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의 비극이 시작되고 나니까, 공식 홈페이지에 여러가지 소식이 올라와서 몇 가지.
처음에 포스터를 봤을 땐, 뭐지 이 B급의 향기는....?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B급 지향이 맞나보다.
아, 위에 이미지 포스터 말고 공식 포스터는 저기에다 뭔가 강렬한 빨강과 초록을 덧칠하고, 서투른 포샵을 해놓은 듯한 싼티나는 포스터임.
엊그제 공식 홈페이지에 무대 사진이 올라왔는데, 무엇보다 충격인건, 파우스트 박사는 금발이었던 거야?!!!
궁금했던 탱고는 메피스토펠레스와 추는 모양인 듯. 근데, 만사이 상이 여성 포지션인가.
토픽 페이지에 연습 풍경을 담은 동영상도 있어서 봤는데, 역시 B급 지향이었나 싶은것이,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건 괴테의 파우스트지만, 이건 크리스토퍼 말로의 파우스트였다. 크리스토퍼 말로...하면 나는 플래쉬 블러드에서의 모습 밖에 기억에 없어서 그렇지만, 원래 이렇게 호모로운 작품이었던가. 하긴 원래 악마가 자기 손에 들어올 존재에 품는 집착은 어딘가 사랑과도 닮아있으니까. (콘스탄틴에서의 루시퍼라든가, 데블스 애드버킷에서의 알 파치노 사탄이라든가...라니, 키아누는 악마에게 사랑받는 타입이었나;;)
출처 - http://www.bunkamura.co.jp/shosai/org68_10_faust_8s.html
Bunkamura 파우스트의 비극 토픽 페이지 중 연습실 레포트 2
『파우스트의 비극』연습실 풍경 ~ 연습실에 「마법」이 걸리는 순간
「무엇이든 다 있다」.
말만 들으면 풍족한 환경인 듯한 인상이지만, 어쩌면 매우 무서운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니나가와 유키오(蜷川幸雄)가 연출하는 작품의 연습실에 발을 내딛을 때다. 잇달아 빠르게 날아오는 연출가의 지시에, 연구와 아이디어를 짜 내서 응하는 배우들, 마법같은 스피드와 정확함으로 필요한 사물을 준비하는 스탭·팀.
정말로 「무엇이든 다 있는」 연습실이다. 그렇기때문에, 거기에 있기 위해서는 각오와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매일 추궁당하는 것은 무서운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 것이다.
『파우스트의 비극』의 연습이 시작되고 일주일간. 오늘은 1막을 처음부터 맞추는 연습이라고 들었다.
연습 첫날에 나타난, “에도시대라고 생각되는 작은 가부키 분장실”이 틈새로 보이는 무대 장치는, 니나가와 현장을 잘 아는 관계자도 놀라게 하는 스케일의 것이었다. 오늘은 그 앞을, 일본식과 서양식, 사람과 사람 아닌 자등 각양각색으로 경계를 넘은 코스튬의 배우진이 왕래해서, 더욱더 희한한 광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연극 연습 전에 특수효과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마술이나 악마가 활약하는 장면에서는, 그 스모크나 불꽃의 효과가 필수 아이템. 각양 각색, 대단한 기세로 불꽃을 날리는 장치, 흰 연기를 분출하는 장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로서 그것들을 다루는 카츠무라 마사노부(勝村政信)가, 어린애 같은 눈으로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득 돌아보면 그 한 사람뿐만 아니라, 정면에서 지켜보는 연출가로부터 멀찍이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까지 전원이 낮게 「오! 」하고 환성을 지르면서 열심히 보고 있었다.
대충 「실험」이 끝나면 「10분 뒤, 처음부터 갑니다」라고 조연출의 목소리가. 대사를 하는 목소리, 움직임의 복습, 시작하기 전의 어수선한 한 때.
만사이 파우스트는 「기분만이라도 내지 않으면」하고, 망토 자락의 펄럭임도 선명하게 댄스의 스텝을 밟고 있다. 악마의 타이즈 모습으로 가로지르는 마메 야마다(マメ山田)에게 「뭐지, 박쥐인가? 」하고 연출가가 소리를 내어, 웃음이 터져나온다. 「총연습이 아니에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멈출거니까. 아무리 그래도 (전체 연습은) 너무 이를 테니까」라고 더욱이 연출가의 농담. 「막 뒤에서 모두 『총연습 분위기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웃음)」하고 대꾸하는 조연출에게, 연출가는 「그러면 좋겠지만」하고 중얼거린다. 자, 그 진의는 어디까지…….
