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람
첫사랑 - 주윤발
Lei
2004. 9. 14. 22:03

← 영화 우견아랑(又見阿郞)에서 한 장면
주윤발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꼭 노을 속에 낙엽을 태우는 것같은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이 만큼 멋지게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영웅본색으로 주윤발에게 완전히 매료당한 다음 그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다 봤다. 그가 주인공이든 아니든, 포스터에 '주윤발' 석자가 적혀있는 영화는 죄다 찾아다니면서 봤었다. 거의 일주일에 한편씩 영화를 봤다고 해야하나. 처음엔 한편 볼때마다 수첩에다 영화 제목을 적었는데, 한 50편 넘어가면서 포기했다. (주윤발은 잘 나갈때는 일년에 20편도 넘게 영화를 찍어댔다.) 한때 그가 영화를 전혀 가려찍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스런 맘이 든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는 중학생 시절 나의 영웅이었으므로 그 정도는 그냥 눈썹 한 번 찡그리고 넘어갔었다. (난 반한 사람한테는 굉장히 관대해지는 면이 있다;; 반한 게 죄라고..)
그가 나온 영화 중에 가장
그리고 주윤발의 영화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가을날의 동화(秋天的童話)'다. 주윤발은 원래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왠지 엘리트라든가 지적인 분위기는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몽중인(夢中人)' 무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왔다.) 그대신 하층민(차별적 용어;)의 생활에 관한 영화에선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곤한다. 가을날의 동화에선 그런 주윤발의 밉지않은 건달 연기와 더불어 내용도 상당히 가슴에 와 닿았다. 영화 끝까지 여자 주인공과 손 한 번 안잡고 끝나지만, 어느 애정 영화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두 분 이십니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요즘 주윤발은 헐리우드에서 그런대로 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콩 느와르의 퇴조와 함께 주윤발도 그 카리스마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것 처럼, 그에게는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세월의 깊이에 의해 더 아름답게 연마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내면의 슬픔과 허무를 능숙하게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이 낭만적인 아저씨가 정말 좋았다.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계속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의 색이 옅어졌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윤발 : 1955년 5월 18일 홍콩태생
출세작 : '호월적 고사 (보트 피플에 관한 영화로 이 영화로 대중의 눈에 띄게됨)' '등대여명 (영웅적 캐릭터로 출연해서 아시아·태평양영화제와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 수상.)' '영웅본색' '첩혈쌍웅' '강호정' '정전자 (이후 도박영화의 붐을 일으킴, 주성치에 의해 패러디 되기도 함.)'
헐리우드 진출 이후 :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왕과 나, 와호장룡, 방탄승등..
중학생 시절의 나는 확실하게 오지취향이었다. --;;
계기가 된 것은 국민학교 졸업식날 온 가족과 함께 본 '미션'이라는 영화탓이지만, 어쨌거나, 중학생 시절의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은 주윤발, 찰리채플린, 제레미 아이언스 였다. (아저씨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