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06. 12(일) 7시 공연
2011. 06. 18(토) 3시 공연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스팅 : 모차르트 - 박은태, 대주교 - 이정열, 레오폴트 - 서범석, 남작부인 - 신영숙
콘스탄체 - 정선아, 베버부인 - 정영주, 쉬카네더 - 에녹, 아마데 - 탕준상
처음엔 넘버에 관심이 갔고, 마침 공연 중이라고 하니, 가서 한 번 볼까...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게다가 정말 고맙게도 아는 뮤덕 동생 덕분에 2열 거의 중앙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K양, S양 다시 한 번 Thank you!!
돈님은 어찌나 정직하신지. 배우들 얼굴 표정도 진짜 생생하게 다 보이는데다 음향도 훌륭!! 덕분에 공연 보고 나오자마자 자발적으로 18일 3시 공연을 2열 왼쪽 자리로 예매.
두 번의 공연을 하나의 감상으로 밀어넣기 하려니 이건 뭐 지대로 스크롤 압박 예상.
(솔직히 어디까지 길어질지 상상도 안 간다. 내가 이 후기만 일주일도 넘게 붙잡고 있어서. OTL)
뮤덕 동생에게 갈라콘 뮤지컬이라는 평을 듣고갔지만, 생각보다 제대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어서 나름 만족했다. (아니면 내가 헝가리 버전을 미리 보고 간 덕을 본 건지도 모르겠다만) 가사도 좀 다듬은 듯 CD 버전과는 달라진 부분이 좀 많았다. 예를 들면 콘스탄체의 "나는 예술가의 아내라"에서 무대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는 싹 빠졌는데, 그편이 더 나았다.
0. 프롤로그
극의 처음은 비석 하나 제대로 없는 모차르트의 무덤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마데우스도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다!'에서 시작하더니만, 역시 비극적인 천재에게 '요절'과 '죽음'이라는 꼬리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모양이다.
1. 이 아이는 누구인가
죽음에서부터 과거로 회상하며 신동계의 아이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치며 하늘에서부터 내려온다. 신통방통한 이 꼬마 천재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귀족들 앞에서 아들 자랑이 늘어지신 범석 레오폴트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그 감정엔 아들의 재능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그런 천재 아들을 키워낸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합쳐져 있다.
이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방식은 저 두 가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천재인 아들의 재능을 아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영향력 하에서 발휘되어야 하는 것. 아들의 영광이 곧 아버지의 영광, 나는 너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헌신할 테니, 너는 그냥 나만 따르면 돼. 아빠 믿지? 그러니 이 부자의 앞날이 어찌 순탄할 것인가.
그나저나 준상 아마데는 어쩜 그렇게 작고도 귀여운 것이냐. ㅠ.ㅠ
2. 빨간 코트
네가 주목받는 건 천재인 "어린애"라서다, 네가 자라서 천재성이 희석되기라도 한다면, 아무 시선도 끌지 못한다는 레오폴트의 주문이 반만 먹혔는지, 덩치만 큰 피터팬 볼프강과 의젓하고 착실한 신의 사랑을 받는 아이, 아마데
이 장면에서 깨방정 떠는 은촤도 귀엽지만, 난 준상이가 흐믓한 표정으로 피아노 위에서 바라보던 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확실히 자리가 참 중요한게, 12일 공연 때는 중앙에 가까운 자리여서 은촤에게 시선이 갔는데, 18일 공연 때는 왼쪽에 치우친 자리라 준상이가 느무 잘 보이더라. 그냥 무표정하게 인형처럼 앉아있는 줄 알았는데, 18일 공연의 준상 아마데는 피아노 앞에 비스듬히 앉아서 코트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남매를 참 흐믓하게 바라보고 있더라. 그리고 난넬에게 어리광 피우며 무릎에 누운 볼프강에게 달려가 가슴팍에 안기던 아마데. 참 좋은 한 때다. 근데 난 왜 눈물이 ㅠ.ㅠ
이 첫 등장 장면부터 박은태 배우의 모차르트 연기에 물이 올랐구나 라는 걸 그냥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처음보는 공연이었지만, 진짜 몸에 딱 달라붙었구나 하고. 나를 사랑해줘요~ 나를 미워하지 말아요~ 오라를 퐁퐁퐁 뿜어대는 그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랑스럽고 말 지지리 안 듣는, 그럼에도 "착한" 아이다. 좀 더 바락바락 대드는 반항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더 박은태다운 모습이었던듯 하다. 동촤는 좀 다를까? 임촤는 뭐 더 범생 아들일 것 같고;
3. 나는 나는 음악
사랑하는 아버지지만, 자신을 너무 구속하는 것 같다는 답답함을 호소하며 흘러나오는 나는 나는 음악.
