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시청각
11. 10. 29 - HAMLET (박은태/전동석/윤영석/김장섭).
Lei
2011. 10. 30. 00:46
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0. 29(토) 19: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전동석,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우스 - 윤영석, 폴로니우스 - 김장섭
- 지난 3일 동안 은릿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6일 보고 3일만에 갔더니, 그 사이 뭔 일이 있었기에 연기가 이렇게 확 물이 오른거지? 경이롭다~ (feat. 콜로레도)
노래야 첫공 때부터 이미 로딩이 완료된 상태였고, 거기에 더해서 연기적인 측면에서 기본 골격은 갖춰졌지만, 세세한 디테일 같은 건 무대가 진행되면서 체득되는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로딩되기를 기다려왔는데, 이제 햄릿이라는 옷이 몸에 붙은 것 같다. 진짜 단 3일만에 만난 건데, 어떻게 26일에 본 은릿과 이렇게 달라져있을 수 있나. 세상에 뼈대가 완성되어 있었기에 거기에 어떻게 살을 붙이려나 했더니만, 그게 서서히가 아니라, 갑자기 이렇게 실체가 확 드러나니까 그게 너무 놀랍고 경이로와서. 물론 배우니까 완성된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야 하는 게 맞는 거지만, 누누히 말하지만, 무대는 살아있는 것이기에, 관객없이 연습으로만 채울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는 법이다.
- 은태는 올해 모차르트!, 피맛골 연가를 거치면서 목관리에 대해 도가 텄는지, 아무리 더블이라고 해도 2주차인데, 목소리가 여전하다. 물론 첫공 때의 오래 쉬고 돌아온 쩌렁쩌렁함에야 비하겠는가 싶지만, 성대의 피로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에, 노래에 실리는 감정이 더 깊어져서 호소력이 짙어졌다.
햄릿이 송쓰루 뮤지컬이라 노래에 연기를 싣지 못하면 완전 망하는 극인데, 그런 면에서 은릿은 노래의 발성을 워낙 자유자재로 구사하다보니 이게 큰 무기가 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노래에 연기와 감정을 싣는 것과 별개로, 그걸 할 수 있도록 테크닉이 받쳐줘야 하는데, 은태는 이미 그 부분이 완성되어있어서, 속삭이듯 부르지만 힘있게 고음을 내야한다던가, 가성과 진성을 자연스럽게 넘나들어야 하는 부분, 파르르 떨어야 하는 부분 등 세분화해서 발성하는 법을 이미 익히고 있어서, 거기에 감정과 연기를 제대로 실어주기만 하면 뭐 그냥 넘어가는 거다. 슬픔을 표현하는 다양한 연기의 방법이 있는 것처럼, 슬플 때 부르는 노래 또한 흐느끼거나, 지르거나, 속으로 삼키거나 노래에 실어서 다양한 창법으로 불러주니 진짜 귀가 호강하는 거지. 연기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져 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기분이란, 진정 경이롭다~(feat. 콜로레도)
- 1막 결혼식 장면에서 '사랑~ 오직 사랑~'하며 사랑 만세를 외치는 왕과 왕비, 하객들을 내려다보는 은릿은 그들을 경멸하듯 쳐다보다 손 키스를 던지고 내려가는데, 그게 참 그 표정과 동작을 봐서는 '사랑 만세? 엿같다' 같은데, 그걸 저속한 동작이 아니라, 저렇게 우아한 동작으로 표현하는 게 참 제대로 왕자님 같아서 나는 그저 좋을 뿐이고.
그런데, 이 결혼식 장면에서 동레어는 진짜 한시도 오필리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 아이고, 이 시스터 콤플렉스. 그러다 흥겨운 잔치에 찬물 끼얹으며 햄릿이 등장하니 또 못마땅한 시선으로 햄릿을 쳐다보는데, 햄릿 등장하자 햄릿만 쳐다보는 오필리어를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표정하며, 저게 어딜 봐서 오빠래는 거.
