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이어서 두번째 이야기.
사실은 웬만큼 번역은 끝냈는데, 타이핑 하고 편집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결국엔 이번에도 못끝내고, 3부작이 될 예정;;
세키 토모카즈의 자전적 에세이 with 미키 신이치로③-2
처음 일을 받았을 때는 진짜 굉장히 기뻐서 베개밑에 대본을 놓고 잤어.
세키 : 처음 일을 받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어요? 미키 : 사무소에서 「일이에요.」라는 것 같은 전화를 받고 대본을 받으러 갔었는데, 엄청 기뻐서 일하는 당일까지 베개밑에 대본을 놓고 잤다니까.(웃음) 현장에 가서도, 당시에는 아직 「차 심부름 제도」같은게 있어서 녹음실에 온 선배에게 차를 내간다거나. 물론 가장 마지막까지 스튜디오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공부 했었지.
- 상당히 기합이 들어간 상태.
미키 : 맞아.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하는 것만으로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고 「열심히, 부지런히」 상태였어. 웃기는 일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마이크 앞에 섰을때, 나중에 선배로부터 「다른 사무소의 성우분인가 하고 생각했다.」라고 들은 적도 있었어. 「왜 그랬는데요?」하고 물어보니까 「그치만, 주머니에 손 넣은 채 하고 있었잖아.」라고. 세키 : 아하하하핫! 안 좋아~(웃음) 미키 : 대본을 쥐고 있지 않은 손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서, 우선은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머니에 넣은건데, 주위에서 보면 저런 신인은 있을 리가 없지 않아?(쓴웃음) 지금에 와서는 그렇지도 않지만 「녹음실에 청바지 차림으로 오다니, 뭐야!」 라든가 하는 소릴 듣던 시대였으니까. 토모카즈는 첫 일이 어땠어? 세키 : 이전에 hm3의 취재때도 얘기했지만, 처음 불려서 갔을때 꾸지람 들었어요. 미키 :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세키 : 지금도 저는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요...아직 18살인가 19살 정도였을때 양성소 선생님이 애니메이션 디렉터를 담당하게 되서 불려갔었어요. 2번에 걸친 녹음으로 저는 첫번째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2번째 녹음할 때에도 로비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모니터 하고 있었어요. 그때 몇 명인가 선배들도 로비에 남아있었는데, 거기 책상에 잡지가 잔뜩 쌓여있어서, 좀 팔락팔락 넘겨봤거든요. 뭐, 그날은 그대로 아무 일도 없이 끝나서 집에 돌아왔는데, 조금 뒤에 선생님한테 전화가 와서 「좀 나와!」라고 해서, 타카노바바(高田馬場)의 술집까지 갔는데...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물수건이 날아오더니 「너는 아프레코의 현장에서 만화가 읽혀지던?」하고. 하지만, 저는 "읽었다" 라는 의식이 없었기때문에 「무슨 일로 저러시는거야?」라는 느낌이었는데, 「거기 있던 선배가 네가 만화에 푹 빠져있더라고 나한테 그랬단 말이다!」라고 하시데요. 미키 : 팔락팔락 훑어본 게 "열중해서 읽었다." 로 큰일이 되버렸네.(웃음) 세키 : 그래요. 그래서 「너는 내 얼굴에 먹칠을 할 셈이냐!」같은 일이 되버려서, 「너는 신인이니까 그런 여유나 부릴 때가 아니잖아!」 라시더니, 결론적으로 「너 이제 더 안나와도 된다!」 라고 해서. 그래도 「죄송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저는 이런 실수를 지금 저질러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이 있는 역을 받은 후에 이런 실수를 했다면 만회하기 어려웠을테지만, 지금이라면 아직 고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지금 꾸중듣는게 다행입니다.」 라는 식으로 말해버렸더니 얻어맞아서 「조금은 반성하도록 해!」「죄송합니다.」 라는게 되었어요.(쓴웃음) 그런 심한 첫 일이었다구요.