내가 곧 음악인데, 아버지는 나를, 내 음악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버지가 받아들이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너무 절절해서 12일 공연을 볼 땐 뜬금없이 초장부터 눈물이 났더랬다. 에구 저것이 지 앞날이 어찌될지도 모르고서 저렇게 '음악이 없는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는 둥 하는구나. 정말 자신이 음악 그 자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저 천진난만 순수한 녀석을 어쩌냐 싶어서.
이 노래의 가사 전반부는 볼프강이 아버지에게 보낸 서간문 중에서 발췌한 것 같다.
저는 시인이 아니므로 시적인 글은 못올립니다.
또한 어휘를 재미있게 배열하는 기교도 부릴 줄 모릅니다.
저는 화가가 아니며 댄서도 아니며
몸짓이나 팬터마임으로 제 생각을 표현하는 재주도 없습니다.
그러나 소리로는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음악가이기 때문입니다. -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中
(참고로 헝가리 버전에서는 콜로레도 대주교와 한판 뜬 다음, 파리로 떠나기 직전에 이 노래가 나온다. 예전 처럼 연주 여행을 떠나, 그 때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을 생각에 들뜬 볼프강이 부르는 넘버다. 우리나라 버전은 아버지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줬으면 하는 느낌이라면, 헝가리 버전은 청중들이 성장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좋아해줬으면 하는 바람처럼 느껴지는 넘버다.)
4. 모차르트는 어디있나
내가 사랑하는 앙상블 넘버 중에 하나. 물론 앙상블보다 콜로레도 대주교와 초딩 볼프강의 맞대결이 중심인 노래지만, 난 여기서 앙상블 언냐들이 풍성한 치마를 입고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열을 맞추고, 빰빠바밤~ 에 맞춰 절도있게 대주교를 향해 절하는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18일 공연에선 마이크 음향 사고가 났지;;
하여튼 시종들의 절을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나타나 아래것들을 내려다보시는 이정열 대주교님의 바리톤은 또 얼마나 중후하신지. 2번의 공연 모두 이정열 대주교였는데, 아우~ 정열님은 성직자를 하시기엔 느무 짐승남이셔요~///.///
성직자 보다는 권력자의 향기~ 거만하기 이를데 없고, 초딩 볼프강의 도발에 가소롭다는 듯 네까짓게 - 헛웃음 지으시며 저거 치워~ 라시던 모습은 카리스마 넘치셨지만, 그 뒤에 "경이롭다~" 하실 땐 촘 많이 귀여우셨어요~>.<
아직 민영기 대주교님을 영접하지 못했는데, 민주교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 지 사뭇 기대가 된다.
5. 가족이니까
콜로레도 주교와 한 판 뜬 철딱서니 없는 아들래미 때문에 범석 레오폴트는 오늘도 머리가 아픕니다. (고뇌하는 아버님,하앍하앍~)
저 혼자서는 신발끈도 못 매는 주제에, 츤데레 영주님의 매력도 못 알아보고 볼프강은 잘츠부르크를 떠나 음악 여행을 하겠다고 한다. 아버지의 걱정에도 아랑곳 안 하고 아마데가 이봐 이쪽이야~ 라는 듯 고개짓 까딱하니까 총총총 쫓아가는 볼프강. 벌써부터 아마데의 지배력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6. 모차르트 아가씨
장사치들의 떠들썩한 호객 소리를 사이로 꽃 같은 아가씨 난넬 모차르트가 장을 보러 나왔다. 난넬 역의 임강희 씨는 정말 얼굴도 어여쁘시고, 목소리는 완전 꾀꼬리. 그래서 살짝 묻히는 감이 있지만 곱고 예쁜 목소리로 우리 동생이 만하임에서 잘 나가면 나도 따라갈 거에요~ 낙천적인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 아르코 백작이 나타나서 니들 생각대로는 안될껄~ 파토를 내기 전까지. '너흰 귀족을 몰라~'라는 아르코 백작의 엄포에 그렇게 발랄하게 노래하던 난넬도 서서히 불안감에 휩싸인다.