- 1막에는 사실 햄릿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1막 초반의 주인공은 거트루트와 클로디어스니까. 그런데, 그게 오필리어와 동침 이후 아버지의 유령이 등장한 다음부터 햄릿에게 확 쏠리게 된다. 오늘도 상반신 탈의하는 장면에선 눈이 참으로 즐거웠;; 그런데, 그새 더 말라서 이젠 갈비뼈도 확연하게 보이더라. 그리고 놀랬던 게 첫공 때는 갑빠가 실한 것에 비해 복근은 좀 덜 단단해뵈네 했었는데, 웬걸, 오늘은 식스팩이 제대로 보여서 그 사이 피하지방이 더 줄었구나 싶더라. 그외에 어깨에서 상박, 하박으로 이어지는 잔근육이나 쇄골도 더 선명하게 파인 것 같;; (몸만 훑다 왔냐;)
하여간 반라의 상태로 미쳐서 피를 부르짖는 장면에서 연기도 좀 더 깊이가 생겨서 그냥 휘번덕 거리는 게 아니라, 고통과 슬픔,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성벽으로 오르면서 부르는 '어디든 가~주오'는 오늘도 아주 피를 토하더라. 저렇게 부르다 목 나가는 거 아냐 살짝 걱정될 정도로 아주 절규를 하는데, 햄릿이 느낀 충격과 슬픔, 분노의 크기가 제대로 전해져왔다.
- 그런데, 참 햄릿이 오필리어한테 너무 개객끼돋는 게, 정황상 오필리어는 무슨 처녀 제물 바치는 것 처럼 햄릿에게 자신의 모든 걸 주고난 다음인데, 아무리 절망의 구렁텅이(;)속에 빠졌다고, 저리 내팽개쳐두고 사라지다니. 그렇게 유령처럼 사라져놓고, 그 다음에 만날 땐 갑자기 냉정하게 변해서는 '수녀원에나 가~'라고 윽박지르니, 오필리어가 느꼈을 먹먹함과 배신감, 상실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그런데, 정말 은태가 '수녀원↗에나 가~' 라고 할 땐, 그 목소리가 시퍼렇게 칼날 같이 박혀들어와서, 오필리어가 너무 가엽다. 바들바들 떠는 오필리어를 쳐다보고 갑자기 커튼을 확 잡아당기고는 커튼뒤의 폴로니우스 들을 쳐다보고 오필리어를 향해, 너도 별 수 없지...라는 듯 썩소 한 번 짓고는 미친 웃음 소리를 내는데, 이젠 똑같은 미친 놈 웃음이라도 디테일이 달라져 있어서, 여기서도 깜놀.
- 2막을 시작하는 넘버에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나오는데, 여기서 보여주는 은릿의 연기, 감정선, 그리고 참으로 깨끗하게 울려퍼지는, 선명한 목소리는 그냥 진리다.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넘버를 들을 때 은태는 단 한번도 삑사리 날까 걱정한 적이 없다.
- 드디어 시작된 연극. 여기서도 햄릿은 오필리어에게 너무 잔인하게군다. 햄릿이 우악스럽게 오필리어를 끌어안고 저것좀 보라고 하지만, 오필리어는 이미 껍데기만 남은 인형같다. Sextet에서 은릿만 쳐다고보 있어서; 오필리어가 뭐라는 지 제대로 안 챙겨 들었었는데, 오늘 들어보니 '신이여, 거짓이라고 말해줘요.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요.'라고 애처롭게 현실을 부정하고 있더라. 가여운 것 ㅠ.ㅠ 레어티스가 곁에 있었더라면 그래도 좀 나았을까.
- 동레어가 다시 널뛰고 있다. 27일 정도가 딱 좋았는데, 다시 감정이 절제가 안되어 마구 튀어오르고 있는 동레어. 조금만 냉정해졌으면 좋겠다. 이건 진짜 강레어랑 어떻게 반반 나누면 좋겠구만. 역시 회차가 거듭되면서 결투씬에서 긴장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짜고치는 고스톱스럽지만, 자 왼쪽, 오른쪽 그러고 자리 바꾸기~ 뭐 이렇게 박자를 세는 것 처럼 보이는 부분은 좀 줄었으니까; 가끔 아슬아슬해~ 라고 할만한 장면까지 보이니, 좀 더 몸에 익으면 진짜 긴박한 결투를 보게될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햄릿의 비극성이 가장 처절하게 드러나야하는 마지막 부분이 난 참 아쉬운 게, 거트루트가 독배를 드는 장면에서 아무리 봐도, 저 거트루트는 그게 독배인 걸 알면서 마시는 것 같단말이지. 독배라는 걸 모르고 마셔야 극의 긴장감이 올라갈텐데, 표정도 너무 비장해서, 모르고 보는 사람도 저 잔을 마시면 죽겠구나 싶다니까. 그래서 꼭 자살같이 보인다. 그건 레어티스도 그런데, 비겁하게 햄릿의 팔에 상처를 낸 다음 이걸로 내 할 일은 다 했어, 이제 오필리어 곁으로 가겠어...처럼 보인다. 물론 레어티스의 칼에 독이 묻었다는 걸 모르는 햄릿은 그저 비겁한 레어티스에 빡돌아서, 손속을 두었던 걸 거둬들이고, 진심으로 덤벼들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무력하게 햄릿의 칼에 맞아 죽는 건 자살로 밖에 안 보인다.
