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나는 애니 감상을 적으면서 이번처럼 이렇게 많이 캡처를 떠본 적이 없었다. 이전에 쓴 애니 관련 포스트를 봐도 알겠지만. 그랬는데, 이번엔 제대로 폭주했다. 주의요망;

2화를 건너 띤 것은 그동안의 나의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 결코 2화의 내용이 나빠서가 아니다. (2화에 나온 어둠 벌레 때문이라고는 말 못함;)
왠지, 매회 감상을 써줘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불끈 솟는 애니다. (이니D 이후 처음이구나.)
비록 3화까지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내용 + 작화 + 음악 + 성우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다. 앞으로도 이대로 유지만 된다면, 내 개인적으로는 2005년 최고의 애니로 손꼽을 만하겠다.


이번 에피소드는 '부드러운 뿔'
원작에서는 이게 두 번째 에피소드인데, 계절감 때문이었는지 '눈꺼풀 속의 빛'을 '녹색의 연회' 다음에 배치했다. 색감도 1화에서 3화를 거치는 사이에 선명한 녹색에서 어두운 암녹색 그리고 푸르스름한 잿빛 톤으로 변화한다.

그런데 정말 애니 제작팀이 배경에 목숨 걸었나 보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눈 내리는 풍경을 만들어냈는지.
이번에도 정신 못 차리고 캡처한 결과.

그런데 지난 1편 때도 그렇고 배경만 열심히 캡처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라졌다. (폭주의 이유이기도 하고;)


도깨비가 아니다;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마호. 부드러운 뿔의 실체는 바로 저것이다. (아이~ 앙증맞아 >.<)
마호는 어느 날부터 이마에 뿔이 돋고, 들려야 할 소리는 들리지 않고, 들리지 않아야 할 소리가 들리는 병(?)에 걸렸다. 알다시피 이것은 벌레의 영향. 이것을 고쳐주러 깅코가 출동한 것이다. (약간 다름;)
헌데, 마호의 성우분. 뉘 집 귀한 아드님이신지 모르겠지만, 정말 목소리 너무 예쁘다. ㅠ.ㅠ 입안에서 옹알옹알 한 바퀴 맴돌다 밖으로 새어나오는 발음이 동글동글. 어린아이 특유의 어눌함이 더해져 귀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마호는 1년 가까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 무뎌졌을 거라고 예상한 나의 기대대로(?) 다소 느릿느릿한 말투가 어쩌면 그렇게 귀여운지. (이게 의도한 연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성인이 연기하는 어린 아이도 좋지만, 역시 진짜 아이의 목소리는 다르다. 젖내가 묻어나는 목소리라고 할까. 꺄아~ >.<
이 귀여운 녀석을 다시 한 번 보자.


진정 사랑스럽지 않은가!
이제와서 깨달았는데, 1~3화는 모두 소년, 소녀가 주인공. 이 애니의 정체는 미스터리도 아니고, 동화를 가장한 괴담도 아니고, 사실은 사람들 내면에 잠들어있는 쇼타혼을 흔들어 깨우는 애니였던 것이다!


작화하시는 분, 어쩜 이렇게 아이들을 예쁘고 귀엽게 그려주시는지.
1화의 신라와 렌즈는 물론 2화의 비키나 스이도 그 귀여움이 하늘을 찌르더니만, 3화의 마호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 원작을 읽을 때도 마호는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애니의 마호는 그 귀염성이 10배는 늘어난 거 같다.
이렇게 귀여운 마호는 어머니마저 미인이시다. (사실, 할머니의 미모도 심상치 않다. DNA Power?!)


뿔이 나도 미인이시다. --;

손으로 귀를 막으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게 아니라, 평소에 들을 수 없었던 소리가 들려온다. 심장의 고동 소리라든가 손바닥과 귓구멍 사이를 흐르는 공기의 흐름으로 거대한 공간감이 느껴진다든가. 마호의 어머니는 귀를 막으면 용암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새빨간 용암이 흐르는 소리. 그 소리는 심장에서 뿜어낸 피가 고동치는 소리,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소리와 닮았다고.

이건 역시 눈을 감으면 평소에 볼 수 없는 것이 보이는 것과 같은 걸까.


1,2화와 다른 3화의 엔딩. 이 쓸쓸한 눈 덮인 숲과 잘 어울리는 시리도록 투명한 음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