7. 마음 굳게 먹어라
아들을 떠나보내고 너를 걱정한단다, 부디 마음 굳게 먹어라~ 세상은 만만치가 않아요,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늘 겸손해라. 물가에 내놓은 자식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이런 것이다..하고 보여주는 노래. 특히나 다른 집 애들과 달리 천재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아들을 둔 레오폴트는 걱정이 두 배. 이 애끓는 부성애를 편지만이 아닌 아들 앞에서 제대로 보여줬더라면 이 부자 관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신은 나를 버렸다'에서 느껴지는 좌절감이 이 아버지를 너무 굴절시킨 건 아닌가 싶다. '너는 나의 자부심'이지만, 그렇다고 아들이 나의 대신은 될 수 없는 것을.
18일 공연에서 '아들! 힘내거라!'는 12일 공연보다 좀 더 힘이 들어가 있어서, 뭐랄까 좀 더 아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아버지로 느껴졌다.
8. 구세주를 기다려요
아버지의 절절한 걱정이 무색하게 모차르트는 베버 가족과 만나버렸다! 아~ 분명 이 가족은 악역인데, 난 이 가족이 참 유쾌하다. 그건 넘버탓이 큰데, 이거 너무 씐나는 서커스 풍이라서. 정영주 체칠리아 베버 부인, 어쩜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주책맞은 속물 아줌마 연기를 하시는지. 캐릭터가 아주 딱 들러붙었더라.
실제로 모차르트는 알로이지아를 위해 그녀의 음역대에 맞는 아리아를 작곡해줬다고 한다. 비록 그녀와는 그게 인연의 전부였던 듯 하지만.
9. 레오폴트의 기도 / 엄마의 죽음 /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아버님의 걱정대로 아들은 베버 가족사기단에게 전재산을 홀랑 넘겨버리고, 레오폴트는 신께 진지한 기도를 바친다. 파리는 돈이 너무 많이 드네요~ 하시는데, 기러기 아빠의 고단함이 살짝 엿보이고. ㅠ.ㅠ 게다가 아내가 아프다는데, 병원갈 돈도 없다고 하시는데 어찌나 슬픈 표정이시던지.
한편 모차르트의 음악은 파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텅빈 객석, 그리고 아픈 어머니는 아들이 교향곡을 완성하든 말든, 생을 다하고 말았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볼프강은 비로소 현실에 눈 뜨게 된다. 신의 아이라고 찬사를 받으며 연주 여행을 하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세상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랑이며, 그의 전부인 음악마저도 어머니의 죽음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세상의 냉혹함, 잔인함을 경험하고, 어머니의 죽음에도 묵묵히 작곡만 하는 아마데 앞에서 절규하며 결국 "나"는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비로소 아이에서 한 단계 성장한다.
10. 잘츠부르크는 겨울 / 나는 쉬카네더
기세좋게 떠난 연주 여행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큰 상처를 남겼고, 모차르트는 씁쓸하게 잘츠부르크로 돌아왔다. 그런 볼프강을 술집에 모인 사람들이 비웃는다. 거 봐라, 네가 그럼 그렇지~ 라는 조롱에 울컥해서 취객과 시비가 붙고 한 대 얻어터지는 순간 쉬카네더가 등장한다. 쉬카네더는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빛나는 재능을 감지하고, 그를 어떻게 잘 구슬려볼 생각인 것이다. 귀족들만의 음악이 아닌 대중음악!계로의 스카우트.