- 커튼콜 때, 마지막 부분에 원래 들어가려는 오필리어를 햄릿이 잡아채고 둘이 포옹하면 레어티스가 나와서 떼어놓고, 오필리어를 데리고 들어가던 걸 빼버렸다. 왜지? 커튼콜에서라도 햄릿과 오필리어를 이어주려고? 오늘 은릿은 오필리어 이마에 키스해줬다. 이걸 커튼콜에서 하지말고, 본극에서 좀 하라고. 어떻게 주인공 커플이 베드씬까지 가놓고도 그렇게 케미가 없을 수가 있나.
성벽이 닫히며 그 뒤로 들려오는 '오늘 밤을 위해~~'는 오늘도 전율이 일었다.
+
뒤늦게 생각나서 추가.
'수녀원에 가' 씬 전에 상심한 오필리어에게 헬레나가 'Let's not waste time' rep.을 불러주는데, 이게 참 가사가 좀 말이 안됐던게 '너의 모든 걸 그에게 바쳤다면, 더이상 망설이지마.' 라고 하는데, 아니, 친한 친구가 남자 친구한테 버림받다 시피하고 저렇게 상심해 있는데, 뭘 더 어쩌라는 걸까 싶었더란 말이지. 그걸 드디어 가사를 고쳤다. '더이상 망설이지마' 대신 '더이상 다가가지마'로. 그래야 말이되지.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0. 29(토) 19: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윤공주, 레어티스 - 전동석,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우스 - 윤영석, 폴로니우스 - 김장섭
- 지난 3일 동안 은릿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6일 보고 3일만에 갔더니, 그 사이 뭔 일이 있었기에 연기가 이렇게 확 물이 오른거지? 경이롭다~ (feat. 콜로레도)
노래야 첫공 때부터 이미 로딩이 완료된 상태였고, 거기에 더해서 연기적인 측면에서 기본 골격은 갖춰졌지만, 세세한 디테일 같은 건 무대가 진행되면서 체득되는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로딩되기를 기다려왔는데, 이제 햄릿이라는 옷이 몸에 붙은 것 같다. 진짜 단 3일만에 만난 건데, 어떻게 26일에 본 은릿과 이렇게 달라져있을 수 있나. 세상에 뼈대가 완성되어 있었기에 거기에 어떻게 살을 붙이려나 했더니만, 그게 서서히가 아니라, 갑자기 이렇게 실체가 확 드러나니까 그게 너무 놀랍고 경이로와서. 물론 배우니까 완성된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야 하는 게 맞는 거지만, 누누히 말하지만, 무대는 살아있는 것이기에, 관객없이 연습으로만 채울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는 법이다.
- 은태는 올해 모차르트!, 피맛골 연가를 거치면서 목관리에 대해 도가 텄는지, 아무리 더블이라고 해도 2주차인데, 목소리가 여전하다. 물론 첫공 때의 오래 쉬고 돌아온 쩌렁쩌렁함에야 비하겠는가 싶지만, 성대의 피로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에, 노래에 실리는 감정이 더 깊어져서 호소력이 짙어졌다.
