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연가 (2011)
관극일 : 2011. 08. 23(화) ~ 2011. 09. 10(토)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박성환, 홍랑 - 조정은 선영,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프리뷰 보고나서 저렇게 혹평을 쏟아놓고, 손바닥 뒤집듯 마음이 바뀌냐 싶겠지만, 사실 쥐떼만 자체 스킵하면 꽤 괜찮은 뮤지컬이라;;; 내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연출을 까기는 했지만, 뭐 그런 빈 구멍도 메꿔주고 채워주는 배우들의 호연과 음악에 낚여낚여 내 발길은 자꾸 세종으로 향하더라. 아, 그렇다고 전관을 찍은 건 아니다;;
아무리 애정하는 배우가 멋진 연기와 노래를 선보인다고 한들, 감탄스런 앙상블들이 나온다고 한들, 병맛인 내용이 바뀔리도 없는데, 그래도 이게 자꾸 보다보니 정이 들더란 말이지. 그러다보니 출구로 들어가서 나오지도 못하고;;

아니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박은태의 노랫 소리에 홀렸다고 하는 편이 정직하겠다. 진짜 살구나무 가지 위에서 부르는 첫 일성이 터지자마자 가슴이 두근두근.
 

꿈처럼 누가 날 불러 봄꿈에 젖었네
나비와 노래에 취해 꽃등을 달고 가네
                                                      - 홍랑과의 첫 만남에서 그녀를 보고 부르는 김생의 시

김생이라는 역에 맞춰 사극톤의 대사를 아주 찰지게 치는데, 대사톤만 그런 게 아니라, 노래하는 발성법도 타령조를 살짝 섞어서 아주 제대로 가락을 탄다. 게다가 남자 뮤지컬 배우 중에 정말 드물게 곱고 청아한 미성을 가지고 있어서, 고음으로 깨끗하게 올라가고, 성량이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이제는 떼어도 좋을만큼 파워가 붙어서 후음의 울림도 풍부해졌다. 성악 레슨을 꾸준히 받는다고 하더니, 진짜 그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리고 참 내 마음에 드는 담백한 창법도 좋다. 과도한 꺽기, 바이브레이션 이런 건 진짜 취향이 아닌데, 정말 딱 듣기 좋을 정도로 기교를 부려 정직하게 부르는 노랫 소리가 귀에다 사이다를 부은 것 처럼 청량하다.
덕분에 참 매일같이 세종으로 출퇴근하게 만든 그 기록;


ps. 저 수많은 비공개 후기 글들을 언젠가 공개로 돌릴 날이 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