「Weiβ 할때까지 몰랐어요.」 라고 하는 사람, 실제로 엄청 많았어.
미키 : 아하핫! 그래도 그때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자기가 그렇게 될거라고 상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그 때 다소 숙이고 들어간데도, 그런 긍정적인 쪽이 훨씬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지. 세키 : 뭐어, 그게 트라우마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 뒤에 속으로 「체크한 녀석, 열받아!」 라는 정도로.(웃음) 어쩌면 그 사람도 체크하려던 것은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잡지같은 걸 읽을 여유도 있고, 긴장하지도 않네.」 정도의 가벼운 기분으로 얘기한 건지도 모르지만, 좀 재밌자고 한 말이 그렇게 큰 일이 되버렸다는 걸 알까나요.
- 선생님으로부터 일을 받을 수 없게 된 후로는 어떻게 했습니까?
세키 : 그 양성소를 나와서 배협(배우협회)에 다시 들어가서 일을 받을때까지 약 3년 정도는 아무것도 못했어요. 미키상은 그 뒤로 일이 순조로웠습니까? 미키 : 뭘가지고 「순조롭다」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처음 손에 닿는 목표가 「개런티로 수업료를 내자.」였어.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서는 먼저 눈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채워나갈 수 밖에 없잖아? 세키 : 그게 비교적 쉽게 이루어졌나요? 미키 : 꽤나 어려웠지. 첫 레귤러가 정해졌을 때 「이걸로 신세진 부모님께 뭔가 사드리자!」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놀랄만큼 미미한 금액이라, 결국 혼자 써버리고 끝났지.(쓴웃음)
- 데뷔한 이후로는 어땠어요?
미키 : 내 주위에 타카기 와타루(高木 涉)상 이라든가 모리모리(= 森川 智之)같은 사람들하고 거의 같은 시기에 일을 시작했는데, 나는 업계내에서 이름이 알려지는게 굉장히 늦었으니까. 그래서 모리모리같은 경우는 일도 들어오고 이름이 알려졌어도,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적었지. 「Weiβ 할때까지 몰랐어요.」 라고 하는 사람, 실제로 엄청 많았어.
- 두 분의 첫 공연때 에피소드도 듣고싶은데요.
세키 : 저 기억하고있어요. 미키상과 만난 작품과 장소, 그때 했던 대화 내용같은 것도. 미키상은 생각납니까? (이게 왠 기념일 추궁하는 연인 분위기? ^^;) 미키 : 뭐였더라? 세키 : 신주쿠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드래곤 기사단」이라는 CD드라마를 했었는데, 거기 로비에서 처음으로 얘기해봤어요. 미키상이 「자네(君)를 알고있어.」하고 말 건네준게 최초였어요. 미키 : 아니, 사실은 그 전에 일방적으로 만났었어. 공통된 친구의 결혼식에서 토모카즈가 인형옷을 뒤집어쓰고 나타났었지.(공통된 친구라니, 혹시 코야스상?) 세키 : 아-, 맞아요! 그게 결혼식 당일에 인형옷을 입을 예정이었던 사람이 몸이 안좋아져서, 당일 갑자기 전화가 와서 갔던거에요. 미키 : 물론 그 이전부터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때 「세키 토모카즈라는 사람도 인형옷 뒤집어 쓰거나 하네.」 하고 인식이 바뀌었지.(웃음) 모두들 「토모카즈, 토모카즈」 하고 손 내밀거나 해서 「인기 있는 녀석이네.」하고 조금 질투하기도 했어. 세키 : 아하하하핫! 부끄러워요~! 그 인형옷 2등신 캐릭터로 가짜 손을 안쪽에서 봉으로 움직이는 거였는데, 그러니까 입고있는 저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들 재미있어 하면서 담배를 피우게 한다거나, 위스키를 벌컥벌컥 마시게 해버려서, 이미 흐늘흐늘한 상태라 큰일이었어요.(웃음) 미키 : 그게 나의 최초의 "실물인 세키 토모카즈" 와의 만남(웃음). 그 뒤로 함께 출연한 애니메이션이 『에스카플로네』였지?