마침내 전투개시다!
개막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연출가·니나가와의 작품은, 언제나 그 시작에 드라마를 농축시키고 있다. 이번은 드라마 + 마법. 찬송가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 첫 장면은, 동시 다발적으로 날개와 꼬리를 단 천사나 악마들이, 무대 위를 둥실둥실 날아다닌다. 무대를 가로 지르는 거대한 물고기, 희한한 물건들. 떠들썩함이 잦아들면, 거기에는 고뇌하는 파우스트가 우두커니 서있다.
학문을 극도로 추구해, 한계를 느낀 파우스트 박사가 친구인 마술사에게 흑마술을 배우려고 결의하는 첫 장. 남 보다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탓으로, 다른 사람은 모를 고뇌를 품은 천재가, 연기하는 사람에게 그대로 겹쳐진다.
이 작품에서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이외에는, 한명의 배우가 여러 역을 연기하는 것도 볼만한 곳 중 하나. 야무진 말투의 변사역과 파우스트의 패러디라고도 할 수 있는 마굿간 지기를 연기하는 키바 카츠미(木場勝己)의 표변하는 모습, 괴상한 마술사 콤비, 다카오 다카(たかお鷹) & 사이토 요스케(斎藤洋介)의 웃음의 간격의 절묘함은, 풍부한 인생경험에서 기인하는가? 계속해서 파우스트의 제자 바그너로 등장하는 시라이 아키라(白井晃)의 표표한 연기도, 다른 데에서는 잘 볼 수 없을 것이다. 로빈과의 콤비를 짜는 요리장 레이프역의 다이몬 고로(大門伍朗)는, 때로 여장 연기도 보여주는 대 서비스.
익살스러운 씬의 뒤에는,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어서 악마와의 계약 장면이. 플라잉은 당연, 2층 갤러리나 연출가의 뒤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 농락하는 카츠무라 메피스토로부터는, 연기하는 사람의 즐기는 마음과 높은 프로 의식이 오오라처럼 뿜어져 나온다.
지옥에서 불러낸 악마와, 자신의 혼을 교환하여 계약하는 남자. 생명의 교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리어스한 씬의 라스트에 연출가가 준비한 것은, 두 사람이 추는 탱고였다!
흑의 파우스트와 백의 메피스토. 입장과 색을 역전한 복장의 두사람이, 거대한 테이블 위에서 요염하고 농밀하게 바싹 달라붙어, 복잡하게 교차하는 스텝의 BGM은 탱고의 스탠다드 「라·쿰파르시타(La Cumparsita)」. 발밑이 때때로 불안정하기도하지만, 시선은 빗나가는 일 없이 서로 이어져, 이미 두 사람이 떼어버릴 수 없는 관계가 되버렸다는 분위기가 풍겨온다. 우주나 진리에 대해서 주고 받는 논의도, 서로 얽히는 댄스도, 두 사람에 있어서 행위의 의미는 같은 것일지도, 라고 생각하게 한다.
계속되는 7대 죄악의 장면에서는 프라이드, 탐욕, 분노, 시기, 대식, 태만, 부정의 7개의 욕망에 오가와 히로키(大川ヒロキ), 다이몬, 요코타 에이지(横田栄司), 다카오, 사이토, 나카노 도미요시(中野富吉), 오바야시 모토코(大林素子)가 분한다. 긴 대사를 다 말한 나카노에게는 메피스토로부터 박수가 쏟아지고, 나갈 차례 앞에서는 대단히 부끄러워하고 있었던 오바야시도 섹시한 란제리 모습으로 성적 매력을 흩뿌리며, 크게 씬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또 다시 장면은 진행되고, 파우스트와 메피스토의 세계 여행을 지나서 최종장. 여기까지 나갈 차례가 없는 기사 벤보리오역의 나가츠카(長塚)가, 일막 라스트에는 카부키 한 자리의 술주정꾼 극단 단원으로서 분위기를 띄우는 한 장면으로 끼워넣어졌다.
그리고 정신이 들면, 한 번도 멈추는 일 없이 일막은 끝나고 있었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전부 해냈네요. 힘들었다.」라고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말하는 연출가. 배우도 스탭도 종료 직후는, 다소 마음을 놓은 모습이었다.
이미 이 기세는 아무도 세울 수 없다. 질주하는 니나가와 유키오와 컴퍼니의 연극적 비행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여행에도 뒤지지 않는 속도와 거리,그리고 깊이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글 : 오노에 소라(尾上そら) - 연극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