔 안돼.'라는 말에서 어머니가 한 미모하셨구나, 그래 인물값을 하셨나..? 같은 생각을 하게된다. 게다가 아버지는 어딘가 귀족의 품위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데, 아들은 어찌 저렇게 기품이 흘러넘치는지. 진짜 이쪽도 캐보면 햄릿네 가정사만큼 복잡한 건 아닌가 싶은 뻘생각이 든다; 그리고 좀 딴소리지만, 김성기 폴로니우스의 자식들과의 스킨쉽은 좀.........성희롱스러워서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다 큰 딸래미의 엉덩이를 때린다거나, 아들과의 이별에 볼에 키스는 쫌;;

- 불꽃이 튀는 검으로 바꾼 게 더 박진감이 넘쳐서 오오~ 하고 봤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은릿이나 태을 레어나 묘하게 힘겨워하는 것 같은데, 이게 칼 무게가 무거운 건가 싶더라. 칼을 두 손으로 잡고 싸우는 씬은 괜찮았는데, 칼을 한 손으로 들고 싸우는 씬에서 칼을 든 팔이 휘청휘청하는 느낌이라, 합이 제대로 맞지를 않더라. 뭔가 칼에 장치같은 게 들어가면서 무거워졌나 싶고.

- 오늘 커튼콜에서 김성기 폴로니우스 님 안경이 날아가서 태을 레어티스가 집어들고 안경도 한 번 써보고 하더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