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시청각
11. 11. 11 - HAMLET (박은태/강태을/서범석/김성기).
Lei
2011. 11. 12. 01:21
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1. 11 (금) 20: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강태을,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어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성기
-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는 거창한 상술 데이. 하여간에 난 빼빼로 데이에 커플로 넘쳐나는 공연장에는 가고 싶지 않아서 예매를 안 했었다구. 그런데 왜 또 나는 아차산을 향해 가는가. 이쯤되면 병인 거 같다. -_-
- 지난주에는 동레어, 이번주는 계속 강레어로군. 그런데, 강레어 목상태는 언제쯤 정상을 되찾으려나, 지지난주, 지난주, 이번주 계속 고음에서 소리가 갈라지네. 렌트 때문인가; 그게 참 연기가 얹어지면서 많이 거슬리지는 않지만, 듣는 내가 이번엔 잘 넘어가려나 조마조마하단 말이지. 그래도 워낙 감정선이나 연기가 좋아서 삑사리 정도는 애교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목상태도 별로 안 좋은데, 중간에 막 지르고 이런 건 좀 자제합시다. 갑자기 홀딱 깬다우;
- 헬레나 이미경 씨는 그 사이 오필리어 놀리기 스킬이 느셨다. 그에게 모든 걸 다주라면서 옆구리 콕 찔러대는데, 진짜 친한 친구, 허물없는 친구 같아, 둘이 저러고 있으면 저절로 엄마 미소. 난 처음에 헬레나가 왜 오필리어를 저렇게 부추기는지 사실 이해가 안됐다. 아무리 햄릿이 덴마크의 왕자님이라고 해도, 친구한테 '햄릿의 품에 안겨 너의 모든 걸 그에게다 다 줘~'라니. 정말 친한 친구라면 이런 경우 신중하라고 충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이지. 그래서 한때는 신분 상승의 기회를 단디 잡으라는 건가? 라는 때묻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친구의 연애가 잘 되길 바라는 모습을 보고 아, 이건 10대의 연애였지, 그러니 저런 반응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고 이해했다.
- 오늘 은릿은 결혼식 등장할 때, 또 반항기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첫 등장의 임팩트는 오늘이 제일 강하지 않았나 싶다. 후훗, 매 공연 이렇게 깨알같이 설정을 바꾸니 회전문 도는 보람이 있군. 그런데, 오늘 머리가 완전 에러ㅋㅋㅋ 번개 맞은 것처럼 위로 삐죽삐죽, 피구왕 통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웃겨서. 그런데 진짜 웃긴 게 뭐냐면 첫 등장할 때 통키 머리 모양에 뿜었다가도 노래가 딱 시작되면 그런 건 다 포커스 아웃되버리고, 그냥 햄릿 왕자님으로 보인다는 거. 진짜 노래가 은태의 제일 강력한 무기구나 새삼 깨달았다. 오늘 노래는 강약 조절이 들어가서 힘을 좀 뺀 듯한 느낌이더니, 웬걸, 질러야 할 부분에선 또 지붕 날려버릴 것 처럼 쩌렁쩌렁해서 도대체 저 성대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인가 궁굼해지더라. 진짜 내가 은태가 성량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걸 다 보게되다니, 경이롭다~ (feat. 콜로레도)
- 은릿은 오늘 번개맞은 머리 스타일 때문에 초반엔 좀 산만한가 했는데, 오케스트라가 오늘도 참 제멋대로 박자를 오가고, 'Why me'에서는 미묘하게 음정이 틀어져 있더라. 특히 건반이랑 기타 세션은 정말 갈수록 더 좋아져도 모자랄 판에, 갈수록 중간에 음을 놓치고, 헛집는 게 내 귀에도 들어오냐. 진짜 오케스트라 말 좀 안나오게 해주라. 오늘 1막 마지막 피날레, 2막 시작할 때 기타 세션 띠리리링~ 중간음 못 집고, 2막에서 레어티스가 프랑스에서 돌아오는 장면 'Killer's name'에서 건반 삑사리 난 거 용서가 안됨. 언제쯤 안심하고 반주를 들을 날이 오려나.
- 김성기 폴로니우스는 김장섭 폴로니우스에 비해 키도 작고, 나이도 더 들어보이는데다, 왕 앞에서 더 비굴하게 처신을 한다고 할까. 그래서 더 처량해보인다. 특히 햄릿이 꾸민 연극에 분노한 클로디어스를 말릴 때도 너무너무 저자세로 '제발 왕실의 안정을 생각하세요.'라며 빌다시피 하는데, 그 충정을 몰라주고, 클로디어스는 '듣기 싫다! 당장 꺼져!!!'라며 소리나 지르고. 그러고는 거트루트를 찾아가 왕이 격분하고 있으니 좀 달래보라고 하려다, 갑자기 햄릿이 뛰어들어오는 바람에 커튼 뒤에 숨었다가 비명횡사나 당하고. ㅠ.ㅠ
2막의 무덤지기 씬에서는 오늘 또 깨알같이 변화가 있었는데, 이게 레파토리를 추가한 건지, 아니면 원래 번개치는 음향이 늦게 나와서 애드립을 한 건지 모르겠다. 돈키호텔과 산총(?)이었던가. 지킬, 몬테, 모촤에 이어 라만차까지 가나요.
