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06. 23(목) 8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민영기,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이경미,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 두 줄 평 : 은촤의 내운명은 진리!! 범사마, 영숙 여신, 선아 여신도 진리!!
민주교님 ♡ 아르코 백작 옙흔 사랑하세요~
- 오늘 처음 본 캐스팅은 민영기 대주교님. 은촤 + 민주교 자체 첫공이었다.
이정열 주교님 공연은 세 번을 봤는데, 민주교님은 한 번도 못봐서 많이 궁금했는데, 아르코 백작과 함께 깨알같은 개그, 빅 재미를 선사하셨다. 모차르트는 어디있나 시작 부분에 오케 박자가 좀 빨랐는데, 당황하지 않고, 따라잡으시더라.
이주교님과 비교해보자면, 민주교님은 좀....백치미가 넘치신다고 하면 실례일까 ^^;; 2막에서 '어떻게 이런일이' 하실 때 책에 파묻혀 살았다네~ 하시는데 역시 설득력이 없으셔~ ^^;
그 쩌렁쩌렁한 목청으로 빈에 남겠다고 반항하는 볼프강과 대결하시는데, 미성인 은촤 성량으로는 밀리는 감이 있어서 좀 아쉬웠다. 여기선 볼프강이 더 파워로 밀어붙여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이정열 주교님과 더 합이 잘 맞는 듯하다. 이 주교님 성량도 뭐 민주교님 못잖으시지만, 이주교님은 컨트롤 하시는 것 같거든.
하지만, 똥 싸드릴게요 이후에 이정열 주교님은 그냥 같이 막 화를 낸다면, 민영기 주교님은 진짜 "쟤가 나한테 똥을 줬어!!"라는 표정과 대사라 재미가 더 컸다.
- 그리고 이경미 베버부인과 은촤 조합도 오늘 처음 봤구나. 정영주 베버 부인과 은촤 조합도 재밌고 좋은데, 특히 누가 이 공연에 참가하시겠습니까~ 할 때 남 앙상블 다 밀쳐내며 저요저요저요 방정떠는 은촤를 향해 "그래요, 너요!" 하시는 게 좋았다면, 이경미 베버 부인은 똥 묻은 돼지꼬리 이후에 박수~ 하다가 박수 소리가 왜 이 모양이냐며 객석의 박수를 유도하시는 게 참 좋았다. 솔직히 똥 묻은 돼지꼬리 다음에 박수치기 참 애매한 타이밍인데, 여기서 마음놓고 박수를 보낼 수 있어서.
- 오늘 처음으로 오른쪽 사이드에서 봤는데, 이쪽 자리에서 보니 처음 보는 장면들이 또 그렇게 좋았다.
준상 아마데가 음악 상자 앞에 두고 신내림 받을 때(사실과 다름;) 바로 정면으로 보이고, 또 무대 전환 구조상 레오폴트의 등장이 주로 오른쪽이고, 무엇보다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를 오른쪽에서 부른다.
또, 그동안 베버 부인네 와서 볼프강이 처음 소개받을 때 잘 안 보였는데, 선아 콘스탄체가 볼프강한테 막 관심있는 표정짓는게 보여서 또 재밌었다. 전엔 그냥 스치듯 인사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 앞에서 살짝 애교를 부리더라.
그리고 파리로 떠나기 전,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 넘버할 때, 볼프강이 '나는 아버지를 사랑해요.'하는 아마데가 갑자기 차갑게 쏘아보는데, 냉포스가 말도 못함. 준상 아마데의 연기가 아주 나날이 놀랍다.
- 볼프강이 콘스탄체와 재회하는 씬. 서로 나잡아 봐라~깨방정 떨다가 슬슬 연애 감정으로 발전하는 장면 중 은촤가 여기 뽀뽀해봐~ 라는 듯 자기 볼을 톡톡치는데, 콘스탄체가 뽀뽀를 하는 순간 고개를 돌려서 입술에 뽀뽀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전엔 뽀뽀하고 곧바로 둘다 놀랐다는 듯이 방정맞게 하하하하 웃으며 또 뜀박질 하더니, 요즘은 거기서 한 박자 쉬고, 장난이었어~ 라는 듯이 방정을 떠는데, 와~ 그 한 박자 때문에 공기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가, 하하하하 소리에 흩어지는 게 보인다. 진짜 배우라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지.
