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를 찾아서

일   시 : 2011. 09. 24 ~ 2011. 11. 06
관극일 : 2011. 10. 13(목) 20:00
장   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연출 / 대본 : 오미영, 영상디자인 : 오진아, 무대디자인 : 김경희
캐스트 : 박복녀 - 김현정, 지화자 - 주은
            꼬 - 이상은, 몽 - 남정우, 냥 - 김태경
줄거리 :
대구의 팔현마을.
박복녀 할머니는 몽이라는 이름의 개, 냥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꼬라는 이름의 닭과 함께 살고 있다. 개성만큼이나 식탐도 가득한 세 짐승과 살고 있는 박복녀에게 어느 날 또 한명의 할머니 지화자가 주소가 찍힌 우편봉투를 들고 찾아온다. 지화자는 이곳이 자기 아들집이라고 우기며 한사코 나가려하지 않는다. 실랑이 끝에 이들은 지화자의 아들을 찾으러 경찰서, 우체국 등을 찾아다니고, 마지막으로 전단지를 만들기 위해 사진관을 들른다. 사진을 찍고 화장을 해주면서 서로 정이 든 두 할머니는 당분간 박복녀의 집에서 같이 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화자가 그녀의 죽은 딸의 유품을 늘어 놓은 것을 보고 화가 난 박복녀는 지화자를 쫓아내는데...
[출처 > 플레이DB]

요즘 소극장 창작 뮤지컬은 참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잘 뽑혀나오는 거 같다. 요근래 본 넌 가끔~도 그렇고, 이 '식구를 찾아서'도 완성도가 높아서 참 만족스럽게 관람했다.

일단 무대가 참 정겹다. 어려서 놀러갔던 시골집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습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흙벽에 걸린 오래된 괘종시계보면서, 시골집엔 꼭 저런 벽시계가 집집마다 하나씩은 걸려있었지 했다. 그리고 무대 장치도 간단하면서도 이리저리 깨알같이 잘 활용해서 아이디어도 좋았고.

출연 배우분들은 뭐 모두 처음 뵙는 분들이라 잘 모르겠지만, 할머니 역할의 두 분 연기자 분들은 뮤지컬보다는 연극 무대에 더 익숙하신 분들이었던 것 같다. 할머니 분들이 부르는 넘버도 사실 몇 안되고. 박복녀 할머니의 노래는 '비내리는 고모령[각주:1]'이 제일 인상깊을 정도 였고. 지화자 할머니가 의외로 솔로곡이 2곡이나 되었구나. '너는 아직 예뻐.'랑 '떴다 떴다 비행기'. 대단하신 게 프로필 사진으로 보면 분장하신 얼굴과 매치가 안될 정도이신 두 배우분들이 참 진짜 할머니처럼 자연스럽게 연기를 얼마나 잘 하시던지. 그리고 할머니들이 귀엽기는 또 어찌나 귀여우시던지.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생각도 좀 나고 그랬다.

할머니들의 애완동물(?) 꼬,몽,냥의 세 배우분들은 닭, 개, 고양이 외에도 민원실 도우미 아가씨, 우체국 직원, 통닭집 사장, PD와 카메라맨, 경찰, 핸드폰 판매원, 중국집 사장과 배달원, 사진사 등 멀티맨 역까지 소화하느라 부진런히 의상을 갈아입어야 했다. 재밌는 건 그 세분이 다 남자 배우였는데, 모두 암컷이라는 설정이었던 것. 토이 스토리처럼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사람처럼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할머니들 등장하면 갑자기 동물 모드로 변신하는데, 세분 다 동물 성대모사들이 장난 아니다. 하는 행동도 영락없는 개, 고양이, 닭

그 중 꼬 역의 이상은 씨. 자기가 낳은 알이 지화자 할머니 입속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하고 부르는 솔로곡. 가성을 써서 소프라노처럼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슬픔에 차 있던지. 그리고 '알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고뇌하며 지킬 컨프롱 흉내낸거 진짜 웃겨가지고ㅋㅋㅋ 그리고는 내도록 지화자 할머니를 저 혼자 미워라~ 하는 데 어찌나 귀여운지. 게다가 '이 언니가 말이야~' 하시던 간드러진 목소리에, 나중에 멀티맨으로 등장할 때도 사근사근 대구사투리 쓰는데, 이걸 듣기 위해 다시 충무를 가야할까 갈등 중이다. 안그래도 이번 주 지나면 스케줄잡기 어려운데. ㅠㅠ

냥 역의 김태경 씨는 세 동물 중 제일 동안에, 극을 보면서도 누구 닮았는데, 누구지....했더니, 약간 시모노 히로를 닮은 것도 같다. 고양이일 땐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그루밍도 하고, 멀티맨 역 중에 강아지 니키를 잃어버린 중국집 배달원 역에서 니키를 그리워하는 솔로곡도 있다. 고음에선 가성으로 처리하지만, 내용의 애절함과 대비되는 코믹한 영상과 어우러져 큰 웃음 선사했다.
생각보다 몽 역의 비중이 좀 적은 듯도 싶은데, 솔로 넘버가 없어 그런가. 그래도 이 세분의 앙상블은 참 잘 어우러져서 이게 그냥 연극이 아니라, 뮤지컬이라고 여겨진 건 이 세분 덕이었던 것 같다.

귀에 확 들어오는 넘버는 없었지만, 잔잔하다가도 때로 눈물 쏙 빼놓는 장면도 있고, 그리고 빵 터트려주는 장면도 있어, 신파와 해피엔딩을 사랑하는 내 취향에는 잘 들어맞는 극이었다.

막판에 울라고 부추기는 씬에서 펑펑 울다나왔더니 좀 창피했;;

  1. 가수 故 현인 님의 노래로 유명한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로 시작하는 노래. [본문으로]