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09. 10(토) 15:00
2011. 09. 10(토) 19:00 (막공)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홍랑 - 조정은,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세종을 향하면서도 뭔가 좀 실감이 안나더라. 오늘이 피맛골 막공이라는게.
근데, 배우님들도 그랬는지, 낮공은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기침 + 재채기 + 벨소리 관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고.
낮공은 다른 거 다 떠나서 푸른학 때 그 엄청나게 거대한 재채기 4번에 참 할 말을 잃었다.
은태는 푸른학 할 때마다 무슨 퀘스트 수행하는 거냐? 집중력 테스트라도 받는 건지;;
9월 3일엔 객석에서 이상한 괴성이 창고씬 내내 들리더니, 오늘은 정말 노리고 그런 것 처럼 조용해질 만 하면 한 번 씩 거하게, 완전 쩌렁쩌렁 울리게 가리는 것도 없이 맘놓고 재채기를 해대대?
재채기가 어찌할 수 없는 생리 현상인 거 알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사리는 거 없이 그렇게 막해대는 건 좀 짜증이었다.
그리고 그 재채기가 한 두번으로 그친것도 아니고 네 번이 다 그렇게 큰 소리가 나니까 앞자리 객석에서도 웅성웅성.
근데, 그 와중에도 처음에 잡은 감정선 놓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해서 푸른학을 부른 은태는 참 장하더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 부분은 진짜 격하게 흐느끼면서 부르는데, '나한테 왜이래~ '라며 악에 받쳐 부르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뒤로는 그냥 다 휘발휘발~ ㅠㅠ
정말 이대로는 서운해서 피맛골을 보낼 순 없고, 저녁 총막공에는 제발 저런 관크 없이 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객석에 앉았다.
그런데 총막공은 이런 내 걱정이 기우였다는 듯이 배우분들 기합이 다르더라.
피맛골 회전무대가 돌아나오며 '예이~예이~ 물렀거라~' 첫소절부터 분위기가 확 다른게 느껴졌다.
소리 자체도 평소보다 훨씬 기운차고, 진짜 기합이 단단히 들어있는 거다.
막공이라 앙상블 분들 목상태가 썩 좋을리 없는데, 그걸 기합으로 다 커버하고 들어가는 느낌.
다들 역에 완전히 몰입해서 군무도 더 열심히, 더 활기차게, 노래도 더 크게, 더 감정을 실어서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완성도를 최고로 끌어올린 무대를 보여주시더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공이라는 게 긴장도가 너무 올라가면 뻣뻣해질 수도 있고, 또 역으로 너무 풀어질 수도 있고 그런데, 오늘 피맛골 연가 막공은 딱 기분좋을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한채 그야말로 레전드 오브 레전드로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앙상블 분들이 저렇게 분발해주시는데 우리 주인공들이 또 얼마나 멋진 연기를 보여줬겠는가.
유가행렬에서 얼치기 삼인방이 은생 기분을 풀어주느라 앞에서 재주도 부리고 술도 가져다 주고 하니, 그 친구들 마음씀이 고마워서라도 언제까지고 우울해 할 수만 없으니 같이 어울려주기는 하는데, 뭐랄까 은생이 입은 웃고있어도 눈은 웃지 않는 거 같더란 말이지.
그 억누른 감정이 냉소로 터져나오는 게 '사람이 한가하니 살구나무 꽃 떨어지고~' 씬이었고.
낮공에서 한이 맺힌 푸른학은 막공에선 아무런 관크 없이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 좋앗다. ㅠㅠ
오늘도 봉두난발의 은생은 색기+미모 포텐이 터졌고, 한숨 소리같은 노래가 정말 처연했다.
갈수록 눈빛에 감정을 싣는게 더 깊어져서,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 어떤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헤아릴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담은 그 눈빛, 처절한 절규와 같은 노래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다.