- 선왕 살해의 꿈을 꾸고 난 후, 반라로 성 꼭대기에 올라 분노에 차서 피를 토하듯 'Let's rise above this world' rep.을 부르고는 'He's crazy' 넘버 시작할 땐, 어느 새 옷을 다 갖춰입고 오른쪽 성루에 올라가 있는 은릿. (어디서 옷을 찾아서 입었을지 궁금;;) 이 부분에서 은릿이 클로디어스, 거트루트, 폴로니우스를 관찰하려고 성루에 올라간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은릿은 그저 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쐬러 성루에 올랐다가 폴로니우스가 '햄릿 왕자님이 제 딸 오필리어에게 보낸 편지'를 꺼내들자, 그 사실에 깜짝 놀라 몸을 트는 걸로 디테일이 바뀌었더라. 하여간 참 깨알같이 설정을 자연스럽게 조정하고 있는 듯. 그래서 폴로니우스 살해 장면도 언젠가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감정선과 연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직까지는 그 장면에서 은릿이 보여주는 감정 변화가 와닿지 않는다.
- 끝내 복수를 해내고야 말았지만, 자신도 클로디어스의 독에 죽어가는 햄릿. 은릿은 참 아파하는 연기, 죽어가는 연기에서 보여주는 감정선 만큼은 진짜 모촤 때도 그랬지만, 제대로 사람 울컥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애처롭게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어찌나 진짜같은지. 당장 죽을 거 같은 목소리인데도 그 가늘고 사그러들 것 같은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게 신기할 따름. 이 마지막 장면에서의 비극적 정서가 곧 이어질 커튼콜에서 여운을 즐길 여유도 없이 흩어질 걸 생각하면 좀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커튼콜을 보고나면, 햄릿의 가장 유명한 대사 대신에 '산다는 게 연극같아!'를 흥얼거리며 공연장을 나설테지. 뭐, 그게 뮤지컬 햄릿의 영업 포인트이긴 하지만.
+ 참, 은릿 까치집처럼 덥수룩한 머리는 제발 어떻게 정리 좀 해주길 기원.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1. 11 (금) 20: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강태을,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어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성기
-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는 거창한 상술 데이. 하여간에 난 빼빼로 데이에 커플로 넘쳐나는 공연장에는 가고 싶지 않아서 예매를 안 했었다구. 그런데 왜 또 나는 아차산을 향해 가는가. 이쯤되면 병인 거 같다. -_-
- 지난주에는 동레어, 이번주는 계속 강레어로군. 그런데, 강레어 목상태는 언제쯤 정상을 되찾으려나, 지지난주, 지난주, 이번주 계속 고음에서 소리가 갈라지네. 렌트 때문인가; 그게 참 연기가 얹어지면서 많이 거슬리지는 않지만, 듣는 내가 이번엔 잘 넘어가려나 조마조마하단 말이지. 그래도 워낙 감정선이나 연기가 좋아서 삑사리 정도는 애교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목상태도 별로 안 좋은데, 중간에 막 지르고 이런 건 좀 자제합시다. 갑자기 홀딱 깬다우;
- 헬레나 이미경 씨는 그 사이 오필리어 놀리기 스킬이 느셨다. 그에게 모든 걸 다주라면서 옆구리 콕 찔러대는데, 진짜 친한 친구, 허물없는 친구 같아, 둘이 저러고 있으면 저절로 엄마 미소. 난 처음에 헬레나가 왜 오필리어를 저렇게 부추기는지 사실 이해가 안됐다. 아무리 햄릿이 덴마크의 왕자님이라고 해도, 친구한테 '햄릿의 품에 안겨 너의 모든 걸 그에게다 다 줘~'라니. 정말 친한 친구라면 이런 경우 신중하라고 충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이지. 그래서 한때는 신분 상승의 기회를 단디 잡으라는 건가? 라는 때묻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친구의 연애가 잘 되길 바라는 모습을 보고 아, 이건 10대의 연애였지, 그러니 저런 반응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고 이해했다.