솔직히 나는 이 쉬카네더라는 인물이 여기서 등장하는 게 상당히 뜬금이 없다고 생각했다. 넘버도 OST로 들었을때 확 와닿지 않았고. 하지만, 자괴감에 자신감 상실,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 등 실의에 빠진 볼프강 앞에 나타나서 새로운 길을 제시해준다는 면에서 보면 타당한 흐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쉬카네더 넘버 할 때 은촤가 느무 흥겹게 앙상블을 따라서 춤을 춘다. 깨알같이 싸웠던 취객과 화해의 키스(;)까지 나누고. 하여간 은촤는 몸도 잘 쓰다보니, 이런 부분도 볼만하다.
11. 황금별
간신히 얻은 오르간 주자 자리마저 위태로운 볼프강 앞에 구세주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이 등장해 자신과 함께 빈으로 떠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아들의 가출로 이미 아내를 잃은 레오폴트가 쌍수들고 반대할 것은 자명한 일. 남작부인은 그 완고한 레오폴트를 설득하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아~ 진짜 신영숙 님의 '황금별'은 진리다. 연기라고는 해도 옆에서 볼프강과 난넬이 딴짓(의논과 설득)하는 걸 보면서 '니들이 지금 감히 여신님 노랠 안 듣고 딴짓하냐?!'는 심정이 될 정도였다. 신영숙 님, 정말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는 '황금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셨어요. 비중이 적은 역이지만, 그 우아한 존재감 만큼은 최고싶니다. 앙상블의 고음 부분도 확실히 이끌어주시고.
12. 아무도 나만큼 너를 사랑하진 않는다
남작분인의 노래는 그야말로 천상의 소리였지만, 그렇다고 아들 때문에 홀아비 신세가 된 레오폴트가 순순히 넘어갈 리 없다. 그냥 아들 걱정하는 진심만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을, 너는 너무 미숙하다, 네 곁에 내가 없으면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상은 위험하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이미 눈은 밖을 향하고 있는 볼프강에게 씨알도 안 먹히지.
이 볼프강과 레오폴트의 관계는 어쩐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을 생각나게 한다. 사실은 라푼젤의 특별한 능력을 독점하려고 그러는 거지만, 세상은 위험하고, 잔인하다며 탑 안에 가둔 엄마(마녀)와 오로지 엄마밖에 모르는 사랑스러운 예쁜 딸 라푼젤. 가출 후 라푼젤이 보여준 내적 갈등의 외적 표현은 그 얼마나 많은 딸들의 공감을 샀던가. 레오폴트가 오로지 볼프강을 이용하기만 하는 무정한 아버지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아들의 의지에 상관없이 그의 성공마저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던 것만은 사실이니까.
'나 죽는 꼴 볼래!'를 시전해봤으나, 볼프강은 '나는 잘츠부르크가 싫어요!'로 응수. 결국은 자, 이리 와, 라고 고개짓하는 아마데를 따라 빈으로 떠난다.
13. 그는 내가 만든 작품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인 분명 볼프강이 잘츠부르크를 떠나는 건 콜로레도 대주교도 합의했다고 했다. 그 권위주의 쩌는 대주교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허락을 해줬나 했더니, 모차르트가 유명해지면 그의 윗전인 자신의 명예도 올라가니까 허락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자기 외 다른 영주들이 모차르트를 눈독들이지 않을까 경계하며 빈으로 여행길에 오른 우리 츤데레 주교님~♡ 민감하신 장 때문에 큰 웃음 선사하셨습니다.
이 장면은 정말 대주교님 외에도 아르코 백작과 시종분들의 깨알같은 개그 연기가 빛을 발한다. 덕분에 남 앙상블 한 분 이름도 외웠다. 이창희 님, 보고계십니까?