은랑 아가씨와 참 면구스러운 상태로 재회하는 씬에서, '나에대해 뭘 안다고 그러시오!' 할 때, 평소라면 그냥 웃음으로 능숙하게 얼버무렸을 것을, 가슴 속 상처를 그대로 내보일 만큼 여유가 없구나 싶었다.
밉살맞은 소리만 하는 이 남자를 그래도 은랑 아가씨는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어르고 달래고. 누가 연상인지 원~
게다가 뭐가 이쁘다고 한 밤중에 약방에 가서 약 사다 탕약을 다리고, 고약을 지어 붙여주고, 피갑칠한 저고리까지 깨끗하게 빨아주고.
이러는데 정분이 안나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인 거지.
처음엔 언감생신 누구를 넘보랴던 은생도 손등의 흉터를 꽃잎 같다고 하는 말속에 연심을 다 숨기지도 못하면서 동시에 주저하고.
사랑이 내게로 왔네 넘버에서 약사발을 저만치 밀어놓으며 '우리는 서로 먼 사이~' 라며 자기 마음도 밀어놓으려 하지만
그래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흔들리고 혼란스러워하는 이 남자. 나이는 먹을대로 먹었어도 이게 첫 사랑이 아니었을까.
뭐가 이리 폭풍 전개에 노래 한 번 부르니 사랑에 빠지고,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되었냐고 처음엔 참 욕도 많이 했는데, 이게 배우빨, 노래빨에 힘입어 이렇게 애절한 사랑이었더라고 다 설득이 된다.
하지만 오늘 처음 본 사람은 그래도 이게 '금사빠'로밖엔 안 보일 거라는 게 이 작품의 한계. ㅠㅠ
유희성 연출의 특징인지 모르겠는데, 장면 하나 하나의 완성도는 정말 높다. 그게 배우들의 열연에 기댄 결과라해도.
정말 그 장면에서 그 감정의 절절함, 진심은 다 이해가 되는데,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하단 말이지.
나머지는 관객이 알아서 상상력으로 채우라는 건지;; 모차르트!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피맛골 연가에서도 그런 점은 여전하다.
이제는 2막의 쥐떼들도 다 귀엽기만하고, 쥐떼들이랑 흥겹게 한 판 놀다보면 어느새 아침은 오지 않으리. ㅠ.ㅠ
오늘도 은생-은랑의 하모니는 더할나위 없이 조화롭고, 애절하고, 전율이었다.
마지막으로 행매님의 한천년은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채 세종을 가득 채웠다.
커튼콜에서 사물놀이패 등장할 때부터 기립해서 정말 그동안 무대 위에서 좋은 공연을 위해 수고해준 모든 배우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각이 김승회 배우는 평소보다 워우어~를 길~게 질러주셨고, 함이 김정현 배우는 옆에서 구경하시고ㅋㅋㅋ
홍생 임현수 배우는 아주 목청이 터져라고 토사구팽을 부르다가 '여러분 감사합니다'로 마무리, 큰절까지 하셨고,
은랑님 그냥 조신하게 인사하셨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은생은 콩주머니 드는 포즈로 인사해줘서 아주 빵 터졌다.
행매 양희경님도 그냥 평소 하시던대로 인사해주셨고.
임현수 배우는 눈물 글썽글썽 울컥하셔가지고, 옆에서 양희경 쌤이 툭툭 다독여주시더라.
은생은 내내 웃고있더니, 나중에 막 닫힐 때 손 흔들어주면서 그제야 울컥, 울음 참는 거 같더라. 이럴 땐 좀 눈물도 보이고 해도 괜찮은데, 끝내 꾹 참는 거 보니까 내가 더 울컥해서 괜시리 눈물이 났다.
참 그동안 정말 울고 웃고 행복한 시간이었고, 마지막 공연까지 이렇게 훌륭하게 마무리해줘서, 가슴에 보름달을 품은 것처럼 만족하고 돌아왔다.
내년에 은생, 은랑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고, 내년에는 더 다듬어져서 돌아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