저, 미키상의 연기중에 굉장히 인상에 남는 신이 있었는데, 그걸 듣고 「센스있네.」하고 생각해서..
세키 : 『에스카플로네』할 때는 벌써 미키상과 꽤 친하게 얘기했던 기분이 들어요. 미키상은 비교적 현장에서 만날 기회도 많아서 갈굼당하거나(귀염받는다는 의미) 했었는데, 역시 가장 컸던 건 「Weiβ」네요. 미키 : 「Weiβ」의 CD드라마라는 게, 좋은 의미로 하고 싶은 만큼 실컷 하게 해줬었지. 내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여러가지 있지만, 「Weiβ」는 특별. 세키 : 저, 미키상의 연기중에 굉장히 인상에 남은 신이 있어요. 드라마CD중 1신인데요, 설명조의 대사가 나오는 부분을 미키상이 바꿨는데. 그게 절묘하게 달라져서 「감각있네.」하고 생각해서. 미키 : 나는 생각 안나.(쓴웃음) 세키 : 지하도에서 미키상이 연기하는 요지가 잠입하는 장면으로, 거기에 물이 푸확-하고 밀려들어와요. 「요지가 죽는건가?!」라는 상황이지만, 사실은 살아있어서 「살아있다.」하고 통신으로 보고하는 대사였어요. 그 대사가 최초의 대본에는「도랑이 비어있고, 게다가 모래밭같은 게 있어서 살았다.」같은 대사 였었는데, 미키상이「좀 설명조니까 바꾸고 싶은데.」하고 말하기 시작해서. 「어떻게 바꾸려는거지?」 하고 생각했더니,「무사하다.」 라고 한뒤「아~, 덕분에 한심한 꼴이 되버렸지만.」으로 바꿨어요.
- 도랑에 모래밭이었던게 '한심한 꼴'이라는 것으로 되버렸네요.
세키 : 맞아요.「도랑에 모래밭이 있다.」라는 건 말하지 않으면서도「틀림없이 도랑과 모래밭이 있겠구나.」라는 이미지의 대사로 바꾼거에요. 그걸 듣고 저는 「아, 굉장히 센스있는 사람이다.」 하고 감탄했어요. 미키 : 자, 마셔마셔! (쑥스러워하시기는. ^^;) 세키 : 감사합니다~! (웃음) 미키 : 하지만, 「Weiβ」는 전부 그런 식이었잖아. 작전실의 신에서 「방 넓이는 어느 정도야?」하고 시작해서, 실제로 움직여보고 방 가운데에서 위치 관계를 확인해보거나 하고, 그건 역시 무대가 좋고, 소리로 대신하는 것에 흥미가 있는 배우가 있으니까 가능했던거지.
- 계속 -
참으로 진귀한 이야기들.
차 심부름하는 미키신(상상이 안돼 OTL), 사실은 긴장하고 있는데 겉으로는 천연덕스럽게 보여서 기성 성우라고 오인받고.^^;
그나저나, 그냥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승승장구 한 줄로만 알았던 세키상이 저런 시절도 겪었구나 하고 새삼 놀래고, 어딜가나 꼰대(;)는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우우, 대기만성형인 우리 아자씨, 그래서 아자씨의 매력에 뒤늦게 눈뜬 처자는 헤어나오지를 못하는 거랍니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지만, 깨닫고 보니 빠져들었다는 사랑도 있는 법. 아자씨의 매력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아잉,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응원할테다!
다음 편은, 이제 30대 중반의 풋풋한(?) 두 분이 말씀하시는 '요즘 젊은 것들은~' 운운 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