13. 똥 묻은 돼지 꼬리
볼프강은 빈에 도착한 후 유랑극단 노릇을 하는 베버 가족과 재회하게 되는데, 항문기를 벗어나지 못한 똘끼충만 볼프강을 제대로 보여주는 넘버다. 나는 시인도, 배우도 아니라던 그가 여기서는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라며 아주 물 만난 고기처럼 파닥파닥 신이 났다. 이 넘버가 아주 씐나고 은촤가 한 댄스하는 걸 보여주는지라 흥겹고 재밌지만, 솔직히 이게 여기서 왜 튀어나오나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자꾸 헝가리 버전을 이야기 해서 좀 그런데, 헝가리 버전에선 아르코 백작을 등장시켜서 그를 조롱하는 음악으로 연출을 해서 그게 설득력이 있었거든. 한국판에선 그냥 "난 진짜 뿔난 돼지꼬리~"라며 모차르트의 별난 성격과 캐릭터를 돼지 꼬리라고 희화화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이지만.
14. 모두 가짜 / 니가 맘에 들어
베버 가족과 재회하고 시집간 알로이지아 대신 콘스탄체와 가까워질 기회를 잡았다. 빗자루 요정 은촤의 깨방정과 정신 사나움, 이제 막 사랑의 감정이 싹튼 중딩의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이 고까운귀여운 한 씬.
15. 끝나지 않는 음악 있을까.
빈에서 콘스탄체와 연애질이 한창인 볼프강과 달리 잘츠부르크에 남은 가족들은 베버 가족과 재회한 볼프강 걱정에 날이 샌다. 레오폴트는 대주교가 볼프강을 데리러 갔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난넬을 안심시키지만, 난넬은 동생의 날개가 또 꺽이는 건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때 자신도 음악 신동이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이렇게 다른 처지가 되버렸다는 것을 한탄하기도 한다.
16. 난 빈에 남겠어
황제 앞에서 열기로 한 음악회가 대주교의 농간으로 취소되자 격분한 볼프강이 대주교를 찾아온다. 불시에 쳐들어왔기에 대주교님의 준비되지 않은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하여간에 이정열 대주교님은 성직자를 하시기엔 느무 짐승남이셔서~///./// 가슴을 훤히 드러내놓은 모습이 어찌나 정력적으로 보이는지 말입니다.
월급쟁이 딴따라 주제에 말 지지리도 안 듣는 볼프강은 얄밉기 그지 없고, 볼프강은 볼프강대로 넌 권력만 빼면 시체, 예술은 글로 배웠지!! 라며 뻗댄다. 우리 츤데레 대주교님은 '자유의 다른 이름은 배고픔이지'라며 설득을 시도하지만, 내가 배를 곯아도 니 하인 노릇은 안해! 라며 바락바락 대드는 모차르트를 봐 줄리 없다. 해고 시키고 나서도 시원하다~는 게 아니라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씩씩대는 대주교님은 역시 츤데레~
17.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겉으론 버려진 것 같지만, 사실은 먼저 버리고 떠난 모차르트는 시원하게 자유 선언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대주교로부터 자유라고 외치는 순간, 볼프강은 자유의 몸이 된 환희를 채 음미하기도 전에 불안함에 휩싸인다. 자신을 구속하는 아버지도, 대주교도 떨쳐버릴 수 있었지만, 이제까지 날개인 줄 알았던 "천재성"이 실은 묵직하게 발목에 채워진 족쇄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공연 가기 전에 가장 기대한 넘버. 박은태 배우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정말 최고였다. CD에서 듣던 그냥 곱게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연기가 들어가면서 제대로 질러주고, 공포에 질려 벗어나고자 필사적인 느낌이 확 사는 노래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그새 뮤지컬 어워드 때의 연기에서 디테일이 확 늘었더라.
게다가 아마데 탕준상의 연기가 그야말로 전율이었다. 그 전까지 아마데는 그냥 인형같이 귀여운 무표정의 꼬마였다. 웃는 법이 없고, 음악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늘 한 발 뒤에 서 있었다. 그런 아이가 잉크가 마른 깃펜으로 볼프강의 팔뚝을 찌르고선 만족한 듯 짓는 썩소라니. 이때 정말 정신이 확 나가서 이후 노래에 집중을 못했다.
두번째 관람을 결심하게 된 것도 이 때문. 난 이걸 꼭 다시 보고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서 이건 뭐 1막 끝나자 마자 다시 보고 싶어져서 재관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우, 이제 1막 끝났다. 헥헥
2막은 이 뒤에...(나 이거 임촤 보기전에 다 쓸 수 있을까.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