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상
인구주택 총조사
Lei
2005. 11. 15. 10:19
나는 정기적인 점검 방문을 정말 극도로 싫어한다.
지저분한 방 안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도 싫고, 자신의 부스스한 모습도 보이기 싫고, 낮에는 집에 있을 리 없기 때문에 방문시간이 늘 한밤중이 되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타인이 나의 원룸에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싫어서. (조사하시는 분들도 그 시간까지 남의 집 방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것이 일 년에 두 번씩이나!! 하는 가스 안전 점검 - 안 받으면 가스 끊는다고 으름장을 놓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집안으로 들이는데, 정리 안 된 너저분한 책상이 민망하다. ㅠ.ㅠ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씩 전기 안전점검. 이건 현관에 차단기가 있으니, 최대한 나의 몸으로 가리지만, 키가 작아서리;
쨌든, 이런 종류의 방문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터라, 조사에 10분 이상이 걸릴 게 틀림없는 인구주택 총조사는 정말 인터넷 조사 없었으면 어떻게 받았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거 하다 보니 조사원과 일대 일로 주고받기에는 상당히 조사거부율이 높을 수도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드는 항목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뭐, 나라를 위한 통계요, 개인정보는 절대 누출이 안 된다고 해도 어떤 차별적인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항목이 너무 많다.
일단 집이 잘 사니 못 사니 하는 것도 그렇지만, 종교를 묻는 난.
소위 4대 종교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를 제외하고 소수 혹은 이단이라 불리는 종교를 가진 사람의 경우. 조사원에게 자신의 신념대로 종교를 밝히면서 받아서는 안 될 거리낌을 가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또, 동거 중인 남녀(혹은 남남;)가 같이 산다고 했을 때 그들은 법적으로는 미혼이지만, 그걸 조사원에게 밝히는 과정에서 어떤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면?
이건 그 상황에 내가 떳떳한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나의 감정에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내가 어떤 인간으로 비칠 것인지 상상력의 문제라서. 예를 들어 약국에 생리대를 사러갔을 때 약사가 남자일 경우 아무런 수치심이나 망설임 없이 원하는 생리대를 살 수 있느냐 하는 것과 비슷한 문제다. (여자 약사분이 있으시기에 푸근한 마음으로 **생리대 주세요. 하고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말했는데, 검은 봉투만으론 성이 차지 않는지 신문지로 둘둘 말아서 주시는 여자 약사분도 계셨다. 그분으로서는 그게 성의를 다한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만.)
지금도 공동 화장실을 써야하는 집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이 있을까. 아직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지 못한 집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런걸 일일이 조사원에게 밝히면서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 조사가 얼마나 고역일까. 오지랖 넓은 소심 A형의 지나친 상상력이 불러오는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래도 이런 면담 조사가 불편하다.
ps.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APEC에서의 모종의 시연회 때문에 당분간 이웃분들 블로그 순회에 소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소홀해! ㅠ.ㅠ) 혹시라도 Wibro 어쩌구 하는 용어를 듣게 되시거든 이 인간이 거기에 일조하고 있다고 여겨주시길.
ps2. 예쁜 아이가 나오지 않아서; 충사 4화는 감상 패스.
ps3. 故 에디 게레로 씨의 명복을 빕니다. 앞으로 로나 스맥다운을 무슨 재미로 보나요. ㅠ.ㅠ
지저분한 방 안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도 싫고, 자신의 부스스한 모습도 보이기 싫고, 낮에는 집에 있을 리 없기 때문에 방문시간이 늘 한밤중이 되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타인이 나의 원룸에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싫어서. (조사하시는 분들도 그 시간까지 남의 집 방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것이 일 년에 두 번씩이나!! 하는 가스 안전 점검 - 안 받으면 가스 끊는다고 으름장을 놓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집안으로 들이는데, 정리 안 된 너저분한 책상이 민망하다. ㅠ.ㅠ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씩 전기 안전점검. 이건 현관에 차단기가 있으니, 최대한 나의 몸으로 가리지만, 키가 작아서리;
쨌든, 이런 종류의 방문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터라, 조사에 10분 이상이 걸릴 게 틀림없는 인구주택 총조사는 정말 인터넷 조사 없었으면 어떻게 받았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거 하다 보니 조사원과 일대 일로 주고받기에는 상당히 조사거부율이 높을 수도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드는 항목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뭐, 나라를 위한 통계요, 개인정보는 절대 누출이 안 된다고 해도 어떤 차별적인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항목이 너무 많다.
일단 집이 잘 사니 못 사니 하는 것도 그렇지만, 종교를 묻는 난.
소위 4대 종교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를 제외하고 소수 혹은 이단이라 불리는 종교를 가진 사람의 경우. 조사원에게 자신의 신념대로 종교를 밝히면서 받아서는 안 될 거리낌을 가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또, 동거 중인 남녀(혹은 남남;)가 같이 산다고 했을 때 그들은 법적으로는 미혼이지만, 그걸 조사원에게 밝히는 과정에서 어떤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면?
이건 그 상황에 내가 떳떳한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나의 감정에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내가 어떤 인간으로 비칠 것인지 상상력의 문제라서. 예를 들어 약국에 생리대를 사러갔을 때 약사가 남자일 경우 아무런 수치심이나 망설임 없이 원하는 생리대를 살 수 있느냐 하는 것과 비슷한 문제다. (여자 약사분이 있으시기에 푸근한 마음으로 **생리대 주세요. 하고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말했는데, 검은 봉투만으론 성이 차지 않는지 신문지로 둘둘 말아서 주시는 여자 약사분도 계셨다. 그분으로서는 그게 성의를 다한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만.)
지금도 공동 화장실을 써야하는 집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이 있을까. 아직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지 못한 집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런걸 일일이 조사원에게 밝히면서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 조사가 얼마나 고역일까. 오지랖 넓은 소심 A형의 지나친 상상력이 불러오는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래도 이런 면담 조사가 불편하다.
ps.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APEC에서의 모종의 시연회 때문에 당분간 이웃분들 블로그 순회에 소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소홀해! ㅠ.ㅠ) 혹시라도 Wibro 어쩌구 하는 용어를 듣게 되시거든 이 인간이 거기에 일조하고 있다고 여겨주시길.
ps2. 예쁜 아이가 나오지 않아서; 충사 4화는 감상 패스.
ps3. 故 에디 게레로 씨의 명복을 빕니다. 앞으로 로나 스맥다운을 무슨 재미로 보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