햄릿이 송쓰루 뮤지컬이라 노래에 연기를 싣지 못하면 완전 망하는 극인데, 그런 면에서 은릿은 노래의 발성을 워낙 자유자재로 구사하다보니 이게 큰 무기가 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노래에 연기와 감정을 싣는 것과 별개로, 그걸 할 수 있도록 테크닉이 받쳐줘야 하는데, 은태는 이미 그 부분이 완성되어있어서, 속삭이듯 부르지만 힘있게 고음을 내야한다던가, 가성과 진성을 자연스럽게 넘나들어야 하는 부분, 파르르 떨어야 하는 부분 등 세분화해서 발성하는 법을 이미 익히고 있어서, 거기에 감정과 연기를 제대로 실어주기만 하면 뭐 그냥 넘어가는 거다. 슬픔을 표현하는 다양한 연기의 방법이 있는 것처럼, 슬플 때 부르는 노래 또한 흐느끼거나, 지르거나, 속으로 삼키거나 노래에 실어서 다양한 창법으로 불러주니 진짜 귀가 호강하는 거지. 연기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져 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기분이란, 진정 경이롭다~(feat. 콜로레도)
- 1막 결혼식 장면에서 '사랑~ 오직 사랑~'하며 사랑 만세를 외치는 왕과 왕비, 하객들을 내려다보는 은릿은 그들을 경멸하듯 쳐다보다 손 키스를 던지고 내려가는데, 그게 참 그 표정과 동작을 봐서는 '사랑 만세? 엿같다' 같은데, 그걸 저속한 동작이 아니라, 저렇게 우아한 동작으로 표현하는 게 참 제대로 왕자님 같아서 나는 그저 좋을 뿐이고.
그런데, 이 결혼식 장면에서 동레어는 진짜 한시도 오필리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 아이고, 이 시스터 콤플렉스. 그러다 흥겨운 잔치에 찬물 끼얹으며 햄릿이 등장하니 또 못마땅한 시선으로 햄릿을 쳐다보는데, 햄릿 등장하자 햄릿만 쳐다보는 오필리어를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표정하며, 저게 어딜 봐서 오빠래는 거.
- 1막에는 사실 햄릿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1막 초반의 주인공은 거트루트와 클로디어스니까. 그런데, 그게 오필리어와 동침 이후 아버지의 유령이 등장한 다음부터 햄릿에게 확 쏠리게 된다. 오늘도 상반신 탈의하는 장면에선 눈이 참으로 즐거웠;; 그런데, 그새 더 말라서 이젠 갈비뼈도 확연하게 보이더라. 그리고 놀랬던 게 첫공 때는 갑빠가 실한 것에 비해 복근은 좀 덜 단단해뵈네 했었는데, 웬걸, 오늘은 식스팩이 제대로 보여서 그 사이 피하지방이 더 줄었구나 싶더라. 그외에 어깨에서 상박, 하박으로 이어지는 잔근육이나 쇄골도 더 선명하게 파인 것 같;; (몸만 훑다 왔냐;)
하여간 반라의 상태로 미쳐서 피를 부르짖는 장면에서 연기도 좀 더 깊이가 생겨서 그냥 휘번덕 거리는 게 아니라, 고통과 슬픔,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성벽으로 오르면서 부르는 '어디든 가~주오'는 오늘도 아주 피를 토하더라. 저렇게 부르다 목 나가는 거 아냐 살짝 걱정될 정도로 아주 절규를 하는데, 햄릿이 느낀 충격과 슬픔, 분노의 크기가 제대로 전해져왔다.
- 그런데, 참 햄릿이 오필리어한테 너무 개객끼돋는 게, 정황상 오필리어는 무슨 처녀 제물 바치는 것 처럼 햄릿에게 자신의 모든 걸 주고난 다음인데, 아무리 절망의 구렁텅이(;)속에 빠졌다고, 저리 내팽개쳐두고 사라지다니. 그렇게 유령처럼 사라져놓고, 그 다음에 만날 땐 갑자기 냉정하게 변해서는 '수녀원에나 가~'라고 윽박지르니, 오필리어가 느꼈을 먹먹함과 배신감, 상실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그런데, 정말 은태가 '수녀원↗에나 가~' 라고 할 땐, 그 목소리가 시퍼렇게 칼날 같이 박혀들어와서, 오필리어가 너무 가엽다. 바들바들 떠는 오필리어를 쳐다보고 갑자기 커튼을 확 잡아당기고는 커튼뒤의 폴로니우스 들을 쳐다보고 오필리어를 향해, 너도 별 수 없지...라는 듯 썩소 한 번 짓고는 미친 웃음 소리를 내는데, 이젠 똑같은 미친 놈 웃음이라도 디테일이 달라져 있어서, 여기서도 깜놀.