은촤는 빗자루에 콘스탄체 태우고 '너 살쪘어?' 이걸로 계속 밀 생각인가보다. 어디 감히 여신님의 다이너마이트한 바디에 그런 망언을!! 이라지만, 귀여우니까;;
- 그리고 은촤는 여성에 대한 태도랄까 그런게, 나날이 진화(?)해간다고 할까. 술집에서 취객과 시비가 붙을 때 쉬카네더가 등장하는데, 거기에서 볼프강 옆으로 여 앙상블 2명이 붙는다. 내가 공연 3번 보는 동안 그 여 앙상블을 대하는 은촤의 태도는 삼단변신!
12일 공연 - 아, 여자다 신기하다 순진순진 *_* 손가락->팔뚝 쓰다듬.
18일 공연 - 아, 여자다~갑자기 테이블로 쓰러트림. 기겁했음. 이건 뭐 손만 잡다가 갑자기 일 치를 기세;
23일 공연 - 아, 여자다~ 완전 술 취한 아저씨 분위기로 시선과 손이 가슴 부위로 집중.
나, 내일 4번째 보러가는데, 그 땐 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 기대해 보겠다. (아웅, 순진순진 은촤도 귀여웠구만;)
-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아마데에게 공격받아서 더블 쇼크에 빠진 채 미쳐버린 은촤는 정말 뭐라 할 수 없이 안쓰럽다. 진짜 꼭 안아주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그게 별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ㅠ.ㅠ
- 유아기의 어떤 시기는 부모가 자식에게 애정을 쏟아부어도 쏟아부어도 부족할 정도로 아이가 부모의 애정을 필요로 한다고 하는데, 모차르트는 아마도 무한으로 쏟아지는 애정보다 엄격한 훈계를 받으며 자랐을 테지. 혼란씬에서 보여주는 '그가 아프면 손해가 막심해!' 네 엄마를 죽게했어!!' '널 절대 용서못해!!' 까지. 도대체 왜 애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으세요. ㅠ.ㅠ
이 애정결핍 덩치만 큰 아이가 얼마나 가여운지 모르겠다.
애정을 갈구하는 만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신경쓰고, 미움받지 않으려고, 사랑받고 싶어서 이 사람 저 사람에 휘둘리기만 하는 그 모습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주변엔 그저 뜯어먹으려는 하이에나들 밖에 없는데.
그런 볼프강이 중심을 잡는 계기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건 참 아이러니 하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그는 진정한 성인으로 혼자 설 수 있게 되었다. 그걸 보여주는 장면이 스테판 성당에서의 참회 장면과 이어지는 프랑스 혁명 소식이 전해지는 장면이다.
그 전까지는 어딘지 소년과 청년의 중간쯤의 모습으로 보이던 볼프강이 차분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는 모습에서 아, 이제야 비로소 두 발로 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자신의 두 발로 섰다고는 해도 아버지의 그림자를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던 볼프강의 마지막은 그래서 참 슬프다. 이제서야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됐는데 그의 생명력은 레퀴엠을 타고 흘러나가버렸다.
- 이 날 공연에서는 참 뜬금없이 피날레에서 갑자기 울컥. 죽음씬까지도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앙상블이 "이 싸움이 끝나면 너의 길도 끝난다. 너는 그저 너일 뿐, 너의 음악은 영원하리"라는데, 눈물이 줄줄 흘러넘치더라. 쓰는 지금도 울컥한다. 나 모차르트 빠순이 맞다니까.
근데, 피날레에서 박수 나오는 거, 공연 끝날 때까지 해결 안되겠지. ㅠ.ㅠ
- 앞으로 은촤 남은 공연이 4회. 아쉽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