- 오늘 은릿은 결혼식 등장할 때, 또 반항기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첫 등장의 임팩트는 오늘이 제일 강하지 않았나 싶다. 후훗, 매 공연 이렇게 깨알같이 설정을 바꾸니 회전문 도는 보람이 있군. 그런데, 오늘 머리가 완전 에러ㅋㅋㅋ 번개 맞은 것처럼 위로 삐죽삐죽, 피구왕 통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웃겨서. 그런데 진짜 웃긴 게 뭐냐면 첫 등장할 때 통키 머리 모양에 뿜었다가도 노래가 딱 시작되면 그런 건 다 포커스 아웃되버리고, 그냥 햄릿 왕자님으로 보인다는 거. 진짜 노래가 은태의 제일 강력한 무기구나 새삼 깨달았다. 오늘 노래는 강약 조절이 들어가서 힘을 좀 뺀 듯한 느낌이더니, 웬걸, 질러야 할 부분에선 또 지붕 날려버릴 것 처럼 쩌렁쩌렁해서 도대체 저 성대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인가 궁굼해지더라. 진짜 내가 은태가 성량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걸 다 보게되다니, 경이롭다~ (feat. 콜로레도)
- 은릿은 오늘 번개맞은 머리 스타일 때문에 초반엔 좀 산만한가 했는데, 오케스트라가 오늘도 참 제멋대로 박자를 오가고, 'Why me'에서는 미묘하게 음정이 틀어져 있더라. 특히 건반이랑 기타 세션은 정말 갈수록 더 좋아져도 모자랄 판에, 갈수록 중간에 음을 놓치고, 헛집는 게 내 귀에도 들어오냐. 진짜 오케스트라 말 좀 안나오게 해주라. 오늘 1막 마지막 피날레, 2막 시작할 때 기타 세션 띠리리링~ 중간음 못 집고, 2막에서 레어티스가 프랑스에서 돌아오는 장면 'Killer's name'에서 건반 삑사리 난 거 용서가 안됨. 언제쯤 안심하고 반주를 들을 날이 오려나.
- 김성기 폴로니우스는 김장섭 폴로니우스에 비해 키도 작고, 나이도 더 들어보이는데다, 왕 앞에서 더 비굴하게 처신을 한다고 할까. 그래서 더 처량해보인다. 특히 햄릿이 꾸민 연극에 분노한 클로디어스를 말릴 때도 너무너무 저자세로 '제발 왕실의 안정을 생각하세요.'라며 빌다시피 하는데, 그 충정을 몰라주고, 클로디어스는 '듣기 싫다! 당장 꺼져!!!'라며 소리나 지르고. 그러고는 거트루트를 찾아가 왕이 격분하고 있으니 좀 달래보라고 하려다, 갑자기 햄릿이 뛰어들어오는 바람에 커튼 뒤에 숨었다가 비명횡사나 당하고. ㅠ.ㅠ
2막의 무덤지기 씬에서는 오늘 또 깨알같이 변화가 있었는데, 이게 레파토리를 추가한 건지, 아니면 원래 번개치는 음향이 늦게 나와서 애드립을 한 건지 모르겠다. 돈키호텔과 산총(?)이었던가. 지킬, 몬테, 모촤에 이어 라만차까지 가나요.
- 선왕 살해의 꿈을 꾸고 난 후, 반라로 성 꼭대기에 올라 분노에 차서 피를 토하듯 'Let's rise above this world' rep.을 부르고는 'He's crazy' 넘버 시작할 땐, 어느 새 옷을 다 갖춰입고 오른쪽 성루에 올라가 있는 은릿. (어디서 옷을 찾아서 입었을지 궁금;;) 이 부분에서 은릿이 클로디어스, 거트루트, 폴로니우스를 관찰하려고 성루에 올라간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은릿은 그저 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쐬러 성루에 올랐다가 폴로니우스가 '햄릿 왕자님이 제 딸 오필리어에게 보낸 편지'를 꺼내들자, 그 사실에 깜짝 놀라 몸을 트는 걸로 디테일이 바뀌었더라. 하여간 참 깨알같이 설정을 자연스럽게 조정하고 있는 듯. 그래서 폴로니우스 살해 장면도 언젠가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감정선과 연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직까지는 그 장면에서 은릿이 보여주는 감정 변화가 와닿지 않는다.
- 끝내 복수를 해내고야 말았지만, 자신도 클로디어스의 독에 죽어가는 햄릿. 은릿은 참 아파하는 연기, 죽어가는 연기에서 보여주는 감정선 만큼은 진짜 모촤 때도 그랬지만, 제대로 사람 울컥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애처롭게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어찌나 진짜같은지. 당장 죽을 거 같은 목소리인데도 그 가늘고 사그러들 것 같은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게 신기할 따름. 이 마지막 장면에서의 비극적 정서가 곧 이어질 커튼콜에서 여운을 즐길 여유도 없이 흩어질 걸 생각하면 좀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커튼콜을 보고나면, 햄릿의 가장 유명한 대사 대신에 '산다는 게 연극같아!'를 흥얼거리며 공연장을 나설테지. 뭐, 그게 뮤지컬 햄릿의 영업 포인트이긴 하지만.
+ 참, 은릿 까치집처럼 덥수룩한 머리는 제발 어떻게 정리 좀 해주길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