- 2막을 시작하는 넘버에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나오는데, 여기서 보여주는 은릿의 연기, 감정선, 그리고 참으로 깨끗하게 울려퍼지는, 선명한 목소리는 그냥 진리다.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넘버를 들을 때 은태는 단 한번도 삑사리 날까 걱정한 적이 없다.
- 드디어 시작된 연극. 여기서도 햄릿은 오필리어에게 너무 잔인하게군다. 햄릿이 우악스럽게 오필리어를 끌어안고 저것좀 보라고 하지만, 오필리어는 이미 껍데기만 남은 인형같다. Sextet에서 은릿만 쳐다고보 있어서; 오필리어가 뭐라는 지 제대로 안 챙겨 들었었는데, 오늘 들어보니 '신이여, 거짓이라고 말해줘요.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요.'라고 애처롭게 현실을 부정하고 있더라. 가여운 것 ㅠ.ㅠ 레어티스가 곁에 있었더라면 그래도 좀 나았을까.
- 동레어가 다시 널뛰고 있다. 27일 정도가 딱 좋았는데, 다시 감정이 절제가 안되어 마구 튀어오르고 있는 동레어. 조금만 냉정해졌으면 좋겠다. 이건 진짜 강레어랑 어떻게 반반 나누면 좋겠구만. 역시 회차가 거듭되면서 결투씬에서 긴장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짜고치는 고스톱스럽지만, 자 왼쪽, 오른쪽 그러고 자리 바꾸기~ 뭐 이렇게 박자를 세는 것 처럼 보이는 부분은 좀 줄었으니까; 가끔 아슬아슬해~ 라고 할만한 장면까지 보이니, 좀 더 몸에 익으면 진짜 긴박한 결투를 보게될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햄릿의 비극성이 가장 처절하게 드러나야하는 마지막 부분이 난 참 아쉬운 게, 거트루트가 독배를 드는 장면에서 아무리 봐도, 저 거트루트는 그게 독배인 걸 알면서 마시는 것 같단말이지. 독배라는 걸 모르고 마셔야 극의 긴장감이 올라갈텐데, 표정도 너무 비장해서, 모르고 보는 사람도 저 잔을 마시면 죽겠구나 싶다니까. 그래서 꼭 자살같이 보인다. 그건 레어티스도 그런데, 비겁하게 햄릿의 팔에 상처를 낸 다음 이걸로 내 할 일은 다 했어, 이제 오필리어 곁으로 가겠어...처럼 보인다. 물론 레어티스의 칼에 독이 묻었다는 걸 모르는 햄릿은 그저 비겁한 레어티스에 빡돌아서, 손속을 두었던 걸 거둬들이고, 진심으로 덤벼들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무력하게 햄릿의 칼에 맞아 죽는 건 자살로 밖에 안 보인다.
- 커튼콜 때, 마지막 부분에 원래 들어가려는 오필리어를 햄릿이 잡아채고 둘이 포옹하면 레어티스가 나와서 떼어놓고, 오필리어를 데리고 들어가던 걸 빼버렸다. 왜지? 커튼콜에서라도 햄릿과 오필리어를 이어주려고? 오늘 은릿은 오필리어 이마에 키스해줬다. 이걸 커튼콜에서 하지말고, 본극에서 좀 하라고. 어떻게 주인공 커플이 베드씬까지 가놓고도 그렇게 케미가 없을 수가 있나.
성벽이 닫히며 그 뒤로 들려오는 '오늘 밤을 위해~~'는 오늘도 전율이 일었다.
+
뒤늦게 생각나서 추가.
'수녀원에 가' 씬 전에 상심한 오필리어에게 헬레나가 'Let's not waste time' rep.을 불러주는데, 이게 참 가사가 좀 말이 안됐던게 '너의 모든 걸 그에게 바쳤다면, 더이상 망설이지마.' 라고 하는데, 아니, 친한 친구가 남자 친구한테 버림받다 시피하고 저렇게 상심해 있는데, 뭘 더 어쩌라는 걸까 싶었더란 말이지. 그걸 드디어 가사를 고쳤다. '더이상 망설이지마' 대신 '더이상 다가가지마'로. 그래야 말이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